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6일 - 유괴, 감금, 노예생활 그리고 8년 만에 되찾은 자유
나타샤 캄푸쉬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작은 오해나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 그 속에 꽁꽁 묶어버린 자신이 보는 시선 등 누구나 자기 자신의 기준이나 척도가 있을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가족 혹은 지인, 친구 등 주변 인물이나 환경으로부터 편견이나 자신만의 틀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버리게 된다. 이를테면 상대방을 볼 때의 기준 같은 것들 말이다. 가끔은 스릴러 영화를 볼 때면 끔찍한 장면이나 사건을 접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사고로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되고 그로 말미암아 한 사람의 고통은 점점 커진다.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는 범죄로 이어지게 된다. 누군가는 자신이 저지르는 행동이 범죄임을 알면서도 그것을 즐기고 범인으로부터 고통과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 스릴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은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아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책을 통해서 실화를 바탕으로 혹은 실화에 픽션을 가미하여 긴장을 고조시키는 스릴러 장르나 픽션이 전혀 없는 실화만을 바탕으로 쓰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실화가 좋은 일이라면 기분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타까운 마음과 실화라는 사실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도 실화를 바탕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또다시 충격적인 실화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3096일」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은 3,096일 동안 괴로움과 고통을 함께하며 하루하루를 보낸 시간이었다. 그녀는 유괴와 감금으로 8년간의 노예생활을 하며 지내왔고 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을 겪었기 때문에 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의 이름은 ‘나타샤 캄푸쉬’였다. 사건은 소녀의 나이 열 살이었던 1998년 3월 2일에 학교를 등교하던 중 납치를 당했고 어두운 지하실에 갇히며 8년이라는 세월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만 했다. 범인이 하라는 것만 해야 했고 지켜야 했다. 그리고 감옥 같은 지하실에서 범인이 주는 음식이나 라디오에 의지하며 십 대 시절을 지하실에서 보냈고 8년이 흘러 성인이 되어서 가까스로 탈출을 시도하게 되고 그녀의 탈출과 동시에 범인은 스스로 자살을 택한다. 그녀가 감금 생활을 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탈출을 꿈꾸었고 살아남아야겠다는 마음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탈출 시도 끝에 성공하여 자유를 얻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통과 공포, 괴로움으로 살아가는 그녀는 희망을 놓지 않았기에 자유를 얻을 수 있었고 십 대에 그런 일을 겪었기 때문에 정신적인 충격도 컸다. 하지만 그녀는 4년 동안 다른 사람처럼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고 그녀가 직접 쓴 에세이로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자신을 감금하고 고통을 안겨준 범인을 악마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았다. 

 누구에게나 자유는 존재하지만 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납치로 말미암아 감금과 함께 한순간에 자유를 잃어버린 8년이라는 시간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안타깝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유가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가 겪은 어린 시절의 자라온 환경 역시 평범하지 않았음을 알았고 그런 그녀가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 역시 범인이었지만 어쩌면 그런 결과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의 자라온 환경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3,096일 동안 지하에서 생활하며 정작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유와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납치되기 전 자라온 환경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모든 사람은 자유를 누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녀에게 자유는 희망이었고 그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에 탈출이라는 결과로 이제는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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