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뤼드』의 주인공이 쓰는 글의 주인공 이름은 티튀루스이고 나는 이 인물이 써 내려가는 속마음이 마음에 든다. "나는 티튀루스. 혼자이고, 사색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책처럼 풍경을 좋아한다. 내 생각은 슬프고, 진지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우울하기까지 하니까. 그래서 나는 내 생각을 무엇보다 좋아한다. 그리고내 생각을 산책시키고자 벌판을, 평온하지 않은 못을, 황야를 찾아 나선다. 그곳에서 내 생각을 천천히 산책시킨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 두근거린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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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깨어 있으면, 잠의 옷자락 아래 기어들지 못하면...... 쫓기는 마음이 들지 않나? 그러니 비슷하게 눈이 벌건 이들과어깨를 나란히 하고 밤을 새우는 거지. 잊을 수 있으니까, 쫓기고 있다는 걸."
"무엇에 쫓기나?"
"지난날의 과오에 쫓기는 자가 많을 테고, 오지 않은 날들에 쫓기는 자도 더러 있을 테지. 어느 쪽인지만 명확히 알아도 덜 쫓길 텐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긍휼히 여기게 쫓기다 사로잡힌 자들을."
"자네는 어떻게 그 속내를 아나?"
"어른 없는 어린아이가 먹고 살려면 밤의 심부름꾼이 될 때가 있으니 아네. 밤 심부름꾼이 살아남으려면 사람의 무늬를 알아봐야 하고, 어느 바다 어느 땅에 가도 반복되는 무늬가 있다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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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으로서의 자은은 하지 않을 일을, 관직에 있는 자은이라면 망설임 없이 할 것이었다. 거인의 손가락 중 하나이기에 어딘가 구름 속에 있는 머리가 시키는 대로 행했을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더 큰 힘에 종속되어버렸다. 그 힘을 끌어 쓸수 있는 대신 본연의 모습과는 멀어지고 있었다. 스스로만 느끼는 줄 알았더니 곁의 인곤도 알아챈 모양이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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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릴라가 신부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서 속이 뒤틀렸다. 지금도 그런 식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이번에는 그 대상이 사진이 아니라 카라치 부인 자신이었다. 이번에도 릴라는 자신을 도와달라고 나를 끌어들였고 니노는 도구인 것이다. 그렇다. 니노는 가위나 풀, 페인트같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망가뜨리는 데 필요한 도구였다. - P387

모든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너무 두려운 나머지 모든 것이 빨리끝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악몽 속의 괴물들이 내 영혼을 먹어치우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나는 저 암흑 속에서 미친개와 독사와 전갈과 거대한 바다 괴물이 나타나기를 바랐다. 바다 끝자락에 앉아 있는 동안 한밤의 암살자들이 모습을 드러내 나를 고문하기를 바랐다.
그렇다. 내 모자람에 대한 대가를 스스로 치르고 싶었다.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 오늘 밤도 내일도 맞이하지 않게 되기를 바랐다. 내 육체의 부적합함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드러날 미래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 P405

모든 것이 아슬아슬하다. 위험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이들은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평생을 구석에 처박혀 인생을 낭비하게 된다. 불현듯 왜 내가 아닌 릴라가 니노를 차지하게 됐는지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감정에 몸을 내맡길 줄 모른다. 감정에 이끌려 틀을 깨뜨릴 줄 모른다. 내겐 니노와 단 하루를 즐기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릴라와 같은 강인함이 없었다. 나는항상 한 발짝 뒤에서 기다리기만 했다.
릴라는 그런 나와는 달리 진심으로 무엇인가를 갈망할 줄 알았다. 원하는 것은 망설임 없이 취할 줄 알았다. 열정을 다할 줄 알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모멸감도 비웃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얼굴에 침을 뱉어도, 흠씬 두들겨 맞아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릴라에게 사랑은 상대방이 자기를 원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상대방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릴라는 니노를 가질 자격이있었던 것이다.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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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나‘에 대한 정보를 담을 그릇도 나뿐이고요. 그걸 나눠 담을 애인도 아이도 없으니. 내 작품을 재출간하겠다는 니나를 끝까지 말리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일지 몰라요."

Untitled Memoir Veronica Vo

"나를 위해 새로운 작품을 쓰고 싶기도 했고요. 나를 위한 나의 선물. 어쨌든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 P219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여기서 안정감을 느꼈다. 울프가 『등대로』에서 말한 ‘일상의 작은 기적‘ 중하나가 내 집이었다."

"집을 떠나기 전에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돈을 보내라고. 가족들을 데려가면 더 좋다고. 나는 무슨 수로 그럴 수 있을지 모르면서 알겠다고 했어요. 취직이 되자마자 정말 돈을 보냈고 지금도 보내는 중이에요. 근데 다른 사람들은 죽거나 이사가거나 연락이 끊겼고 여기 이렇게 나 혼자 남았네요."

"엄마는 내가 이런 삶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에 충격받았을 것이다. 그 먼 길을 건너와 그렇게 많은 시간을 일하며 그토록 많은 원고를 쓴 이유가 나 혼자살고 싶어서였다는 사실에."

"그 순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가 마지막사진을 찍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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