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빙산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13
차오원쉬엔 지음, 완완 그림, 신순항 옮김 / 한솔수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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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나요?

내 안에 온통 그것으로 가득해 다른 것은 하나도 보이지도 들리지 않는 그런 순간.

저는 꽤 자주 그러거든요. ^^

어쩌면 그림책 <새와 빙산>에서 그런 저를 마주하게 될 것만 같은데요.

새와 빙산이라는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 접점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이 두 존재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어쩌면 이 둘의 이야기에 또 마음을 빼앗길 것도 같습니다.



사납고 차가운 겨울의 추위가 새들을 따뜻한 남쪽으로 밀어내고 있네요.

바지런히 날아가던 새떼 사이에서 갑자기 큰 새 한 마리가 이탈을 하는데요.

친구들이 부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는, 무엇이 큰 새를 붙들었던 걸까요?

바다 위에 떠서 햇살에 반짝거리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빙산이었습니다.



빙산의 반짝거림에 마음을 빼앗겨 빙산 위에 내려앉은 큰 새.

황홀한 그 존재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은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아마 저라도 새처럼 빙산의 차가움 따위는 생각조차 못하고 내려앉았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이내 남쪽이라는 가야할 곳이 있음을 떠올리고 떠나려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잠깐 사이에 얼어붙은 발.

큰 새는 한참동안 온 힘을 다해 발버둥치지만 꼼짝도 하지 않지요.

이대로 큰 새는 빙산에 들러붙어 죽음을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요?

그런데 가만보니 빙산은 남쪽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큰 새는 빙산에게 남쪽으로 가면 바닷물이 따뜻해져 녹을 거라 걱정하지만 빙산은 밤낮으로 남쪽을 향해 흘러갑니다.


남쪽에 가까워질수록 빙산은 점점 녹고 차차 작아지는데요.

가는 길에 만나는 모두가 빙산을 말리며 빨리 북쪽으로 돌아가라고 하지요.

하지만 빙산은 그저 큰 새를 반드시 남쪽 고향에 데려다 줘야 한다는 약속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계속 남쪽으로 남쪽으로 흘러갑니다.

빙산에게는 자기 때문에 발이 붙어버린 큰 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을까요?

어쩌면 그래서 빙산은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존재였나 싶기도 하고요.

두 개의 마음이 흘러가네요.

남쪽으로 가야만 하는 마음과 북쪽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이 같이 말이에요.

이미 상당히 녹아 작아진 빙산을 보며 애태우는 큰 새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친구들이 기다리는 따뜻하고 아늑한 고향인 남쪽으로 가고 싶었던 처음의 마음은 이제 빙산이 사라질 위기와 함께 사라져 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자, 과연 새와 빙산은 어떻게 될까요?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고, 이토록 애절한 마음으로 그림책 속의 너를, 그림책 밖의 나를 동시에 들여다 보게 하는 그림책이라니요.

차디찬 빙산은 생애 처음으로 느껴본 새의 온기에, 그 온기의 따뜻한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큰 새는 빙산의 그 마음을, 그 사랑을 그러니까 빙산 그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임으로 두 마음이 하나가 되는 순간.

나보다 너를 위한 두 개의 마음이 함께 흘러 흘러 가다가 마침내 하나의 마음이 되는 그 따스한 순간을 펼치고 펼치고 펼쳐보면 어느새 우리들의 마음까지 그 따스한 온기가 번져올 거예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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