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펼쳐보는 세계사연표 그림책>, <어제저녁>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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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구름빵으로 처음 만나게 된 백희나 작가님.
나무에 걸린 구름으로 빵을 만들어 먹는 기발한 발상으로 많은 이를 즐겁게 해 준
그 분의 새로운 작품을 마주하며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외출 준비로 한창 바빠 보이는 얼룩말이 눈길을 끈다.
어이쿠! 그런데 줄무늬가 이 멋진 친구.
파란색 문과 코트에 대비되는 빨간색 목도리를 멋들어지게 두르고 어딜 나가려고 하기에
책표지서부터 등장을 하셨나? (보통 책장 안에서부터 스토리는 전개되기 마련인데 말이지.)
굳이 정각 6시에 스케이트를 타러 가기 위함이라는 설명이 없어도
하얀 스케이트와 벽에 걸린 시계가 얼룩말 친구의 행선지를 이미 예고해 주는 듯하다.
그런데 스케이트장으로 향하려는 그 시각 주위에선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407호 개들의 집에서 참새 때문에 양말이 떨어지고 양말을 잃은 개들은 컹컹 짖으며,
그 소리에 놀란 아기토끼들은 흥분해 날뛰고 양 아줌마는 열쇠를 아줌마의 깊고 큰
털 속으로 빠뜨린다. 스케이트를 타러 가던 얼룩말이 양 아줌마를 돕고
407-1호의 생쥐가 주운 양말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양말을 찾은 개가 컹컹 짖는 대신 노래를 시작하니 이웃들은 그 노래를 배경으로
다시금 안정된 일상을 찾는다.
현실로 돌아오니 해가 까무룩 하고 넘어간 시간. 저녁이 되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남겨진 그릇들을 깨끗하게 설거지 해놓고
재잘거리며 계속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다독여 꿈나라로 보낼 준비를 한다.
양치질을 하면서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깔깔거리는 모습에 웃음도 나고.
이것이 일상적인 우리 집 저녁의 모습이다.
이토록 평온한 일상이 늘 감사하면서도 머릿속 한켠에 이런 생각이 든다.
뭐 재미난 일 없을까? 다른 집도 비슷할까 싶어 마실 나가고픈 마음도 생긴다.
그런데 일 년을 훌쩍 넘게 살아온 현재 아파트에서 이렇다하게 친한 이웃이 없다.
그저 안녕 하냐고 인사하는 정도? 그래서 한 번도 이웃집에 놀러간 적도 없다.
이런 사실 때문에 마실 나갈 용기는 없고 대신 현관문을 빼꼼 열어본다.
문을 여니 칙탁칙탁 하면서 압력밥솥 추가 돌아가는 소리도 희미하게 들리고
찌개인지 국인지를 끓이는 냄새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저녁준비 대신 배달음식을 먹기로 했는지 배달원이 어느 집인가를 방문하는 소리도
들린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모두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하지만 그 나름의 삶은 고립된 것이 아닌 연결고리로 이어져 하나의
예쁜 결정체를 이루게 된다는 걸 이 예쁜 그림책으로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이 그림책뿐만 아니라 백희나 작가님의 모든 그림책에 매료됐다.
구름빵, 달 샤베트, 팥죽 할멈과 호랑이 등 특유의 상상력과 따스함이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번 책에선 양 아줌마가 울샴푸를 사오는 장면과 오리 유모가 아기 토끼들에게
읽어주는 책이 바로 달 샤베트라는 점이 유쾌하리만큼 재미있다!
작가님 센스가 정말 대단하시다는.
내가 어렸을 때 상상했던 것들을 오롯이 책 한 권에 담아냈다.
어쩜 이렇게 마음을 잘 읽으실까? 아이 둘을 둔 엄마가 된 내 마음도 이러니
나의 아이들은 오죽하겠나싶다. 책을 보자마자 자기들 거라고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봤으면 백 작가님 무지 기뻐하셨을 듯.
어느새 밤이 깊었다. 조용히 앉아 있으려니 아스라이 이웃집에서 이런 저런 소리가
들려온다. 가끔 어느 집에선가 다투는 소리가 들릴 땐 마음이 아프지만.
내가 모니터 앞에 앉아 리뷰를 쓰는 동안 그렇게 우리들의 삶은 각자,
그리고 함께 동글동글 구르고 있다.
즐거웠던 오늘 저녁시간. 이거 내일 저녁도 벌써 기대되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