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평범하지 않은 양탄자들을짠다.
"방적기 앞에 앉아 일을 하면서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녀가 숙고하는 대상은 마을 주민들과 그들의생활이다. 어느 날 아침, 그녀는 자신에게 마을 주민들의 앞날을 미리 아는예지 능력이 있음을 분명하게 깨닫는다. 즉 짜이는 직물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손놀림 아래 아주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무늬에서 그들의 미래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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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엄마의 지극한 보살핌에도 난초는 꽃을 피우지 못한 걸까.
아니다. 어쩌면 엄마는 난초가 꽃을 피우지 못하도록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건지도. - P252

"그 다음에 본 건 없어. 그 양반도 내가 본 걸 알아차렸는지 어쨌는지 조심하는 거 같더라고. 그래도 뭐랄까, 내 나이쯤 되면……… 계속보다 보면 보이는 게 있거든. 그래서 나 혼자 짐작만 하고 있었지."
그래서 유진은 자신이 교회에 오는 걸 싫어했던 거다.
계속 보다 보면 보이는 게 있을까 봐.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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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완벽한 행복이 어딨겠어? 그런 건 허상일 뿐이야."

‘인간은 본질적으로 행복보다는 고통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대학 시절 인문학 특강 시간, 강사는 이런 말을 했다.
‘자, 떠올려보세요. 행복의 순간과 고통의 순간. 어떻습니까? 행복은 아주 추상적인데 반해 고통은 매우 구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당연한 겁니다. 그래서 인간은 고통을 통해 실존을 경험합니다.‘
<행복의 방법>이라는 진부한 제목의 특강이었다. - P159

"그런데 말이죠, 행복배틀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요? 더 행복해질 필요도 없어요."
"......."
"남의 행복을 부수면 되거든요."
섬뜩한 목소리가 공기 중에 흩어졌다.
그래서 남의 행복을 차례대로 부순 유진이 행복배틀의 승자라는뜻인 걸까.
아니다, 결과론적으로 유진은 가장 처참한 패자다.
그렇다면.
"송정아 씨도 누군가의 행복을 부숴본 적이 있군요."
정아는 빤한 얼굴로 미호를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글쎄요."
66Ratch
"9
"물이 담긴 컵에 아주 작은 잉크 방울을 떨어뜨린 적은 있죠."
의심이란 그런 거거든요.
정아가 덧붙인 뒷말이 연기처럼 흩날렸다. - P181

둘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동의해온 침묵. 그 대가로 인한 관계의평화. - P189

그래, 죄책감이었을 것이다.
유진에게 느꼈던 죄책감의 시발점.
친구의 불행과 비교하며 안도했을 뿐만 아니라 그 순간, 자신의고민을 해소해버렸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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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말에 종교재판관 슈프렝거는 이렇게 말했다. "남자 마법사가 아니라 ‘마녀(魔女)의 이단‘을 따져야 한다. 남자들은 큰 문제가 아니다." 루이 13세 시대에는 "마법사가 한 명이라면, 마녀는 만명이다."라고 했던 사람도 있다.
"마녀는 애당초 마녀로 태어난다." 여자 특유의 기질에 맞는 재능이다. 여자는 선녀(仙)로 태어난다. 주기적으로 흥분한다는 점에서 여자는 무당이다. 사랑으로 마술을 부린다. 그 예민하고 짓궂은 면만 본다면(변덕스럽지만 고맙기도 하다.) 여자는 마녀라고 할수 있다. 여자는 우리의 운을 좌우한다. 적어도 액운을 억누르고 쫓는다. - P13

무녀는 운(運)을 관장하지만, 마녀는 운을 만든다. 이것이 사실큰 차이다. 마녀는 혼을 부르고 악마를 쫓으며 운명을 이끈다. 고대의 무녀 카산드라는 미래를 기막히게 알아보고서 한탄이나 하며기다리지 않았다. 그 미래를 창조했다. 키르케와, 그녀의 사촌으로메데이아 이상으로 마술을 부리는 카산드라는 나뭇가지를 휘둘러자연의 기적을 부른다. 즉 자연의 조수이자 자매였다. 이렇게 그녀는 프로메테우스의 후손이다. 그녀의 능력에서 직업이 시작된다.
특히 인간을 낫게 하고 고치는 건전한 직업이다. 오로라를 영원히지켜보고 있었을 무녀와 다르게, 카산드라는 지는 해를 바라본다.
그런데 바로 이 어둡게 넘어가는 해가 오로라보다 훨씬 먼저, 알프스 연봉에서 보는 여명처럼 밝아올 날을 예고한다. - P15

과거 천 년 동안 마녀는 민중의 유일한 의사였다. 황제와 왕, 교황과 부유한 제후들에게는 무어인, 유대인, 살레르노의 박사들이있었다. 그러나 이런 전문가들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세상 사람들은 ‘영리한 여자’라고 부르던 산파에게 검진했다. 이 여자가 효험을보여 주지 못하면, 사람들은 마녀라고 손가락질했다. 그러나 보통은 걱정과 존경이 뒤섞인 착잡한 심정으로 그 여자를 ‘좋은 아줌마‘
또는 ‘멋쟁이 아줌마‘라고 불렀다. 바로 전설에 나오는 선녀들의 별명이다.
이렇게 그녀의 운명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독초 벨라도나‘와 비슷하다. 또 그녀가 중세의 저주받은 괴질을 치료하던 유익한 독초들과 비슷하다. 철부지와 무지한 행인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이 향기 짙은 꽃들을 혐오했다. 이상한 빛깔이 불길해 보이기때문이다. 그래서 뒷걸음질 치고 피한다. 그런데 이런 꽃에서 가지과 식물에서만 있는 ‘편안하게 해주는 물질‘이 나온다. 조심스레 다루면 종종 병을 치료하고 통증을 가라앉힌다.
이런 풀꽃들은 고약한 곳, 외지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 폐가나 쓰레기 더미 근처에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도 그것들은 그녀들을 닮았다. 이런 거친 벌판이 아니라면 그 불행한 여자가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 그들을 치료했고 구했는데도, 저주받고 쫓겨나고풍속을 해치는 년이라며 사람들에 쫓겨 다닌다. - P16

이런 평가에 따르면 마녀는 상을 받고도 남는다. 받기는 받았다.
고문과 화형으로 받았다. 급히 새로운 고문 방법을 찾았고 마녀들의 몸을 쑤셔대면서 새로운 고문을 개발했다. 그 여자들을 대량으로 끌고 가 처벌하고서도 고작 가벼운 구실 한마디뿐이었다. 사람의 목숨을 이보다 더 업신여긴 적은 절대로 없다. 무어인과 유대인이 항상 마법에 엮이며 살았던, 화형이 고전이 된 땅, 에스파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툴루즈에서는 얼마나 됐는지도 알 수 없으며,
트리어에서 7천 명, 주네브에서 단 석 달 만에 5백 명(1513년), 뷔르츠부르크에서 지옥의 가마솥에 한 번에 쓸어 넣듯이 8백 명, 밤베르크에서 1천5백 명(이 두 곳 모두 작은 주교관할 교구였다!)이 화형당했다. 30년전쟁을 일으킨 잔인하고 완고한 황제 페르디난트 2세 조차 자기네 유능한 주교들을 감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모든 백성을 태워죽일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뷔르츠부르크의처형자 명단에는 학교에 다니던 열한 살짜리 마법사, 열다섯 살짜리 마녀, 또 바이욘"에서는 저주받을 만큼 예쁜 열일곱 살짜리 마녀도 있었다. - P17

오랜 세월 동안 ‘마녀‘라는 말 한마디는 증오심에 따라 죽일 수있는 무기였다. 여자들은 질투로, 남자들은 탐욕으로 이런 편리한무기를 쉽게 휘둘렀다. "그년이 잘산다고? ‘마녀‘ 아냐? 그년이 예쁘다고? ‘마녀겠지 뭐." 무르기라는 거지 소녀는 단지 성주의 귀부인랑시네나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화형대에 보내려고 고발했다.
마녀로 고발된 여자들은 고문을 당하거나 그것을 피하려고 자살하거나 그중 하나였다. 8백 명을 화형시킨 로렌 지방 판사 레미는 이런 공포로 거둔 압승을 자랑한다.
"내 판결이 옳았다. 그날 체포된 마녀 열여섯 명이 주저 없이 먼저 자진해서 목을 매었다." - P18

그렇다면 마녀는 언제 출현했을까? 틀림없이 "절망의 시대"에 나왔다. 교회가 지배하는 세계가 초래한 깊은 절망 끝에 나왔다. "마녀는 교회가 저지른 좌"라고 해야 한다. - P20

"나약하고 경박한 인간으로서,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여자는 정욕 탓에 악에 빠졌습니다."
맙소사! 그 옛날 굶주리고 비참하던 시대에 악령에게 휘둘릴 여유나마 있었을까! 사랑과 질투에 빠지고 버림받은 여자, 계모에게문밖으로 쫓겨난 아이, 아들에게 매 맞은 어머니(케케묵은 전설적소재인데), 이런 여자들이 모두 악령에게 흘려 그 꾐에 넘어갔다고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 여자들이 마녀는 아니다. 불쌍한 여자들이 사탄에 호소한다고 사탄을 따르는 것도 아니다. 이여자들이 사탄이 원할 만큼 무르익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다. 그녀들은 그때까지도 하느님을 미워할 줄 몰랐다. - P21

인생을 오직 시련으로만 보는 교회는 그 도구가 불필요하다고여길 뿐이다. 교회의 의술은 겸손하다. 죽음을 기다리고 열망한다.
여기에서 사탄의 큰 터가 마련된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는의사로서 활동하는 마당이다. 그뿐만 아니라 위로까지 해준다. 사탄은 우리에게 우리의 죽음과 또 사랑하던 사람들의 그림자를 다시 불러내 보여 준다.
교회가 제쳐놓은 또 다른 것이 있다. 논리와 자유 이성이다. 이것이야말로 ‘교회의 적(敵)‘으로서, 사탄이 게걸스레 들이킨 엄청난 청량음료다. - P26

어떻게 그런 곳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됐을까? 낮고 둥글고 어두운 천장을 뚫은 사람들의 무서운 시도와 하늘이 보고 싶던 벌받은사람들의 처절한 노력 덕분이다. 또 신학교와 지식인들과 더욱 먼곳, ‘재야파‘에서 시작되었다. 사탄이 마녀와 목동을 찾아 헤매던그곳, 거친 자연의 학교에서다!
전에 볼 수 없던 위험한 가르침이다. 그러나 위험 자체가 미친듯 알고 싶어하는 욕망과 사랑을 부추긴다.
바로 그곳에서 사악한 과학이 시작된다. 금지된 독약 제법과 으시시한 해부가 시작된다. 목동은 별들을 염탐하고 하늘을 관찰하면서 금기시된 치료법과 동물실험을 도입했다. 그런가 하면, 마녀는 이웃 묘지에서 시신을 훔쳤다. 화형당할 위험한 짓이다. 처음으로 우리가 "이해하려 하지 않고 바보처럼 숨기는 하느님의 기적을주목하게 된다.
이런 가르침을 주는 황량한 벌판, 즉 재야학파 출신으로 사탄이인정한 유일한 박사는 파라셀시우스였다. 그는 거기에서 제3의 길을 보고서, 이제 다시 한 번 더 무서운 모임에 끼어들기 위해 외과수술을 끌어들였다. 점잖은 시대의 외과 의사였다. 형 집행자처럼강철 같은 손으로 쇠를 떡 주무르듯 하면서, 뼈를 자르고 다시 끼워 맞춰 목숨을 구하기도 했지만, 중죄인을 죽이기도 하고 목을 매달 때도 있었다.
마녀와 목동과 형 집행자가 함께 공부하는 이 범죄단 같은 대학은 신성을 모독하고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시술을 하면서, 학문적 경쟁력을 키웠다. 왜냐하면 누구든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두 마녀에게 가 있었다. 의술은 영원히 외면당할 처지였다. 차라리교회에서 참을성을 갖고 이런 범죄행위를 허용하는 편이 더욱 좋 - P27

았을지 모른다. 교회는 ‘해독성(解毒性)‘이 있음을 인정했다. 교회1306는 마지못해서든 억지로든 공개적인 해부를 내버려 두었다.
년, 이탈리아에서 몬디노"가 여자 한 사람을 절개하고 해부했다.
1315년에도 다시 여자 한 명을 해부했다. 거룩한 폭로였다. 한 세상을 발견한 위대한 사건이다. 이것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보다 더욱 위대하다. 바보들은 떨며 울부짖었지만현명한 사람들은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승리하자 사탄은 살아갈 자신을 얻었다. 이제 교회 혼자서는 그를 격퇴하기 어려워 보였다. 화형은 거의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정치적인 대안은 그보다 효력이 있었다.
교회는 이제 능숙하게 사탄의 왕국을 둘로 갈라놓았다. 사탄의딸과 아내인 마녀와 그녀의 아들을 의사로 무장시켜 맞세웠다.
진심으로 깊이 의사를 미워하면서도 교회는 마녀를 제거하려고의사에게 독점권을 주고 터를 닦아주었다. 14세기에 교회는 만약여자가 "공부도 하지 않고서" 치료를 감행한다면, 마녀이니만큼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고 선언한다.
그런데 여자가 어떻게 공식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을까! 얼마나 엉뚱하고 황당한지 그 장면을 상상해 보자. 이 불쌍하고 거친여자가 신학교에 들어갈 모험을 한다고 상상해 보자! 무슨 축제가있고 무슨 즐거움이 있다고! 옛날부터 성 세례요한의 불로 마법에걸린 ‘고양이들’을 줄줄이 태우곤 했다. 그러나 이런 고양이가,

15) 볼로냐 의과대학 교수. 인체해부의 선구자로 최고의 고전이 된 『해부학』의 저자16) 서유럽에서 6월 24일 하지에 큰 불놀이를 하며 성 세례요한의 날 축제를 벌이는 전통의 기독교 전통보다 더욱 오래되었다." - P28

울부짖는 지옥에 끌려 들어간 마녀가 화염에 타며 고통에 울부짖는 모습은 수많은 어린 수도승과 철부지 학승에게 얼마나 점잖은재미였을까!
우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사탄이 몰락하는 것을 본다. 사탄이 어눌한 ‘중늙은이‘가 된 모습을 보면 한심하다. 이제 사람들은 그를훔치고 표절한다. 사바에서 사탄이 쓰던 두 개의 가면 가운데 더럽고 추한 것을 이제 타르튀프같은 어릿광대가 빼앗아 쓴다.
사탄의 혼은 곳곳에 있다. 그렇지만 마녀를 잃고 나서 사탄이라는 개성적 존재는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마법사들은 시시껄렁해졌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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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답을 알고, 또 감추고 있는 사람은 묻지 않는 법이다. - P147

그뿐만이 아니었다. 선생, 아이, 엄마들의 블랙리스트까지 존재했다. 사람에 대한 블랙리스트는 프리미엄 맘카페의 성실회원으로 인정받아야 얻을 수 있는 가장 고급한 정보였다. 블랙리스트에는 개인정보가 없었지만 신원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 증거 사진과 자료가 포함된 파일이 존재했다. 이 정보는 카페 매니저를 포함한 극소수만이 보유하고 있었다. - P152

광기에 휩싸인 것처럼 그를 비난하던 선생과 학생들은 당황했다.
그는 자신의 억울함과 결백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겼다. 목숨을 끊어서까지 결백을 증명하려던 사람의 호소를 거짓으로 치부할 순 없었다.
선생과 학생들은 이 잔혹한 비극의 책임을 규명하길 원했다. 누가 이 죄 없는 선생을 사지로 몰아넣었는지 책임을 덮어쓸 사람이 필요했다.
을 타깃은 유진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추잡한 소문 속 한 사람이 결백을 주장하며 사라졌으니, 나머지 한 사람이 화살받이가 되어야했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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