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생각없이 읽고 두서없이 쌓아두었다.작가를 생각하면 나는 불편한 기분이 됐다.책의 제목을 주욱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왜'라고 묻고 싶었다.그의 <채식주의자>가 그러했고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가 그러했다. 왜 채식을 써야하고 서랍에 저녁따윌 넣어두었는가. 단순히 유행처럼 번지는 작가의 유명새가 반발심을 부추겼다. 그래서 읽었다.읽고난 뒤에는 자꾸 흠을 찾으려했다.작가의 잘못도 무엇도 아닌데 나는 변명처럼 작가의 잘못을 찾아내고 싶었고 <채식주의자>의 남편과 그 밖의 인물들이 그악스럽게 고기를 먹어치우던 흉내를 냈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런류의 동일시를 경험하고 난 뒤에야 작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책은, 시인은, 작가는 차츰 잊혀졌다.그리고 다시 그의 작품들을 만나면 기기묘묘하게 떠올랐다.나는 패배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그가 여전히 작가이고 글을 쓰고 내가 그를 읽는 한,한강은 작가라는 확고부동한 사실 앞에 두 손을 들고 시인했다.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자명한 것은 이미 쓰여진 글이고. 시인이고. 작가고. 그게 한강이고.
색도 선도 이야기도 좋고작가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아이가 아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이여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이처럼 읽고 아이처럼 울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