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깨어 있으면, 잠의 옷자락 아래 기어들지 못하면...... 쫓기는 마음이 들지 않나? 그러니 비슷하게 눈이 벌건 이들과어깨를 나란히 하고 밤을 새우는 거지. 잊을 수 있으니까, 쫓기고 있다는 걸."
"무엇에 쫓기나?"
"지난날의 과오에 쫓기는 자가 많을 테고, 오지 않은 날들에 쫓기는 자도 더러 있을 테지. 어느 쪽인지만 명확히 알아도 덜 쫓길 텐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긍휼히 여기게 쫓기다 사로잡힌 자들을."
"자네는 어떻게 그 속내를 아나?"
"어른 없는 어린아이가 먹고 살려면 밤의 심부름꾼이 될 때가 있으니 아네. 밤 심부름꾼이 살아남으려면 사람의 무늬를 알아봐야 하고, 어느 바다 어느 땅에 가도 반복되는 무늬가 있다네." - 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