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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자본주의공화국 - 맥주 덕후 기자와 북한 전문 특파원, 스키니 진을 입은 북한을 가다!
다니엘 튜더.제임스 피어슨 지음, 전병근 옮김 / 비아북 / 2017년 8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라는
책은 얼마 전에 녹색평론에서 소개되어 알게 되었어. 그리고 아빠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책제목을 적어두었다가
이번에 읽었단다. 아빠가 딱히 이즈음 읽어야겠다고 한 것은 아닌데, 우연히
최근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좋아져서, 책을 펴면서 이 책을 읽는 시기로 깔맞춤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단다. 작년까지만 해도 남북관계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일
년도 채 안되어 교류가 이렇게 활발해질 수 있다니… 대통령을 잘 뽑아놓으니, 세상도 금방금방 좋아지는구나.
물론 북한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이런 분위기가 일시적일 수도 있어. 하지만
남북관계라는 것이 1차 그래프처럼 쭉 좋아질 수는 없는 것이지. 서로
밀고 당기면서, 다차원 그래프처럼 점진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려가면 되지 않겠니. 언젠가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면, 느린 걸음이지만 조금씩조금씩 나아가야
한다고 아빠는 생각해.
...
북한… 우리와 아주 가깝지만,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좀처럼 알 수 없는 곳. 언론에 비친 단편적인 모습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고…. 두 명의 영국인이 직접 취재한 북한의 이야기. 책
제목을 보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대충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조선자본주의공화국. 북한의 정식 명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패러디해서 지은 제목이잖아. 북한
안에서도 자본주의가 싹트고 있다는 내용이 중심내용이었단다.
1.
해방 이후 북한 정권이 수립된 이후 초반에는 성공의 길을 걸었어. 소련과
중국의 지원이 컸던 것도 있지만, 북학은 소련과 중국의 삼각관계를 잘 이용했다고도 하는구나. 그리고 그 초반의 성공적인 길을 김일성의 공으로 돌려서 김일성 1인
권력을 완성해갔어. 그런데 1991년 소련이 붕괴한 이후에
소련의 지원은 뚝 떨어지고, 때마침 권력을 이양 받은 김정일의 실정이 이어지면서, 1990년대는 식량배급제가 파탄이 나게 되었어. 거기에 자연도 안
도와줘서 대홍수까지 발생했어.
1994년부터 1998년까지
기근이나 자연재해로 200~300만의 북한 주민들이 죽었다고 해. 배급제가
없어지면서, 북한 주민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가야 했어. 그러다
보니 암시장이 생기게 되었고, 시장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지. 시장이
생긴다는 이야기는 자본주의의 싹이 튼다는 것이야. 가정을 지키던 여성들이 암시장을 만들었는데, 영세 사업도 하게 되었고, 이로써 독립하는 여성도 생겨났대. 이후 시장은 더욱 번창하게 되었어.
북한 정부도 가끔 단속을 하지만, 뇌물로 해결할 수 있어. 북한 사회에 시장은 자리를 잡았다고 하는구나. 그러다가 2009년 11월 대대적인 화폐개혁이 있었대. 시장 거래의 부가가치를 떨어뜨리는 화폐개혁이었어. 정부에 대한 분노도
엄청 컸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일부 엘리트들은 북한 돈이 아닌 중국 위안화나 달러로 보유하고 있대. 요즘에는 일반 주민들도 중국 위안화를 보유하고, 북한의 원화에 대한
신뢰도는 많이 떨어졌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북한의 원화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니 인플레이션이 심해져서 2013년 9월 노동자 월급이 3000~4000원이었는데, 이 책을 쓰고 있을 당시(2015년)에는 30만원까지 올랐대. 그리고
정부의 일을 하면서 받는 임금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고 금액이 적어서, 많은 사람들이 부업을 하고
있었대. 그 부업이라는 것이 결국 시장 활동을 통해서라는구나. 그렇게
생겨난 시장을 장마당이라고 해.. 주부들이 시장 상인으로 많이 일하고,
기본생필품이 주거래 품목이란다.
….
북한에서 탈북한 사람들이 무려 3만여 명이나 된다고 하는구나. 아빠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탈북한 지 몰랐어. 북한 인구의 약 0.1%라고 하는데…. 이들은 우리나라나 중국 등지에서 일을 하게
될 거야. 그런데 그들이 번 돈을 다시 북한으로 보내기도 한다는구나.
아빠는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브로커를 통해서 북한으로 돈이 엄청 들어간다고 하는구나. 중국과 북한의 북경을 중심으로 돈이 유입되고 있대.
….
그리고 알게 모르게 민영사업도 활발히 이루어져 있고, 고위인사들도
모두 자기 사업들을 하고 있대. 김씨 집안들의 사람들도 중국의 고급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는구나. 그리고 외국에 있는 한식 식당의 많이 보유하고 있대. 그러면서 평양에도
부를 과시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들은 스마트폰과 명품을 가지고 다닌대.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을 평양과 맨해튼을 합성해서 평해튼이라고 부른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온 소식들이구나. 이처럼 북한에 대한 정보는 너무 적었던 거야.
2.
그렇게 돈이 생기다 보니 여가 생활을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싶구나.
여가 생활의 대표적인 것이 아무래도 텔레비전이 아닐까? 하지만 북한의 텔레비전 채널은 그리
많지도 않고, 재미도 별로… 그러면 어떻게 하겠어? 재미있는 해외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들을 볼 수만 있다면
보겠지. 그렇게 불법으로 해외 매체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대. 북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본다고 생각하면 돼. 예전에는 DVD로
반입이 많이 되었는데, 최근에는 USB를 통해서 반입이 많이
된대. 아무래도 USB는 크기도 작고, 썼다 지우는 것도 되니 얼마나 편하겠니.
한국드라마, 한국영화, 그
밖에 외국 매체들을 많이 본다고 하는구나. 이런 것들이 탈북에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래. 그런데 한가지 문제점…. 인터넷이 특히 제한적이라는 거야. 한국 드라마나 외국 매체들을 접하는데 인터넷만큼 편한 게 없을 텐데 말이야.
그래서 USB를 통한 파일 공유가 엄청 활발하대.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USB는 인터넷을 대신한다고 할 수 있어.
…
북한에서는 음주가무를 즐기는 편이야. 음주가무는 아무래도 우리 민족의
본성인데, 그것을 억압한다고 어디 가겠니. 그러다 보니 밀주가
관행이고 이런저런 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하는구나. 노래방 기계를 가지고 있는 가정도 꽤 있대. MP3 플레이어도 보급이 되어 외국음악도 많이 접하고 있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가요를 많이 듣는다고 하는구나. 지난 달에 평양에서 우리나라 가수들의 공연들이 있었는데, 관객들이 우리나라 노래를 많이 따라 불렀다고 들었어. 이렇게라도
계속적인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구나.
….
지난달 성공적으로 마친 평창올림픽에 북한에서 모란봉 악단이 와서 공연을 했었어.
그 악단의 악단장이 현송월이라는 사람인데, 이 책에서 현송월에 대한 이야기도 하더구나. 현송월은 김정은의 전 여친이었는데, 김정은의 부인 리선주에 의해
제거되었다는 소문이 한동안 있었대. 그러다가 모란봉 악단의 단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그리고 올해 평창 올림픽에 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까지
주고 갔어.
…
북한에서는 기본적으로 국내여행에도 불법이야. 전에 북한 작가 반디가
쓴 <고발>이라는 소설집에서 북한에서 여행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알게 되었었지. 자신의 지역 밖을 나가는 것도 허가가 필요하니 여행은 언감생심이겠지. 그런데, 자본주의가 유입되면서 조금씩 바뀌기는 했대. 사업 때문에 가는 여행객은 허가가 쉬워서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대. 물론
뇌물이 작동해야 했지. 신흥 상업 계급들도 서서히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대. 그러서인지 평양에서도 교통 체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대… 그래.. 북한도 서서히 변해야지, 언제까지 멈춰 있을 거냐.
…
담배는 어떨까? 김정일은 담배를 그렇게 싫어했다는구나. 그래서 21세기 3대
바보들을 흡연자, 컴맹, 음악을 즐기지 못하는 자들이라고
했다는구나. 그런데 김정은은 애연가라 하는구나. 아버지 말을
안 듣는 아들이었나 보구나.^^
3.
이 책에서는 북한의 자본주의에 의한 변화뿐만 아니라 그들의 권력구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어.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권력 이양이 될 때도 쉽게 넘어간 것은 아니래. 김정일이
권력을 잡는데 숙부 김영주가 큰 장애물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김정일이 끌어들인 인물이 매제 장성택이었어. 김정일의 두뇌 역할을 했다는구나.
그런데 김정은은 권력을 잡자마자 여러 인사들을 숙청했는데, 그 중에
장성택도 포함되었잖아. 장성택이 죽었을 때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대서특필했던 기억이 있구나. 그것은 김정은 혼자 결정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지금 김정은은 혼자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래.. 정확히 누가 책임을 지고 있는지 말하기 어렵다고
지은이는 이야기하고 있단다. 김정은과 그의 친척, 조직지도부
고위 인사, 그리고 이들의 신임을 받는 군 고위 인사와 당관료. 이들의
연합체가 아닐까 추측을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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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사실 지금 현재 누가
북한을 ‘책임지고’ 있는지는 말하기가 어렵다. 확실히 김정은 막강하다. 김씨 일가의 다른 개인도 힘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북한에서 절대적이지 않다. 그들 외에도 김정은의 부친
김정일이 구축한 막후의 권력 구조가 존재한다. 그런 구조 위에 김정은 자신도 제한된 권위를 물려받은
것이다. 이 권력 구조의 명칭은 조직지도부(OGD)다. 장성택의 처형을 김정은의 단독 결정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그 일로 인해 조직지도부가 얻을 게 훨씬 더 많았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동시에 조직지도부는 일반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수장도 없는 조직인 데다, 여기에 혼란을 더하는 점은 조직원 중
일부는 진짜 조직지도부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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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정은이 국내외적으로 많이 얼굴을 비치고 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이유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
북한의 여러 정치 조직에 대한 설명도 있었는데, 국가안전보위부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대한 설명은 책의 내용으로 대신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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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국가안전보위부가 일단
당신을 소환하면 인생은 영원히 바뀌고 만다. 그 시점에 이르면 당신은 사실상 어떤 반국가 활동을 한
정치범으로 확정이 된 것이다. 기적적으로, 힘 있는 사람이
개입된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당신은 약식 공개 재판에서 죄를 ‘자백’하게 되고,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진다.
그 후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남아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가족도 따라갈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것이다. 결정은 국가안전보위부가 내린다. 적정한
혹은 투명한 법적 절차라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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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북한 사람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장면을 텔레비전에 보면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북한에도 핸드폰이 있네… 이러면서 말이야. 하지만, 이미 1998년에
핸드폰을 사용했대. 그러다가 2004년에 금지를 시켰고… 그리고 2008년에 다시 이집트 통신사와 합작하여 고려링크라는 통신사업자를
만들었대. 200만 가입자가 있고, 이제 스마트폰도 많이들
사용한대. 단, 국제전화와 인터넷은 안 된다고 해.
하지만 국경 근처에서는 중국이동통신망을 이용해서 국제전화와 인터넷을 한다고 하는구나. 물론 불법이고 걸리면 뇌물로 해결하면 되고… 불법폰으로는 외국산
스마트폰보다는 삼성, LG 핸드폰을 선호한다고 하는구나. 한글로
되어 있어서…
…
라디오 방송의 경우 남북한 모두 상대방 라디오 방송은 잡히지 않게끔 되어 있어.
하지만 북한의 장마당에서는 외국산 라디오가 거래되고 있대. 그리고 사업가들에게 라디오는
중요한 매체라고 하는구나. 국제 정세를 미리 파악해야 어떤 물건값에 영향을 주는지 파악할 수 있대.
…
자, 그럼 북한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까? 이 책의 원서가 출간된 것은 2015년이란다. 그때만 해도 남북 관계도 좋지 않고, 북미관계도 좋지 않던 시절이잖아. 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들은 비교적 정확한 예측을 하고 있더구나. 마치 2018년의 봄을 예견한 것 같았어.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지은이들은 북한은 점진적인 국가 개방을 할 것이라고 했어.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2017년 8월에 이 책을 읽은 이들은 지은이들의 예측이 희망 섞인 이야기라고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작년에는 남북관계가 무척 안 좋았으니까. 툭하면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려서 주변국들을 긴장하게 만들었잖아.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예측이 어쩌면 맞겠다 싶었어. 그것도 아주 가까운 미래에 말이야…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북한을 오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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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253)
동시에 북한이 처해 있는
보다 광범위한 지정학적 환경이 놀랄 만큼 잘 균형 잡혀 있다. ‘미치광이’ 평양이 한국이나 심지어 미국에 핵공격을 벌일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는 그런
자살 공격을 고려할 아무런 동기가 없다. 북한 지도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이성적인 것은 아니다. 더구나 미국과 한국 역시 북한에
대한 공격을 자제할 분명한 동기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중국의 현상유지
지지다. 중국 정부는 최근 북한 정부를 불만스럽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가 북한을 한계점까지 몰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수년간 계속된 제재에도 평양에 사치품이 넘쳐나고 나아가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단기 혹은 중기적으로 볼 때 북한에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는 현 정권 지배하에서의 점진적은 국가 개방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은 이윤을 추구하는, 그러면서도 여전히 봉건적이고 전통적인 ‘사회주의 낙원’ 북한은 오래전부터 바깥세계를 놀라게 할 힘이 있었다. 앞으로 10~20년 후 북한이 어떤 모습일지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때까지 우리는 당혹감과 희망이 뒤섞인 심정으로 계속 지켜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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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북한의 초반 성공에는 또 다른 결정적 요인이 있었다. 옛 소련과 중국의 지원이다. 냉전 시기 내내, 북학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양국을 영리하게 이간질해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사랑의 삼각관계’에서 교묘히 이득을 추구함으로써 고래들 사이의 새우 신세인 자신의 약점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했다. 나중에 후대 정권이 중국과 미국의 우려를 활용해 이익을 취한 능력에서도 반복된 이 전략 덕분에 북한은 중소 양국으로부터 지속적인 구호를 얻어 낼 수 있었고, 이는 국민의 식량배급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북한 정부는 주민들이 이 모든 것을 김일성의 후덕함에서 나온 것으로 믿게 만들 수 있었다.
(72) 최근 평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시내에서 ‘태블릿 발견하기’ 놀이를 즐긴다. 북한 엘리트들 사이에서 중국에서 구입한 태블릿은 재미있는 장난감이자 신분의 상징이다. 이른바 평해튼의 젊은 거주자들이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의 모바일 기기를 가지고 노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됐다. 북한 정부도 개발에 착수해 독자 모델인 안드로이드 태블릿 삼지연을 생산했다. 하지만 삼지연은 진정한 북한산은 아니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이고 내부 회로는 중국 회사 예콘에서 가져왔다. 가격은 200달러인데, 평양 무역박람회에서 한 대를 구입한 소식통은 ‘앵그리 버드’와 PDF 파일 리더, 미리 내려받은 전자책 약간이 갖춰진 상태였다고 설명한다. 기능은 국제적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태블릿과 비슷한데, 한 가지만 예외다. 삼지연에서는 와이파이 기능이 없다. 와이파이는 북한 내부에서 전혀 쓸모가 없는 사양이기 때문이다.
(195) 김정은의 아니 리설주는 일종의 유행 선도자다 리설주의 스타일은 평양의 신흥 부유층 여성의 전형이면서 지나치게 현란하지는 않은 수준이다. 흥미롭게도 리설주는 가끔씩 공식 행사에서 김일성 배지를 달아야 할 자리에 브로치를 단다. 또한 바리 정장을 입고, 심지어 하이힐도 신는다. 하이힐은 북한에서 최근까지도 문란하다는 이미지를 주었지만 이제는 여성성을 나타낸다. 리설주는 최고 지도자의 부인인 데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있기 때문에 의상에 관한 한 젊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모란봉악단 역시 비슷하다. 김정은이 직접 창단한 것으로 알려진 악단의 단원이 짧은 치마를 입는다는 건 주민들도 옷차림에서 덜 보수적이어도 된다는, 사실상의 청신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01) 북한 사람이 한국 사람을 멋있어 하고 따라 하고자 하는 모습은 상식적으로 반정부 행위로 여겨진다. 하지만 북한 사람도 한국 사람이 키도 크고 잘생겼으며, 자기네보다 훨씬 더 나은 수준의 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논평가들은 북한이 개방을 하게 되면 북한 사람이 한국의 우월한 삶의 질에 대해 ‘알아 버리게’ 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 정부로서는 경제개혁을 결코 추구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북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바로 북한 주민의 정권 전복 의지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북한 사람은 정권 전복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질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경제개혁과 개방을 추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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