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신종 범죄들의 특징은 
시간, 장소, 대상자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범죄는 대개 서로 알던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러므로 갈등과 질투와 원한을 만들지 않도록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하고 위험해 보이는 사람과는 적당히 거리를 둠으로써 범죄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 바탕에는 직장 동료나 이웃은 물론이고 동네 사람들끼리도 서로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지내•던 문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도 동네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위험한 사람인지에 대한 소문이 금세 돌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바로 옆집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고 삽니다.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지고 깊이도 얕아졌습니다. 
지구의 대기권이 엷어지면 우주에서 날아오는 소행성과의 충돌 위험이 커지는 것처럼, 인간관계와 공동체 연대의 보호막이 엷어지는 만큼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문답식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외부로부터 억압을 받으면서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왜냐 선생님이 이처럼 실천적인 삶을 산 것은 허생의 모습을 비판하며, 지식인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가르침을 가장 잘 배우고 실천한 학생은 윤수였습니다. 동철이가 왜냐 선생님을 비판할 때나, 선생님이 학교에 못 들어오게 되었을 때 했던 말이나 행동을 보면 윤수는 왜냐 선생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며 한결같이 옹호합니다. 
왜냐 선생님이 학교에 못 들어온 날, 윤수는 자기 생각을 실천으로 보여 줍니다. 땡볕이 쏟아지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혼자 앉아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윤수는 왜냐 선생님이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나름의 방법으로 시위하며 저항합니다. 윤수의 행동에 선재 역시 운동장으로 뛰어갑니다. 선재는 똑똑하지만 생각이 많은 학생입니다. 하지만 윤수를 본 그 순간에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왜냐 선생님은 학교로 돌아오셨을까요?

정신분석 용어 사전에 의하면, 이 용어는 1970년에 심리학자인 시너스와 마이어가 소개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다른 개념들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에 나왔죠. 
공선옥 작가는 이 소설을 보고는 ‘어쩌면 현대라는 사회가 집단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라고 말했습니다. 
유명 작가의 시선이 아닌 학생들의 시선은 어떨까요? 중학생이 이 소설을 읽고 쓴 서평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타인을 만난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기도 어려워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철저하게 타인에게 무관심한 무관심 사회가 된 것이다. 
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오로지 나 하나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나 이외의 타인의 감정에는 공감하는 법을 잊어버린 우리 사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자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윤재가 타인과 관계 맺음을 통해 감정을 느끼는 것을 보여 주면서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윤재가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고 다른 이들과 그 감정을 나눌 수있으리라는 희망으로 끼니마다 ‘아몬드‘를 밥상에 올리지요.
이런 엄마의 바람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아무런 선입견 없이 윤재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이층 빵집 주인 심 박사의 관심 덕분이었을까요? 윤재는 자기 자신의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감정 표현 불능증 덕분에 두려움도 못 느낀 채 몸을 던져 곤이를 위험에서 구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에 맞추어 앞으로의 인생에 부딪혀 보기로 결심합니다.
선천적으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괴물 취급당했던 윤재가 괴물이 되어 가던 소년 곤이를 위해 진짜 괴물인 사내와 싸워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부분을 보며 과연 우리 사회의 괴물은 누구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섣부른 ‘라벨 붙이기‘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성찰하게 됩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축복 받아 마땅한 아이들이 태어나는데 그들이 어떻게 성장할지는 주위의 사람에게 달려 있을 것입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입니다.

본문 작품 자료 출처

성석제,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창비, 2017
김려령, 『완득이』, 창비, 2008
최진영, 「오늘의 커피」, 『겨울 방학』, 민음사, 2019
은희경, 『새의 선물』, 문학동네, 2014
김중혁, 「나와 B」, 『악기들의 도서관』, 문학동네, 2008
백수린, 「고요한 사건」, 『여름의 빌라』, 문학동네, 2020
윤후명, 모든 별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 민음사, 2005
현덕, 『하늘은 맑건만』, 창비, 2018
권정생, 『강아지똥』, 길벗어린이, 1996
김애란, 「노찬성과 에반」, 『바깥은 여름』, 문학동네, 2017
송기원,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얼굴』, 문이당, 2006
김애란, 『달려라 아비』, 창비, 2019
유하순, 「불량한 주스가게」, 『불량한 주스가게』, 푸른책들, 2022
공선옥, 『나는 죽지 않겠다』, 창비, 2009
이희영, 『페인트』, 창비, 2019
김선영, 『특별한 배달』, 자음과모음, 2013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세계사, 2015
심윤경, 『설이』, 한겨레출판사, 2019
최은영. 「쇼코의 미소」, 『쇼코의 미소』, 문학동네, 2016
공선옥, 『라면은 멋있다』, 창비, 2017
해이수, 『십번기』, 문학과지성사, 2015
임태희, 「가식덩어리」, 『베스트 프렌드』, 푸른책들, 2007
이꽃님,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문학동네, 2020
이도우, 『잠옷을 입으렴』, 위즈덤하우스, 2020
이경화, 『지독한 장난』, 뜨인돌, 2014
임솔아, 『최선의 삶』, 문학동네, 2015
김려령, 『우아한 거짓말』, 창비, 2009
황영미,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문학동네, 2019
박완서, 「자전거 도둑」, 『자전거 도둑』, 다림, 1999
황석영, 「아우를 위하여」, 『아우를 위하여』, 다림, 2002
안도현, 『짜장면』, 열림원, 2002
백온유, 『유원』, 창비, 2020
남상순, 『사투리 귀신, 창비, 2012
김선영, 『시간을 파는 상점』, 자음과모음,2012
최시한,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문학과지성사, 2008
이경화, 담임 선생님은 AIJ, 창비, 2018
박완서, 「배반의 여름」, 「배반의 여름』, 문학동네, 2006
송병수, 「쑈리킴」, 『송병수 단편집 지식을만드는지식, 2002
손원, 「아몬드, 다즐링, 2023
은희경, 「내 고향에는 이제 눈이 내리지 않는다. 「내 고향에는 이제 눈이 내리지 않는다.
생각의나무, 2000 
(현재는 은희경 작품집 『상속』(문학과지성사, 2002)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들의 만남은 사실 길고 긴삶 전체를 놓고 보면 아주 잠깐에 해당하는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준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꿈꾸며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지만 공모전에서 번번이 떨어지고 심사평에서조차 모두 혹평을 듣습니다. 
‘나‘
는 점점 가족들의 얼굴을 보러 가지 않게 됩니다. 그런 ‘나‘에게 할아버지가 찾아옵니다. 몇 시간 동안이나 비를 맞으며 기다린 채 좁디좁은 고시원 방에 찾아온 할아버지는 ‘나‘의 초라한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할아버지는 ‘나‘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멋지다고 담담하게 말합니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삶, 사실상 유일한 관객이었던 할아버지가 ‘나‘를 이해해 준 겁니다.

세 번째 열쇠말 서른 살, 우린 이제 혼자네

할아버지는 고시원 방으로 ‘나‘를 찾아왔을 때 위로의 말뿐만 아니라 쇼코가 보낸 편지와 폴라로이드 사진을 건넸습니다. 편지 속에는그동안 쇼코가 살아온 평범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할아버지를 돌보며 ‘나‘는 지금까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합니다. 
할아버지가 숨을 거두기 전에 어머니와 할아버지, ‘나‘는 함께 누워서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 두고 하지 못했던 말들을 도란도란 나누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실 타인에게는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오히려 가족들에게는 왠지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망설이게 됩니다. 
어쩌면 가족은가장 낯선 타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 열쇠말 관심을 가질 것

세 번째 열쇠말은 두 번째 열쇠말 ‘행운‘에서 이어집니다. 곁에 누군가 있어야 행운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을 앞에서 했는데요, 결국이 소설에서 말하는 ‘행운‘이란 것은 어떤 초월적 존재가 가져다 주는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작가는 ‘운‘이라는 이름의 초월적 존재를 통해 이것이 쉬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관심을 가질 것. 너무 쉬워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아무도 믿지 못하겠지만 관심을 가지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공감할 것입니다. 외로운 이에게도, 상처를 가진 이에게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이에게도 그 옆에 관심을 가진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충분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그 사람에게도 행운이 다가가고 있다는 거겠지요.

이 소설의 제목처럼 행운이 나에게 다가오는 중이라고 기대하며 산다면 매일이 얼마나 설렐까요? 지금 행운이 여러분 곁에 다가오기를바라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천지가 죽은 후 엄마와 언니가 이사한 곳은 화연이네가 사는 동네였습니다. 천지 엄마는 화연이네 중국집을 찾아가 화연의 생일 선물로 최신형 mp3 플레이어를 전해 줍니다. 그것은 천지가 죽기 전 타의에 의해 준비했던 것이었지요. 이때 천지 엄마는 이렇게 평생 피해자 가족의 얼굴을 보면서 살아보라고 혼잣말합니다. 사실 천지 엄마는 오래전에 화연이의 부모를 찾아와 괴롭힘을 말려 달라고 했으나 화연이 부모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화연이 엄마는 천지가 죽은 후 찾아와 태연히 자장면을 먹는 천지 엄마가 달갑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로도 사과도 섣불리 할 수가 없습니다. 어린 딸의 잘못을 인정해 버리면 치러야 할 값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잘못을 하고도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 잘못을 인정했을 때 치르고 싶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일까요? 
어떤 이들은 왜 용서하지 않느냐고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잘못을 묻기도 합니다.


세 번째 열쇠말 허생전

「허생전」은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쓴 한문 소설입니다. 허생은 남산 밑 묵적골에 살며 책 읽기만 하던 가난한 선비입니다. 
어느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아내의 질책을 듣고 장안의 부자인 변 씨를찾아가 돈 1만 낭을 빌립니다. 그러고는 과일과 말총을 매점매석하여 큰돈을 법니다. 이후 도적의 소굴로 찾아가 도적들을 설득한 뒤, 이들을 이끌고 어느 섬으로 들어갑니다. 
섬에서 농사와 무역으로 자신의 이상국을 건설한 허생은 다시 섬에서 나와 나라 안의 빈민을 구제합니다. 
변 씨에게서 허생의 이야기를 들은 이완 대장은 허생을 찾아가 나라 안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묻습니다. 
이에 허생은 여러 방법들을 제시하지만, 이완 대장은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허생은 지배층의 허례허식과 무능을 비판하면서 이완 대장을 내쫓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허생이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허생은 사대부 양반으로 지식인입니다. 예리한 안목으로 당대 사회를 비판하고, 많은 과업을 이루는 인물이지요. 

왜냐 선생님은 이를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결여된 것으로 양반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한계는 작가 박지원의 한계이기도 하다고 지적합니다.

왜냐 선생님 역시 지식인이지요. 그는 교사들의 노동조합인 전교조에 가입하여 진정으로 학생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참된 교육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를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지요.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전교조가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1990년대입니다. 그 이후에 일제 고사가 폐지되고 고교 평준화가 이루어져 중학교만이라도 입시 교육을 탈피하게 되었으며, 촌지와 체벌이 없어지고 친환경 직영 무상급식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외에도 학교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교육 민주화는 전교조의 선구적 운동과 요구로 인해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왜냐 선생님처럼 해직되어 그토록 가르치고 싶었던 아이들곁을 오래도록 떠났다가 돌아온 선생님도 많지요.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사실은 이런 지식인들의 끊임없는 실천과 투쟁의 결과로 얻어낸 것들이라는 점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 선생님은 「허생전」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고 싶었던 것일까요? 
「허생전」은 과거의 이야기이고,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은 현재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우리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배웁니다. 이 작품을 통해 왜냐선생님이 가르치고싶었던 것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제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문답식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외부로부터 억압을 받으면서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왜냐 선생님이 이처럼 실천적인 삶을 산 것은 허생의 모습을 비판하며, 지식인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가르침을 가장 잘 배우고 실천한 학생은 윤수였습니다. 동철이가 왜냐 선생님을 비판할 때나, 선생님이 학교에 못 들어오게 되었을 때 했던 말이나 행동을 보면 윤수는 왜냐 선생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며 한결같이 옹호합니다. 

왜냐 선생님이 학교에 못 들어온 날, 윤수는 자기 생각을 실천으로 보여 줍니다. 땡볕이 쏟아지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혼자 앉아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윤수는 왜냐 선생님이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나름의 방법으로 시위하며 저항합니다. 윤수의 행동에 선재 역시 운동장으로 뛰어갑니다. 선재는 똑똑하지만 생각이 많은 학생입니다. 하지만 윤수를 본 그 순간에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왜냐선생님은 학교로 돌아오셨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작한다는 것

이동식

시작한다는 것은
안 된다는 걸 믿는 것이 아니라
된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그것이 하고픈 일이고
꿈이라면
그 낮은 확률에도 희망을 갖고
나의 길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 식탁에서

아이 둘 낳아 기를 매
나의 아이들 아직 어렸을 때
만약에 우리가 이혼하는 사람들이 되었다면절대로 자기는 아이들 떼놓고
집을 나가는 사람이 되었을 거라고
아이들 키울 자신이 없어 분명
그렇게 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짐짓
가슴이 아리다
그렇다면 우리 집 아이들은
어디서 누구하고 산단 말이냐
아이들 울고불고 길거리를
헤매고 그랬을 일을 생각하면
우리가 젊어서 이혼한 사람들이 아닌 게
참 잘 한 일이지
같이 살아 늙은 사람이 된 것이
참 좋은 일이지
있지도 않았던 일들을 생각하며
가슴 쓸어내리는 어떤 아침이 있었다.

다시 중학생에게

사람이 길을 가다 보면
버스를 놓칠 때가 있단다
잘못 한 일도 없이
버스를 놓치듯
힘든 일 당할 때가 있단다
그럴 때마다 아이야
잊지 말아라
다음에도 버스는 오고
그다음에 오는 버스가 때로는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떠한 경우라도 아이야
너 자신을 사랑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너 자신임을 잊지 말아라.

꽃들아 안녕

꽃들에게 인사할 때
꽃들아 안녕!
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번 옳다.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유언시1
아들에게 딸에게

아들아 딸아, 지구라는 별에서 너희들
애비로 만난 행운을 감사한다
애비의 삶 길고 가느른 강물이었다
약관의 나이, 문학에의 꿈을 품고 교직에 들어와
43 년 넘게 밥을 벌어먹고 살았으며
시인교장이란 말을 들을 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지 싶다
그 무엇보다도 한 사람 시인으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우렁차고 커다란 소리를 내는 악기보다는 조그맣고 고운소리를 내는 악기이고 싶었다

아들아, 이후에도 애비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거든
함부로 대하지 않기를 부탁한다
딸아, 네가 나서서 애비의 글이나 인생을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작품은 내가 숨이 있을 때도 나의 소유가 아니고
내가 지상에서 사라진 뒤에도 나의 것이 아니다
저희들끼리 어울려 잘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거라
민들레 홀씨가 되어 날아가는 느티나무가 되든 종소리가 되어

사라지고 말든 내버려 두거라.

인생은 귀한 것이고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란 걸
너희들도 이미 알고 있을 터,
하루하루를 이 세상 첫날처럼 맞이하고
이 세상 마지막 날처럼 정리하면서 살 일이다부디 너희들도 아름다운 지구에서의 날들
잘 지내다 돌아가기를 바란다
이담에 다시 만날 지는 나도 잘 모르겠구나.

태백선

두고 온 것 없지만 무언가
두고 온 느낌
잃은 것 없지만 무언가
잃은 것 같은 느낌
두고 왔다면 마음을
두고 왔겠고
잃었다면 또한
마음을 잃었겠지
푸른 산
돌고 돌아
아스라이 높은 산
조팝나무꽃 이팝나무꽃
소복으로 피어서 흐느끼는
골짜기 골짜기
기다려줄 사람 이미 없으니
이 길도 이제는다시 올 일 없겠다.

별리

우리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
그대 꽃이 되고 풀이 되고
나무가 되어
내 앞에 있는다 해도 차마
그대 눈치채지 못하고
나 또한 구름 되고 바람 되고
천둥이 되어
그대 옆을 흐른다 해도 차마
나 알아보지 못하고
눈물은 번져
조그만 새암을 만든다
지구라는 별에서의
마지막 만남과 헤어짐
우리 다시 사람으로는 만나지 못하리.

오늘의 약속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발을 멈췄다든지
매미 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느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지나간 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든지
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
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가족사진

아들이 군대에 가고
대학생이 된 딸아이마저
서울로 가게 되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자고 했다
아는 사진관을 찾아가서
두 아이는 앉히고 아내도
그 옆자리에 앉히고 나는 뒤에 서서
가족사진이란 걸 찍었다
미장원에 다녀오고 무쓰도 발라보고
웃는 표정을 짓는다고 지어보았지만
그만 찡그린 얼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떫은 땡감을 씹은 듯
껄쩍지근한 아내의 얼굴
가면을 뒤집어쓴 듯한 나의 얼굴
그것은 결혼 이십오 년 만에

우리가 만든 첫 번째 세상이었다.

아름다움

놓일 곳에 놓인 그릇은 아름답다
뿌리 내릴 곳에 뿌리 내린 나무는 아름답다
꽃필때를 알아 피운 꽃은 아름답다
쓰일 곳에 쓰인 인간의 말 또한 아름답다.

행복 2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길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 각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촉을 본다
얼랄라
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한 개의 촉 끝에
지구를 들어 올리는
힘이 숨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