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왼손 그리폰 북스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서정록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구판절판


예언자 두 사람이 아무 말 없이 뒤로 물러 나왔다.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왼손을 들어 간간이 마룻바닥을 열 번, 또는 스무 번씩 쳤다. 그리고는 다시 제자리로 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들을 전에는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광대'라고 고스가 말해 주었다. 그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고스는 그들을 '시간분해자'라고 불렀다. 그것은 정신분열증을 의미하는 말 같았다. 카르하이드의 정신분석자들은-비록 마음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아 좀 눈먼 외과의사 같은 점이 없진 않지만- 약이나 최면술, 국부충격, 한랭요법 그리고 다양한 정신적 치료법 등을 재치 있게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이들 두 정신병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지 물어보았다.
"치료라고요? 가수의 목소리를 치료하시겠다는 겁니까?"-93쪽

"이것은 에큐멘의 관습이고 거기에는 이유가 있지요. 물론 제가 그 이유를 다 헤아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여러분을 위해서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이렇게 혼자 옴으로써, 즉 이렇게 완전 무방비 상태로 나타남으로써 당신들에게 위협을 주는 일도 없을 것이고 균형을 깨뜨릴 일도 없게 됩니다. 다시 말해 침입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신의 입장인 것이지요. 사실 여기에는 그 의상의 의미가 있어요. 즉 저혼자서는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가 없지요. 오히려 제가 변화되면 되었지 말입니다. 혼자이기 때문에 나는 내 입장을 설명하기에 앞서 여러분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지요. 혼자인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면 그것은 절대로 비인격적인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또 정치적이 될 수도 없고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관계, 그래서 정치 이상의 고나계, 아니면 그 이하의 관계가 될 뿐입니다. '우리'와 '그들'의 관계도 아니고 '나'와 '그것'의 관계도 아닙니다. 바로 '나'와 '너'의 관계이지요.-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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