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1 - 왕의 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끝나고 <해리포터> 시리즈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기에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말이 있었으니 바로 <반지의 제왕>의 감독인 피터 잭슨이 차기작을 정했다는 것이었다. 소설로 쓰인 환타지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 그 시선을 영화로 돌리게 한 장본인이 바로 그였기에 그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웅장한 스케일, 볼거리 가득한 영화가 될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에 나는 차기작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이미 흥분하기 시작했고 차기작을 찾아보고는 그 흥분은 배가 되었다. 2007년 로커스상, 콤프턴크룩상을 수상했고 휴고상, 캠벨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니 내용을 보지 않아도 그 구성의 탄탄함이나 재미에 확신이 선데다가 다루는 소재가 용이었기 때문이다. 어릴적 드래곤볼에서 소원을 들어주던 용신의 이미지 이외에는 딱히 제대로 된 용의 모습조차 그릴 수 없었는데, 이제 용이 살아돌아오는 건 시간 문제구나 싶었다. 그리고 대체 어떤 소설이기에 상을 휩쓸고 피터 잭슨 감독이 주저없이 차기작으로 선택한건지 호기심이 일었다. 어떤 작품일까?

나오미 노빅이라는 신인이 써낸 역사환타지 <테메레르>는 그 시대적 배경을 19세기 초의 유럽에 두고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영국과의 전쟁이 벌이던 때에 용이라는 가상의 동물이 공군에 쓰였던 것으로 가정한다. 실제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 -세계 4대 해전 중에 하나로 꼽히는 트라팔가르 해전- 에 용이라는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설정 덕에 이야기의 줄거리는 사실적이고 풍성하며 구성 또한 탄탄하다. 용이 비행사를 태우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불이나 산을 뿜고 싸우는 장면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소설에 등장하는 용은 모두 11종으로 생김새나 크기가 조금씩 다르고 날개나 배에 들어간 무늬라든가 눈의 색을 다양하게 만들어두었는데, 그 묘사가 뛰어나 눈 앞에 용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또, 용들마다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달라 어떤 것은 산을 뿜고 날개가 평균 이상으로 길기도 하고, 어떤 것은 불을 뿜고, 어떤 것은 소리를 질러 내는 파동으로 상대에게 타격을 준다. 이는 마치 기종이 다른 전투기를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특히 전쟁 장면의 묘사를 읽다보면 용들이 대열을 갖추고 싸우는 모습이라든가 치열한 공중전의 모습, 서로를 발톱으로 공격하고 재빠르게 방어하는 모습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 그 생생함이 이미 만들어진 영화 한편을 보는 듯 했다. 용이 비행사를 태우고 먼 거리를 빠르게 나는 모습을 묘사한 장면을 읽으면서는 마치 내가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용 위에 타고 있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속도감과 가슴 벅찬 느낌을 어떻게 더 설명할 수 있을까.

주인공인 로렌스와 그의 용 테메레르, 둘의 만남은 해군 대령이었던  로렌스가 프랑스 함대와의 승리로 얻은 용의 알이 깨어나면서 그 용이 로렌스를 자신의 비행사로 선택하게 되면서 시작되는데 그 바람에 하루 아침에 해군에서 공군으로 소속이 바뀌어버린 주인공은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용을 미워하기는커녕 자신의 상황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용을 아껴준다. 그 둘이 나누는 우정을 보면서 내게도 말을 할 줄 알고 교감을 할 수 있는 친구같은 용이 한 마리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 둘은 의무로 묶인 비행사와 용의 관계를 넘어서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고 목숨처럼 위해주는 사이가 되는데 너무 예쁜 둘의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특히 고요한 밤이 찾아오면, 로렌스가 지적 호기심이 많은 테메레르를 위해 다양한 책을 구해 읽어주고, 자신의 전쟁담을 이야기 해주는 것을 테메레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즐겨 듣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테메레르가 식사 한 후에 몸에 묻은 피를 로렌스가 늘 손수 씻겨주는데 진정한 우정이 어떤 것인지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느껴져 마음이 참 따뜻해져왔다. 로렌스의 공군으로 소속이 바뀌고 처음에는 다른 공군들과 서먹서먹하고 오해를 살만한 일도 생기지만, 로렌스의 따뜻한 인간미에 결국 오해를 풀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친해지는 장면은 흔한 설정이기는 해도 재미있었다.

커다란 기대를 안고 본 소설이라 혹시 기대에 못미치면 어쩌나 살짝 걱정이 됐었는데, 무려 477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소설을 결국 손에서 떼지 못하고 하루만에 다 봐버린 나는 그 다음권이 너무도 기대가 된다. 다행히도 소설은 극적인 장면에서 이야기를 끊고 2권으로 넘긴다거나 하는 일이 없이 등장인물들을 적당히 소개한 후에, 트라팔가르 해전 하나를 치루게 함으로써 왕의 군대로서의 테레메르의 활약을 맛배기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맺는다. 이제 다음권에서 이어질 테메레르의 진정한 활약상을 기다리는 것만이 남았다. 용들이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같은 생생한 묘사와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줄 다음 작품들을 읽고 피터 잭슨이 이것을 영화화 한것까지 보게된다면 그보다 짜릿한 일은 없을 것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