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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의 남자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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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의 남자/백민석 소설집을 읽고


  이 소설은 한 방랑자의 귀환기이다. 세상, 그리고 자기 자신과 연을 끊어버린 자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아 왔는가에 대한 보고서. 빈 종이를 한 줄 한 줄 자기만의 언어로 채워 넣은 글. 읽는 내내 옛 폐허에 벽돌을 하나하나 직접 얹어 쌓은 집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집안은 어두컴컴하고 적막했다. 결코 유쾌한 글이 아니었다. 


  나는 백민석이라는 작가가 ‘있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이 작가가 처음 등장하고 활동하는 동안 그토록 많은 논란이 있었다는 데 말이다. 내가 이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은 ‘그때 그런 작가가 있었는데, 절필했다더라. 정말 아쉽다.’라는 이야기가 오가는 것과 그 작품에 대한 감상 정도였다. 그런데 이럴수가, 신간 목록에 이 작가 이름이 있다니! 돌아 왔다니.

  그렇게 펼쳐든 소설집 안에는, 정말 그 작가가 통째로 들어 있었다. 나는 문학계에 무엇이 필요했는지, 이 작가가 그때 던진 게 무엇이었는지, 지금 이 작가가 뭘 주는지, 뭘 줄 수 있는지 판단할 능력은 없다. 다만 글쟁이는 결국 자기 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생생히 깨달았을 뿐이다. 작가는 결국 돌아왔고 그의 방랑은 아주 긴 여행이 되었다. 사랑으로 가득 차려다 망가져버린, 끝없는 연옥에서의 여행. 식별할 수 없는 이정표 사이에서 허무맹랑한, 그래서 그럴듯한 희망을 전파하는 전도기가 되었다. 나는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다 이해할 수 없지만, 한 사람이 작가가 되고 절필을 선언했다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무엇을 거쳐야 했는지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연옥이라고. 스스로를 매달아 화형식을 거행하고는 그 형대에서 제 발로 내려와 부활해야 하는 연옥. 


  책 마지막 평론가의 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 날 것 그대로의 분노가 허락받지 못한다는 것, 우리에게 그 분노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작가가 머리에 인 불이 과연 어떻게 점화될지, 앞으로가 두렵다. 그의 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분신하는 것을 보며 더 타라, 죽기까지 타라라고 응원한다는 게 참 끔찍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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