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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은 스타일이다
전지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자신이 싱글임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나이는 은근히 애매하다. 20대 중후반이라면 싱글인건 당연한게 요즘 추세이니 당당하고 말 것도 없고 30은 넘었는데도 혼자라면 이제 부끄러워하든가 아니면 당당하든가 둘 중에 하나의 자세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아직 20대 중반이지만, 30을 넘은 듯 보이는 작가의 마인드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래, 당당한 싱글은 얼마나 멋진가. 굳이 둘이 되지 않아도 혼자서 충분히 빛이 나는 존재들이 바로 당당한 싱글이다. 애인의 선물을 사줘야 할 돈으로 자신의 옷에 투자를 하고, 마음에 드는 백을 사들고, 원하는 음식을 친구들과 먹는다. 남는 시간엔 읽고 싶던 책도 실컷 읽는 여유도 있다. 중요한건, 본인이 어쩌지 못해 혼자 있느냐 아니면 혼자가 좋아 혼자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혼자의 삶이 감당이 된다면 굳이 둘이여야 할 필요가 무엇일까. 아직 자신의 삶을 나눠갖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혼기라는 이유만으로 서둘러 짝으로 삼으면 괜찮을 듯 보이는 누군가와 내 삶을 공유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싱글은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작가.
스타일은 어디까지나 내 선호도가 반영된, 내가 결정하는 부분이고, 그렇다보니 이 작가의 싱글의 삶에는 그녀의 취향이 곳곳에 묻어난다. 랄프 로렌의 원피스에 열광하고 마놀로 블라닉이나 지미추의 구두에 거의 영혼도 팔 기세이다. 혹자는 그것을 된장녀라 부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란말인가. 나는 그녀의 자기 사랑이 좋다. 자신을 위해 지갑을 열 수 있는 모습이 좋다. 그녀가 열광하는 것은 그 브랜드가 찍어내는 모든 구두가 아니라 그 구두가 그간 자신에게 줬던 신뢰이기 때문에 브랜드의 이름만으로도 열광하는 그녀의 모습은 비난의 소재가 될 수 없다. 그녀를 비난하고 싶은 사람은 그 구두를 혹은 그 옷들을 한번이라도 관심갖고 바라본 적이 있는가? 어디에 돈을 쓰느냐는 그녀의 결정이고 그녀의 문제이다. 이미 그녀는 처음부터 싱글은 스타일이라 말했고 결국 스타일은 취향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사소하게는 풋크림까지도 자신의 취향이 살아있는 그녀의 섬세함이 그녀 자신을 향한 애정의 표현인 것 같아 나는 좋았다. 아마 여기에 그녀는 주로 브랜드의 제품들 그림만 그려놓기는 했지만, 음식을 고를 때나 화분을 고를 때에도, 브랜드와 상관없이 그녀의 취향대로 선택할 것이다.
변변찮은 취미 하나 없다는 점이 하나 아쉬운 점이기는 했다. 그것이 내가 상상한 싱글녀의 기본 모습에서 벗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책에서 그녀는 자신이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생각하는 독신녀의 표본이 되어주지 못해 민망하다 하였지만, 독신으로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독신녀를 향한 요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신들이나 취미 잘 챙겨 살면 그뿐이다. 내가 아쉬웠던 건, 그녀가 사소한 구석까지 그녀를 위한 취향을 정할만큼 그녀를 아낀다면, 당연 취미 하나쯤도 그녀를 위해 준비해 두었어야 하지 않을까 했던거다. 주말에 쓰레기 분리수거만 해도 하루가 가는 그녀를 그녀가 좋아한다면 문제될 것 없겠지만,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말이 분명 나왔고, 그렇다면 그건 그녀에게 마땅한 취미가 필요하다는 것이 된다. 그녀의 게으름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그녀 자신을 위해 취미 하나쯤은 키워도 될거라 말해주고 싶었다.
책의 곳곳에 그려진 그녀의 그림도 마음에 들었다. 사진에 가깝게 사실적이면서도 (브랜드의 로고나 로션의 이름까지 빠짐없이 쓰여있다.) 그녀만의 그림체가 살아있었는데 그 느낌이 심플하면서도 적당히 분위기 있어 실제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경우에는 친구의 기념 촬영이라도 해준 것 같아 반가웠다. 책 내용과는 크게 상관이 없더라도 그녀가 그려놓은 그림들을 보며 내가 모르는 물건이나 옷은 한번쯤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녀의 취향은 나와 비슷한 구석도 많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그녀의 싱글 스타일에 웃어주고 싶다. 박수를 보내면 오바한다며 부끄러워 할테니, “나쁠 것 없잖아요?” 하는 표정으로 한번쯤 웃어주면 그녀도 그만그만하니 만족스럽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