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문답식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외부로부터 억압을 받으면서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왜냐 선생님이 이처럼 실천적인 삶을 산 것은 허생의 모습을 비판하며, 지식인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가르침을 가장 잘 배우고 실천한 학생은 윤수였습니다. 동철이가 왜냐 선생님을 비판할 때나, 선생님이 학교에 못 들어오게 되었을 때 했던 말이나 행동을 보면 윤수는 왜냐 선생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며 한결같이 옹호합니다. 왜냐 선생님이 학교에 못 들어온 날, 윤수는 자기 생각을 실천으로 보여 줍니다. 땡볕이 쏟아지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혼자 앉아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윤수는 왜냐 선생님이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나름의 방법으로 시위하며 저항합니다. 윤수의 행동에 선재 역시 운동장으로 뛰어갑니다. 선재는 똑똑하지만 생각이 많은 학생입니다. 하지만 윤수를 본 그 순간에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왜냐 선생님은 학교로 돌아오셨을까요?
정신분석 용어 사전에 의하면, 이 용어는 1970년에 심리학자인 시너스와 마이어가 소개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다른 개념들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에 나왔죠. 공선옥 작가는 이 소설을 보고는 ‘어쩌면 현대라는 사회가 집단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라고 말했습니다. 유명 작가의 시선이 아닌 학생들의 시선은 어떨까요? 중학생이 이 소설을 읽고 쓴 서평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타인을 만난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기도 어려워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철저하게 타인에게 무관심한 무관심 사회가 된 것이다. 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오로지 나 하나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나 이외의 타인의 감정에는 공감하는 법을 잊어버린 우리 사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자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윤재가 타인과 관계 맺음을 통해 감정을 느끼는 것을 보여 주면서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윤재가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고 다른 이들과 그 감정을 나눌 수있으리라는 희망으로 끼니마다 ‘아몬드‘를 밥상에 올리지요. 이런 엄마의 바람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아무런 선입견 없이 윤재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이층 빵집 주인 심 박사의 관심 덕분이었을까요? 윤재는 자기 자신의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감정 표현 불능증 덕분에 두려움도 못 느낀 채 몸을 던져 곤이를 위험에서 구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에 맞추어 앞으로의 인생에 부딪혀 보기로 결심합니다. 선천적으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괴물 취급당했던 윤재가 괴물이 되어 가던 소년 곤이를 위해 진짜 괴물인 사내와 싸워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부분을 보며 과연 우리 사회의 괴물은 누구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섣부른 ‘라벨 붙이기‘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성찰하게 됩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축복 받아 마땅한 아이들이 태어나는데 그들이 어떻게 성장할지는 주위의 사람에게 달려 있을 것입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입니다.
본문 작품 자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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