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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얼굴 ㅣ 사계절 1318 문고 139
조규미 지음 / 사계절 / 2023년 2월
평점 :
<금기>
아이들에게는 금기가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외모나 성격, 학업이나 생활 습관 등 나와 다른, 우리와 다른 무엇인가가 그 이유이다.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저 기분이나 분위기 때문일 수 있다.
1. 가람이에게는 수많은 소문이 붙어있었다. 가정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또는 의붓할머니와 함께 산다는 가정사와 왕따이면서 다른 사람을 불운하게 만든다는 소문. 이는 민채처럼 친구들 사이에서 주도적으로 소문을 퍼트리는 친구나 그를 묵인하는 친구들로 인해 기정사실이 되어간다.(행운의 별)
2. 고인이 된 아이돌 바준을 열렬히 사모하는 미단과 이를 꺼리는 친구들. 미단이 바준을 주제로 발표하는 동안 교실 분위기는 장례식장이 되어간다.(축구공과 응원봉)
3. 담임교사의 권유로 캠프에 참여하게 된 은성이. 도플갱어를 만나면 어느 한쪽이 죽는다거나 재수가 없어진다는 미신 같은 이야기를 믿는 조원들 덕분에 비자발적인 은둔 캠프를 맞이하게 된다.(똑같은 얼굴)
4. 외향적이지 않고 자기 방식을 고집하는 호빵은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없다. 그런데 학급 도난 사건의 목격자들이 하나같이 호빵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 분위기 속에서 호빵조차 스스로를 변론하지 못하게 된다.(그 애의 사물함)
<선입견>
선입견이라는 것은 얼마나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제약하는지.
다영(행운의 별)이나 은성이(똑같은 얼굴), ‘나’(그 애의 사물함)처럼 주변인들의 선입견으로 인해 스스로 행동이 위축되고 주도적인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면 스스로를 불행함으로 이끌어 가게 된다.
또 민준은 박형주 무리가 두더지를 괴롭힌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두더지를 보호하고 있었다. 선입견이 잘못된 상황 인식을 가져온 것이다.(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선입견에서 한 발짝 떨어질 수 있다면, 우현(축구공과 응원봉)처럼 곁에서 들어주고 머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도 있다. 또 유빈(똑같은 얼굴)처럼 선입견과 금기에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는 강단을 가진다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공감>
최근 읽었던 책에서 독서는 공감의 힘을 기르는 일이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소설집의 다양한 인물들처럼 따돌림의 대상이 되거나 주도자가 될 수도 있다. 또는 주인공들처럼 타인의 눈으로 그 상황을 바라보기도 할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금기와 선입견이라는 선을 넘는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소설집이 청소년기의 감수성에 공감의 여유로움과 용기를 채워줄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