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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독서 - 바람구두 인생 서평
전성원 지음 / 뜨란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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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와 서평의 모범이라 단언하고 싶다.
한 학기 동안의 좋은 강의를 들은 기분이다.
저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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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의 위로
조안나 지음 / 지금이책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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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은 이 시각 방안 침대에 머리맡에 앉아 ‘밤엔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저자의 말에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책장을 펼친다.

 

저자가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 중에 37권을 선별하여 엮은 이 책은 상황에 따라 다시 책장에서 손을 뻗게 만드는 책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의 취향이 나와 다른 만큼 공감 가는 내용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각 편의 내용의 호불호를 떠나서, 그런 상황에 어떤 책을 꺼내 들고 싶을까 나름대로 고민해보는 매력이 있다하겠다.

 

책의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일종의 의무감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다 결국은 손이 멈춰버렸다.

 

7년이 지나 다시 나오는 개정판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길고 수식어가 많던 문장 대신 간결하고 감정을 덜어낸 짧은 문장으로 글을 채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세월에 따른 저자의 변심이 이번 개정판에서도 손을 본건지는 모르겠지만, ‘혐오스럽고도 사랑스럽다’느니 ‘소시민의 아집’이니 같은 말들이 문장마다 도처에 숨어 있어 읽기가 점점 거북해졌다.

 

알랭드 보통에 대해 ‘지적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허영심을 달래주는 작가라고 평하면서 정작 본인이 그런 전철을 되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책 내용과는 별개로 책 편집상에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것들이 눈에 띄었다.

 

개인적으로 글의 중간에 사진이나 삽화가 나오는 책들을 선호하지 않는다. 사진이나 삽화가 주가 되는 책이 아닌 이상은.

더구나 사진이나 삽화 밑에 본문의 글을 이중으로 또 넣는 것을 싫어한다.

글에서 읽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상상의 활로를 제한하기에 그렇다. 사진 하단에 글까지 있으면 이 글이 이런 사진의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명시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서도 그런 사진들을 굳이 삽입해야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실정이다보니 점점 책을 읽어나가기가 버거워졌다.

 

저자의 형식을 빌려 나름대로의 팁을 적어보며 마무리한다.

 

 

<책장의 위로>를 읽고 나서 실천하기

1. 내 책장에서 위로가 되는 책들은 무엇인지 찾아보자.

2. 리스트를 만들어 그런 상황이 되면 해당되는 책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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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ige et fac quad vis.

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

 

지금 내 카톡 프로필에 쓰여 있는 경구다.

책을 덮고 나서 뭔가 하나는 내 것으로 삼아야겠다 싶은 마음에 골랐다.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는 책들은 많이 있고, 그런 류의 책들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어차피 읽어봐야 그 내용이 그 내용이니 말이다.

 

사무실 도서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우연히 집어 들고서는 다카다 아키노리의 [펼쳐 보기]를 해 보았다. 읽어볼 만하겠다 싶어서 사무실 내 자리에 두고 짬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었드랬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저자가 선생 노릇(?)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뭔가를 일부러 가르치려하지도 않고,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라틴어 경구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 자신도 실천하지 못 할 허울뿐인 말장난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모두 28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고, 아무때고 펼쳐서 한 꼭지씩 편안하게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한 번에 몰입해서 읽기에는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위의 경구의 뜻은 이렇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매사에 시간도 없네, 돈도 없네 투덜거리는 내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살아있는 이 존재의 삶을 사랑하고,

내가 처한 조건하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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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바다
이언 맥과이어 지음, 정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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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날 것의 비린내가 진동한다.

소설의 첫 문장은 바로 이렇다.

보라.

이렇게 아주 단순명료한 첫 문장은 거의 처음 보는 듯하다.

영어 원문은 무슨 단어일까?

see. 이려나.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첫 문장을 바라보니 바다가 떠올랐다.

sea. 발음이 같은 바다를 말함이 아닐는지.

보라. 바다를.

그렇다. 이 소설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북쪽 바다로 떠난 고래잡이배 볼런티어호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그리고 있는 것이 이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배를 타본 경험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망망대해에서 고래잡이를 하는 선원들과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해준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욕지기들과 거친 모습들이 더더욱 현실감을 부여한다.

고래를 잡아 배에 선적하는 과정은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부빙위에서 벌어지는 북극곰 사냥도 그러한 잔인함에서 예외일 수 없겠다.

인도 세포이항쟁에서 군의관으로 참전했다가 불명예스럽게 퇴역한 섬너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뭔가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작살수 드랙스

섬너 대 드랙스

이 둘이 선과 악의 대척점일까?

섬너라는 인물이 묘하다.

뭔가 우유부단한 성격이지만 일단 행동으로 나서는 순간 주변 상황이 돌변한다.

인도에서도 같이 행동한 군의관 중에서 혼자 살아남았고

난파된 볼런티어호에서도 그만 살아남았다.

애나가 묻는다.

“당신은 도대체 뭐죠?”

“당신 빼고, 다 죽었어요. 왜 당신만 사는 거죠?”

섬너가 답한다.

“이유는 없어요.”

추운 얼음위에서의 사투로 조금은 지루해질 수도 있던 소설은 이 포경선의 항해에 큰 그림을 그린 백스터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급격하게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소설의 결말이 해피엔딩인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섬너에게는 그럴지도.

동물원 북극곰은 알고 있을까?

ps. 번역자가 ‘가만한’ 이라는 단어의 마니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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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의 피크닉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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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문외한인 내가 그것도 이름도 생소한 러시아 작가의 SF소설을 읽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요즘 러시아 문학 작품에 꽂혀있기 때문이 아닐런지...


대충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외계의 생명체가 지구에 방문했는데 그 방문기간이라는 게 뭐낙에 순식간이었나보다. [V]에서처럼 인간의 탈을 쓰고 지구인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방송을 한 것도 아니고, [배틀스타 갈락티카]에서처럼 인류의 조상이 된 것도 아니다. 이 친구들은 지구의 여섯 곳에 자기들이 왔다갔다는 흔적만 남겨놓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그 여섯 군데, 소위 구역이라는 곳은 기존 물리학으로 설명이 안되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고 구역을 관리하려는 당국과 그에 맞서서 구역에 남겨져있는 물건들(외계생명체가 버리고 간 물건들)을 차지하려는 소위 스토커들의 이야기다.


전체 네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소설의 첫 부분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발렌타인 필먼 박사의 인터뷰 내용이 서문격으로 짤막하게 소개되고 있다.

구역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방문자의 정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러 왔는지, 왜 그렇게 잠깐 머물렀는지, 그 후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류가 우주의 외로운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분명히 알게 됐다는 게 중요하지요.


이 부분을 읽고 바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이 떠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려나. 해왕성 궤도 밖에서 보이저2호가 지구를 향해 찍은 사진 한 장. 이 광활한 우주에서 조그맣게 빛을 내고 있는 이 지구별이 혼자가 아니라는 필먼 박사의 소감에 과연 어떤 외계생명체가 여섯 곳의 구역에 다녀갔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본격적으로 소설로 들어가면 세 챕터(1, 2, 4)는 전문 스토커 레드릭 슈하트의 이야기가 시기별로 이어지고, 한 챕터(3)는 소설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누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3챕터에서의 누넌과 필먼 박사가 나누는 대화가 소설의 제목을 설명해주는 핵심이라고 본다.


필먼 박사는 여러 가지 가정이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로서, 구역은 외계생명체가 잠깐 피크닉을 다녀간 곳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교외로 나가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면서 음식물이나 기타 잡동사니들을 버리고 혹은 흘리고 오는 것처럼. 인간이 버리고 간 물건들을 동물들이 이해할 수 없듯이 구역에 버려진 물건들도 우리 인간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누먼은 그럼 우리 인간이 그렇게 하찮은 존재인가라고 반문한다. 그렇다. 지역, 종교, 이념 등등의 각종 분쟁들이 끊임없이 자행되는 지구도 우주 전체에서는 조그만 하나의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


스토커 활동으로 감옥에도 다녀오고 후유증으로 인한 유전적인 변형도 자녀에게 전이되는 슈하트는 현금 50만을 약속받고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전설로 전해져오는 금빛 구체를 찾아 마지막(?)으로 구역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구리빛 구체를 바라보며 소원인 듯 소원 아닌 마지막 멘트가 공허한 메아리로 소설을 끝맺고 있다.


SF소설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고, SF영화들만 더러 보아 왔기에 소재 자체가 기존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것들과는 차별성이 있다고 하겠다. 많은 영화들을 본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로 본 [스타게이트]가 떠오른다.

동명의 영화가 대흥행되어서 TV드라마 시리즈물로 여러 시즌으로 방영된 [스타게이트]는 각 편 마다 새로운 외계행성으로 가서 그 곳의 생명체들과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지는데, 인류에 호의적인 행성도 있고 적대적인 행성도 있고 그리고 전혀 인류가 생각할 수 없는 존재로 보여지는 외계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도 있다. 어떤 알 수 없는 물질들 때문에 고통을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드라마가 소설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이 우주 어딘가에 인류와 비슷한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 조그만 지구별에서 우리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것은 허황된 꿈이려나...


모두에게 행복을 드려요! 공짜로 드려요! 기분 상한 채로 돌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에요!


이 마지막 문장은 작가가 자기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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