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관념이 아니라 관능으로 작동하고 관능은 감각으로써만 소통된다. 맛은 개념이 아니고 기호가 아니고 상징이 아니다. 맛은 인간과 자연의 직거래이다. 맛은 정의가 아니고 불의가 아니다. 인간은 맛을 통해서 자연에 사무치고 저 자신의 육체를 자각하게 되는데, 이때의 인간은 개인이며 또 공동체이다. 음식을 먹을 때, 맛은 혓바닥에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데, 인간의 마음은 맛이 사라져가는 목구멍의 안쪽을 따라간다. 개별적 인간의 목구멍으로 넘어간 맛이 공동체의 정서와 공동체의 독자성을 이룬다.
평양냉면, 함흥냉면, 전주비빔밥, 남원추어탕, 충무김밥 같은 음식 이름은 개별적 관능에서 공동체의 정서로 넓어져가는 맛의 사회적, 역사적 전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