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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밝은 지붕
노나카 토모소 지음, 권남희 옮김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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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면서 지붕의 색깔을 의식적으로 확인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날아갈 때는 내가 사는 동네나 내가 사는 집을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동네 뒷산에 올라도 내가 사는 집의 지붕 색깔을 구태여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인공 츠바메와 별 할머니의 관계는 어떨까? 독자의 입장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식적으로 바라보면 이 작품을 더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별 할머니 입장에선 난데없이 나타난 오랜 짝사랑에 대한 고민이나 재혼 가정과 친엄마와의 사연 등을 떠들거나 난처한 부탁을 해오는 츠바메가 귀찮았을 수 있다. 하지만 별 할머니는 학생들 사이에서 한 때 유행처럼 퍼진 ‘츤데레’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면모가 있다.

츠바메의 입장에서 별 할머니는 요상한 부탁을 하는 괴짜같은 할머니었으리라. 하지만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이 느끼는 별 할머니에 대한 인상의 변화는 아마 츠바메의 감정과 유사할 것이다.


오랜만에 읽는 청소년 장편이었고 츠바메와 별 할머니의 버디물을 예상했던 초반의 예상을 빗나가는 결말로, 여운이 오래 남는 좋은 작품이었다.

츠바메는 별할머니를 만나기 전까지는 삶을 의식하지 않고 흘러가는 듯 지내왔을 것이다. 화목한 재혼 가정에서 새로 태어날 동생을 기다리며. 하지만 별 할머니를 만난 이후,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친엄마에 대해 몰랐던 사실과 이웃의 이즈미의 가출과 짝사랑의 대상이었던 도오루의 사고 등, 평범한 중학생이었던 츠바메에게는 인생의 곡절로 부를만한 사연들이 연달아 찾아온다. 

하지만 마음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별명으로 부를 수 있는 인생의 멘토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 또 그 멘토를 통해 성장하고 멘토를 떠나 세상을 향해 한 발을 내딛을 때, 한 차원 삶의 도약이 이어진다는 것을 츠바메는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은 내가 느꼈던 것처럼 츠바메와 별 할머니의 우정을 함께 지켜보며 가슴 따뜻한 훈훈함의 독서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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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얼굴 사계절 1318 문고 139
조규미 지음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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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

아이들에게는 금기가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외모나 성격, 학업이나 생활 습관 등 나와 다른, 우리와 다른 무엇인가가 그 이유이다.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저 기분이나 분위기 때문일 수 있다. 


1. 가람이에게는 수많은 소문이 붙어있었다. 가정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또는 의붓할머니와 함께 산다는 가정사와 왕따이면서 다른 사람을 불운하게 만든다는 소문. 이는 민채처럼 친구들 사이에서 주도적으로 소문을 퍼트리는 친구나 그를 묵인하는 친구들로 인해 기정사실이 되어간다.(행운의 별)

2. 고인이 된 아이돌 바준을 열렬히 사모하는 미단과 이를 꺼리는 친구들. 미단이 바준을 주제로 발표하는 동안 교실 분위기는 장례식장이 되어간다.(축구공과 응원봉)

3. 담임교사의 권유로 캠프에 참여하게 된 은성이. 도플갱어를 만나면 어느 한쪽이 죽는다거나 재수가 없어진다는 미신 같은 이야기를 믿는 조원들 덕분에 비자발적인 은둔 캠프를 맞이하게 된다.(똑같은 얼굴)

4. 외향적이지 않고 자기 방식을 고집하는 호빵은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없다. 그런데 학급 도난 사건의 목격자들이 하나같이 호빵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 분위기 속에서 호빵조차 스스로를 변론하지 못하게 된다.(그 애의 사물함)


<선입견>

선입견이라는 것은 얼마나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제약하는지. 

다영(행운의 별)이나 은성이(똑같은 얼굴), ‘나’(그 애의 사물함)처럼 주변인들의 선입견으로 인해 스스로 행동이 위축되고 주도적인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면 스스로를 불행함으로 이끌어 가게 된다. 

또 민준은 박형주 무리가 두더지를 괴롭힌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두더지를 보호하고 있었다. 선입견이 잘못된 상황 인식을 가져온 것이다.(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선입견에서 한 발짝 떨어질 수 있다면, 우현(축구공과 응원봉)처럼 곁에서 들어주고 머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도 있다. 또 유빈(똑같은 얼굴)처럼 선입견과 금기에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는 강단을 가진다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공감>

최근 읽었던 책에서 독서는 공감의 힘을 기르는 일이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소설집의 다양한 인물들처럼 따돌림의 대상이 되거나 주도자가 될 수도 있다. 또는 주인공들처럼 타인의 눈으로 그 상황을 바라보기도 할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금기와 선입견이라는 선을 넘는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소설집이 청소년기의 감수성에 공감의 여유로움과 용기를 채워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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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첫 심리학 수업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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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첫 심리학 수업

🥴심리학이라고 하면 늘 가깝고도 먼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임용 시험 준비때 겉핥기로 공부하거나 교양서 읽기 정도가 다였기 때문이다. 교양 선택 과목 개설의 대비 연수에서 심리학을 선택했던 동료들의 의견도 비슷한 맥락의 답변이었다. 조금 더 알고 싶어서,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서.

🤔그래서 <십 대를 위한 첫 심리학 수업>의 초반부를 보고 ‘과연 이걸 십 대들이 흥미를 가지고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를 보면서부터 살짝 겁이 났는데, 심리학 전반을 개론서처럼 펼쳐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예시와 쉬운 설명으로 제목값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MBTI나 중독처럼 학생들과 대화 주제가 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집중하여 보기도 하였다. 또 심리학의 넓은 영역을 다루고 있는 만큼 다른 책에서 알게 된 내용을 다시 한번 환기하기에도 좋았다.

👍책 내용 중에 꼭 일상생활에서 써먹어야지 하는 내용도 있었다. 새해 목표를 세우고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이 올해만의 일이 아니었던 것을 반성하며 작은 목표부터 착실히 수행하기. ‘학습된 무기력’에 낙담하지 말고 ‘학습된 낙천성’을 위해 노력해 보기.

미루면 좋지 않다고 머리로 ‘생각했던’ 일들을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습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뭉뚱그려서 ‘일’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눠 조금씩 성취하는 즐거움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매일 꾸준히 수학 공부’가 아니라 ‘일단 3페이지 보기’식으로 말이지요.(p.164-165 할 일을 잘 미루는 이유)

셀리그만 박사는 원래부터 능력 있고 실수하지 않아서 긍정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해도 거기에서 교훈을 얻었으니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고 여기며 계속 도전해서 결국 긍정적이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 내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p.173 셀리그만 박사의 학습된 낙천성 연구)

❤️심리학에 대해 궁금했거나, 본인의 관심 분야를 찾고 넓히는 기회를 얻고 싶은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유투브의 짧고 재미있는 영상들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고 많은 생각을 불러오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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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엔딩 사계절 1318 문고 116
최영희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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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집은 표지부터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귀엽고 위트있는 그림체의 표지가 제목이나 단편들의 이야기를 잘 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물파스 냄새에 반한 외계인, 인간병기가 된 중학생, 교내에서 홀로 흰 실내화를 신는 설미, 민아와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호재. 외계인이나 다중우주론, 복제인간 등의 소재를 작가의 역량에 따라 얼마나 유쾌하게 그려낼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었다.(스포 방지)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중딩은 반항적이고 폭력적이다’ 라는 정의에 정답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중2병’ 같은 단어가 교사나 학부모, 언론에까지 유행어처럼 퍼질 때 우리는 너무나 쉽게 그 정의나 공식에 의존하기도 한다. 공무원 촤츠가 출판 제안을 거절한 것은 정의와 공식에 의존하는 성향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영이의 가출 이야기에서 외계인과의 조우까지 기발한 발상 가운데서 위와 같은 화두가 좋았다.


<최후의 임설미>

설미는 본인만 모르게 지구 멸망 시나리오의 최후 선택자가 된다. ‘나비효과’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의 태풍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처럼, 영화는 개인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데, 설미의 선택도 지구의 운명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단지 설미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 속에 놓여졌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설미의 선택은 비난받을 수 있을까? 설미는 만약 결과를 알게 되면 자책할 것인가?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너만 모르는 엔딩>

표제작이며 시간여행이라는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이야기였다. 소꼽친구 민아와는 절대 결혼하고 싶지 않은 호재.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똑같기만 할 수 있을까? 결혼하지 못하는 것과 결혼할 수 있지만 안하는 것은 차이가 크니까. 그래서 호재는 결혼 못하는 것을 결혼 안하는 것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그게 사실 사랑의 다른 모습 아닌가?


<그날의 인간 병기>

실수로 전투용 바디수트를 입게 된 경수. 운동 능력과 공격력, 방어력 등 아이언맨을 떠오르게 하는 이 수트를 가지게 된 중학생이라면 누구나 희대 같은 원수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사이다썰 같은 이야기라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알파에게 가는 길>

소설집 안에서 가장 빛깔이 다른 이야기였다. 기억이라는 것은 그 사람을 정의하는 기본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그 기억이 모두 조작된 기억이라면? 그리고 원본 기억을 지우고 조적된 기억을 집어넣은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면? 스릴러 같은 분위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추론을 이어가게 만드는 작가님의 필력에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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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타이머 사계절 1318 문고 138
전성현 지음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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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 배경의 단편 7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7편의 작품은 코로나19로 외부 세상과 타인과 격리된 현실이 심화된 문제적 미래를 떠오르게 했다. 학교는 학생을 기숙사로 수용해 각종 개인 정보를 수집하거나 감시하면서 비대면 수업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또 변이 바이러스와 고대 박테리아라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만 가득한.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기술의 발달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고도화된 기술을 맹신하거나 집착하면서, 비대면 교류에 익숙해지면서, 또는 미성숙한 청소년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기술이 도구화 되면서 벌어지는 소설 속 사건들. 가까운 미래에 있을 법한 일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2022년이나 조지 오웰의 ‘1984’를 떠오르기도 했다.


다른 한 편으로 이 책을 읽을 청소년 독자들은 다른 부분에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로와 미래에 대해 막연히 두려움을 느끼는, 현실감 없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여기며 방황하는 청소년 독자라면 sf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미스터리한 소설의 분위기에 흥미를 느낄 것 같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막연한 두려움의 상황에 공감하며 그 뒷이야기를 상상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전성현 작가님의 장편 소설을 기대하게 되는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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