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차곡차곡 - 2021 에즈라 잭 키츠 수상작
하이디 우드워드 셰필드 지음, 이현아 옮김 / 책연어린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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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깨 위에 무등을 탄 아이의 표정도 아이를 태운 아빠의 표정도 참 환합니다.

덕분에 책 자체가 참 환하고 친근한 표정으로 다가오는데요.

<아빠와 차곡차곡>이라는 제목은 아이가 아빠와 함께 무엇을 차곡차곡 쌓았을까 궁금하게 하네요.

아마도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한 시간의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인 게 아닐까 짐작하게 되는군요.

그럼 지금부터 책 속 두 사람을 따라가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의 아빠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군요.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도시를 짓는 아빠가 아이는 그저 자랑스러운가 보네요.

힘 세고, 돌처럼 단단한 팔로 뚝딱뚝딱 벽돌을 하나씩 올려 어느새 높은 건물을 완성하는 아빠가 대단해 보이겠지요.

온전히 땀을 흘린 노동의 댓가로 삶을 일구는 정직한 한 사람.

그런 아빠처럼 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아이는 아빠를 보며 쌓아올릴 것 같습니다.



아이의 눈에 아빠는 높은 곳에 올라기 일하며 하늘을 매만지는 사람이기도 한데요.

그런 아빠의 모습을 따라 작은 손을 뻗어 하늘을 만지작거리며 노네요.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모습은 동경의 대상이고 삶의 모델이 되기도 합니다.

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려 커다란 건물을 완성하는 아빠처럼, 아이도 기초부터 차근차근 상상과 지식의 세계를 구축해 가는 모습에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싶어지네요.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이 가족에게는 하나의 꿈이 있지요.

바로 엄마가 좋아하는 정원이 있고 아이가 좋아하는 강아지도 키울 수 있는 바로 '우리 집'

비로소 '우리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소를 바라는 것은 아마 모두의 꿈이기도 할 텐데요.

아빠가 쌓아올리는 것도, 아이가 쌓아올리는 것도 사실은 모두가 '우리 집', 다른 말로 '행복한 우리 가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빠와 아이가 차곡차곡 쌓아올린 꿈은 마침내 완성이 되어 한 가정이 숨쉬고 자라는 공간의 형태로 모두를 품어주는데요.

노력의 결과가 우리를 배신하지 않고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마지막 장면이 그래서 더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아빠와 아이가 차곡차곡 꿈을 쌓듯이 작가님도 차곡차곡 콜라주를 쌓아올려 만든 그림책 <아빠와 차곡차곡>

꿈을 향한 노력이 하나 하나 쌓여가는 과정이 책이 만들어지는 동안에도 쌓여갔기에 우리 손에 놓인 이 책의 무게가 묵직한 게 아닐까 싶은데요.

아빠에서 아이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이 꿈의 축적을 보며 우리가 정말 물려줘야 할 유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노력과 정신 그리고 행복 같은 진정한 가치와 본질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이 책의 미덕도 묵직하게 다가오기에 우리들 마음에 차곡차곡 들어오는 책의 이야기가 우리 안에 흔들림 없이 묵직하고 묵묵하게 쌓이겠네요.

<아빠와 차곡차곡>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우리들 눈 속에 그리고 마음 속에 '차곡차곡'이라는 단어가 빈틈없이 쌓이는 소중한 시간이 모두에게 차곡차곡 쌓이기를 바라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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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밀 통로 - 2022년 랑데르노상 그림책 부문 수상작 국민서관 그림동화 258
막스 뒤코스 지음, 이주희 옮김 / 국민서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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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뚫린 네모난 구멍으로 우리를 향해 손전등을 비추고 손가락질을 하는 두 아이가 보입니다.

독자가 궁금한 세상에 사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역으로 책 밖의 세계를 궁금해 하는 것 같은 이 전복에 표지부터 그냥 소름이 쫙~

어쩌면 작가님에게는 이 책 자체가 우리에게 비밀 통로가 된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란 추측을 해보게 되는데요.

과연 제 짐작이 맞을지 진짜 <내 비밀 통로>를 찾으러 출발해 볼까요? ^^



비 내리는 일요일, 정말 비밀 통로 찾기에 딱 좋은 날이네요.

리즈와 루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커다랗고 오래된 집 안에서 심심하고 지루하고 따분해 죽으려고 합니다.

그런 두 아이에게 할아버지는 '내 비밀 통로'를 찾아보라고 하고 그렇게 두 아이의 비밀 통로 찾기는 시작되지요.



2층 할아버지 방에서 시작된 탐색은 할아버지가 어릴 때 갖고 놀던 골동품 기차와 욕실에서 타일을 뜯고 찾아낸 명화 몇 점, 서재 벽난로 속에 있던 보물상자, 지하실 아래 숨겨진 중세 기사의 무덤에서 발견한 기드온의 검까지 점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두 아이가 집 안을 거의 샅샅이 뒤진 것 같은 그 어디에도 할아버지의 '내 비밀 통로'는 보이지 않아요.



포기하고 싶어진 두 아이에게 할아버지는 '내 비밀 통로'가 바깥에 있는 것 같다고 하는데요.

우비와 장화 그리고 꼭 찾아내고 말겠다는 굳은 믿음과 의지로 무장을 하고 나서는 리즈와 루이.

정원 깊숙한 곳, 오래된 떡갈나무 근처에서 땅굴로 통하는 구멍을 마침내 찾아내지요.

이번엔 진짜 할아버지의 비밀 통로를 발견한 걸까요?



깊은 땅 속에서 발견한 것은 선사 시대 동굴!

비밀 통로를 찾기 위해 집 밖의 세상으로까지 나온 두 아이에게 어울리는 참 엄청난 발견이 아닌가 싶은데요.

어쩌면 인류는 시작부터 '내 비밀 통로'를 찾는 여정을 해왔다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더군요.

어쨌거나 이 선사 시대 동굴도 할아버지의 비밀 통로는 아니었고요.

때마침 등장한 할머니가 엄청난 힌트를 알려 주신답니다.

자, 과연 두 아이는 '내 비밀 통로'를 찾을 수 있을까요?



사실 처음엔 단순히 심심한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오락거리를 주려고 할아버지가 그냥 한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비밀 통로'라는 단어 하나가 등장하자 여태 심드렁했던 밋밋한 일상의 모든 장소들이 갑자기 입체적이고 비밀스러워 보이는 마법이 시작됩니다.

'내 비밀 통로'는 그 마법의 주문이었던 거지요.

그리고 사실 아이들이 발견한 모든 통로는 어떤 의미에서 모두가 다 비밀 통로였어요.

다만 '내 비밀 통로'가 아니었을 뿐이지요.

각각의 비밀 통로를 통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어떤 역사를, 어떤 삶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가장 결정적인 할아버지의 바로 그 '내 비밀 통로'는 할머니 덕분에 정체를 드러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비밀 통로 자체가 가진 반전이 모두를 웃게 만들기도 하고, 책 속의 인물들과 책 밖의 우리들을 무한대로 연결해 주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지요.

(저는 르네 마그리트와 에셔의 작품이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무엇보다 제목이 단순히 '비밀 통로'가 아닌 '내 비밀 통로'라는 점도 저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사람이 아닌 나만의 비밀 통로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음을, 이 책이 바로 책을 보는 나의 비밀 통로라는 것을, 또 한편으로는 또 다른 내 비밀 통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표지에 뚫린 네모난 구멍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리즈와 루이를 따라 <내 비밀 통로>를 찾으러 함께 가보는 건 어떨까요?

책 속의 세상과 책 밖의 세상이 연결되는 무한대의 <내 비밀 통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답니다.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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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말린 공주 풀빛 그림 아이
다비드 칼리 지음, 파티냐 라모스 그림, 박선주 옮김 / 풀빛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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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이 나오는 이야기라면 모름지기 샤랄라한 파스텔빛 드레스가 넘쳐야 하지 않나 대부분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여기 지금까지와는 색다른 공주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남다른 상상력을 펼치는 다비드 칼리 작가님의 공주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기대가 되는군요.

어두운 밤을 힘차게 달리고 있는 기사는 과연 어떤 공주를 만날까요?



옛날 옛날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가 살았다는 정말 옛날 옛날 이야기다운 시작.

밝은 하늘빛 눈동자가 투르말린 보석을 닮은 투르말린 공주는 탑에 갇혀 자신을 구해줄 용감한 기사를 기다립니다.

당연히 이 이야기에는 아름다운 투르말린 공주를 구하겠다고 나서는 수많은 기사들이 등장하고요.



다양한 색깔의 기사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공주를 구하러 나서는데요.

선홍색 루비 기사, 붉은 홍옥수 기사, 노란 황금 기사, 초록색 에메랄드 기사, 진한 파란색 청금석 기사, 자줏빛 자수정 기사, 노란 토파즈 기사, 검은색 오닉스 기사, 반짝이는 은 기사까지 도다양한 보석 기사들이 도전하지만 실패하고 말지요.

각자의 색깔이 뚜렷한 만큼 각자의 성격도, 실패한 이유도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모두 자신의 색깔로만 세상을 보다 공주를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은 같네요.

우리의 공주를 구해줄 용감한 기사는 대체 언제 등장하는 걸까요?



역시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자기 색이 뚜렷하던 지금까지의 기사들과는 달리 아무런 색도 없는 모든 걸 투명하게 비추는 크리스털 기사가 나갑니다.

흔들림 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집중하며, 겁내지 않고, 용감하게 공주를 향해 멈추지 않고 말이에요.

마침내 크리스털 기사는 공주와 만나는데요.

크리스털 기사가 투구를 벗자 공주는 더욱 기뻐하지요.

역시 해피엔딩은 언제나 마음이 놓이고 기분이 좋아지지만 이 그림책의 해피엔딩은 반전의 해피엔딩이기에 더 빛이 나는군요.

(반전의 해피엔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분명하게 자기 색을 가진 기사들 모두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결국 자기가 가진 하나의 색으로만 세상을 보는 이들이었기에 멀리 가지 못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에 투명한 크리스털 기사는 그 어떤 편견 없이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였기에 막힘없이 공주에게 닿을 수 있었던 거고요.

설사 다른 보석 기사들이 공주를 만났다 하더라도 기사나 공주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를 맞이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게다가 우리가 아는 기사라는 어떤 편견을 다비드 칼리 작가님은 크리스털 기사의 투구를 벗기는 순간 한번 더 깨뜨리지요.

반전의 해피엔딩에 얼떨떨할 수도 있지만 이런 해피엔딩이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이렇게 우리를 흔들어 놓는 이야기가 중요한 것은 살면서 굳어진 생각과 시선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우리가 아는 것은 여전히 세상의 일부이고 아직 모르는 수많은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두근거리기는 결말이기도 했어요.

얼떨떨하지만 두근거리는 정말 멋진 해피엔딩이 궁금하다면 투명한 생각과 눈으로 크리스털 기사를 따라오기 바랍니다.

예상 밖의 행복한 결말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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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와 커다란 케이크 시루 시리즈
권서영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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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쌀 덩어리'라고 놀림 받지만 최고의 디저트가 되기를 꿈꾸는 시루를 기억하시나요?

<시루의 밤>을 지나 <시루와 커다란 케이크>로 돌아온 하얗고 말랑말랑한 반죽 '시루'

빛나는 밤 하늘을 누비며 멋진 디저트가 되어가는 시루의 따뜻한 밤이 아이들의 밤을 반짝거리게 해주었기에 시루와의 재회가 더 반가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눈엔 그저 사랑스럽고 귀여운 시루가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달콤한 디저트들을 잔뜩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입에 침이 고이는 것 같네요.

침 한 번 꼴깍 삼키고 시루의 이야기를 들으러 갈게요. '꼴깍!' ^^



오늘도 제과점에서 쫓겨난 시루.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꾸 초코칩을 떨어뜨리는 초코쿠키를 만나게 되는데요.

쿠키 조각을 주우며 뒤따라가다 보니 처음 보는 마을에 도착하게 되지요.

그곳은 갈 곳 없는 디저트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었어요.



시루는 한쪽이 터져 자꾸 크림이 흘러내리는 크림빵을 위해 자기 반죽을 떼어 모자를 만들어 주고, 쪼개진 타르트를 리본으로 묶어주고, 오랫동안 오븐에서 일하느라 까맣게 탄 빵에게 용기를 주는 말을 건네며 친구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데요.

그러다 흐물흐물해 고민인 커다란 반죽을 친구들과 힘을 합쳐 도와 줍니다.



친구들 모두가 정성스럽게 반죽이를 주물러 모양을 만들고, 해님의 따끈한 햇볕으로 구워 마침내 완성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친구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커다란 케이크 집이 되었답니다.

포근하고 푹신한, 기분 좋아지는 달콤한 냄새가 나는 커다랗고 예쁜 케이크 집이요.

모두 함께 만든 이 케이크 집에는 이제 친구들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일 거예요.

시루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쓸모가 없다고, 완벽하지 않다고, 아름답지 않다고 쉽게 버림을 받은 친구들에게서 가치를,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시루의 특별함을 보며 제 마음도 함께 말랑말랑해집니다.

외로운 친구들이 모여 힘을 모아 함께 만든 커다란 케이크는 그래서 더 멋있고 맛있어 보이네요.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시루이기에 타인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또 소외받는 아픔을 경험했기에 소외받는 이들의 마음도 알아보고 안아줄 수 있는 시루의 다정함이 더 보드랍게 느껴지는 거겠죠.

최고의 디저트가 되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시루에게 지금의 너도 충분히 최고의 시루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스스로 자신을 누군가를 돕는 존재로 발견하는 빛나는 성장의 순간을 시루 덕분에 만날 수 있어 참 고맙기도 했지요.

내 꿈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서로 응원하며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달콤하고 폭신한 공동체를 이뤄가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궁금한가요?

그렇다면 시루와 친구들이 기다리는 달콤 폭신한 케이크 집으로 어서 놀러 오시면 된답니다.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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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빙산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13
차오원쉬엔 지음, 완완 그림, 신순항 옮김 / 한솔수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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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나요?

내 안에 온통 그것으로 가득해 다른 것은 하나도 보이지도 들리지 않는 그런 순간.

저는 꽤 자주 그러거든요. ^^

어쩌면 그림책 <새와 빙산>에서 그런 저를 마주하게 될 것만 같은데요.

새와 빙산이라는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 접점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이 두 존재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어쩌면 이 둘의 이야기에 또 마음을 빼앗길 것도 같습니다.



사납고 차가운 겨울의 추위가 새들을 따뜻한 남쪽으로 밀어내고 있네요.

바지런히 날아가던 새떼 사이에서 갑자기 큰 새 한 마리가 이탈을 하는데요.

친구들이 부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는, 무엇이 큰 새를 붙들었던 걸까요?

바다 위에 떠서 햇살에 반짝거리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빙산이었습니다.



빙산의 반짝거림에 마음을 빼앗겨 빙산 위에 내려앉은 큰 새.

황홀한 그 존재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은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아마 저라도 새처럼 빙산의 차가움 따위는 생각조차 못하고 내려앉았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이내 남쪽이라는 가야할 곳이 있음을 떠올리고 떠나려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잠깐 사이에 얼어붙은 발.

큰 새는 한참동안 온 힘을 다해 발버둥치지만 꼼짝도 하지 않지요.

이대로 큰 새는 빙산에 들러붙어 죽음을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요?

그런데 가만보니 빙산은 남쪽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큰 새는 빙산에게 남쪽으로 가면 바닷물이 따뜻해져 녹을 거라 걱정하지만 빙산은 밤낮으로 남쪽을 향해 흘러갑니다.


남쪽에 가까워질수록 빙산은 점점 녹고 차차 작아지는데요.

가는 길에 만나는 모두가 빙산을 말리며 빨리 북쪽으로 돌아가라고 하지요.

하지만 빙산은 그저 큰 새를 반드시 남쪽 고향에 데려다 줘야 한다는 약속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계속 남쪽으로 남쪽으로 흘러갑니다.

빙산에게는 자기 때문에 발이 붙어버린 큰 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을까요?

어쩌면 그래서 빙산은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존재였나 싶기도 하고요.

두 개의 마음이 흘러가네요.

남쪽으로 가야만 하는 마음과 북쪽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이 같이 말이에요.

이미 상당히 녹아 작아진 빙산을 보며 애태우는 큰 새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친구들이 기다리는 따뜻하고 아늑한 고향인 남쪽으로 가고 싶었던 처음의 마음은 이제 빙산이 사라질 위기와 함께 사라져 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자, 과연 새와 빙산은 어떻게 될까요?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고, 이토록 애절한 마음으로 그림책 속의 너를, 그림책 밖의 나를 동시에 들여다 보게 하는 그림책이라니요.

차디찬 빙산은 생애 처음으로 느껴본 새의 온기에, 그 온기의 따뜻한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큰 새는 빙산의 그 마음을, 그 사랑을 그러니까 빙산 그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임으로 두 마음이 하나가 되는 순간.

나보다 너를 위한 두 개의 마음이 함께 흘러 흘러 가다가 마침내 하나의 마음이 되는 그 따스한 순간을 펼치고 펼치고 펼쳐보면 어느새 우리들의 마음까지 그 따스한 온기가 번져올 거예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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