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 지구를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지구를 가장 괴롭히고 죽음의 고통으로 몰고 가는 암적 존재는 누구일까? 생각할 것도 없이 인간일 것이다.
저자는 인간은 지구라는 신체에 홈을 파고 상처를 만드는 병적 존재이고 전쟁, 기후변화, 전염병은 적절한 분출이 없는 인간의 과잉생산과 과잉 축적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고 말하고 현대 자본주의사회와 도시가 직면한 이러한 위기를 정신분석과 철학의 관점에서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인류가 오늘날까지 문명을 만들면서 자행한 자연과 무의식에 대한 무분별한 정복이 팬데믹, 기후변화, 경제공황 같은 여러 가지 증상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보고 이 총체적 위기의 상황에서 도시, 사회, 경제, 철학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성찰을 시도하는 것이 이 책의 의도라며 서문을 열고 있다.
이 책의 서문을 읽는 순간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여태까지 내가 알고 있던 서양철학에 대한 것들이 일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니체, 맑스, 프로이트, 라캉, 들뢰즈 등 서양철학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현상 속에서 근본을 찾고 근본에서 나온 현상들을 더욱더 탐구해 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저자가 혼돈이 가지는 무규정적인 흐름을 한시적으로 고착화한 것이 정신, 도시, 사회, 문명이라고 보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정신이라고 한 것처럼 혼돈이 근본 즉 동양철학에서 象의 세계, 그리고 거기에서 발생한 정신, 도시, 사회, 문명을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形의 세계로 보면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관점과 어느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 책의 단 몇 페이지만 읽었을 뿐인데도 도시, 문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서양철학의 진수를 녹여내고 그 어려운 철학들을 도시이야기 속에 녹여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들어 냈다는게 놀라울 뿐이었다. 지금까지 어떤 철학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이고 흥분되는 책이라는 것을 짧게 편집한 가제본을 읽어 나가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3권으로 1권 과잉도시는 무한과 유한의 물질대사를 다루며 정신, 사회, 도시를 작동하게 하는 흐름을 제시하고 2권 환상도시는 정신, 사회, 도시에서 작용하는 환상에 대해 분석하고 3권 사건도시는 혼돈과 실재를 다룬다고 한다.
즉 혼돈의 세계에서 비롯된 현상세계인 도시, 사회, 정신이 혼돈을 어떻게 수용하고 발전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여태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하게 융합된 흥미진진한 책이 될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받은 가제본은 1권 과잉도시를 짧게 편집한 책으로 혼돈이라는 무한한 자연의 흐름이 어떻게 유한한 문명 체계가 되었는지를 원시시대, 고대, 중대, 르네상스, 바로크, 근대와 현대까지 살피고 시대정신과 각 시대는 도시를 어떻게 발달시키고 정신 병리와는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 그리고 앞으로 찾아올 시대는 어떤 체계일지 살펴본다.
도시의 발달 과정과 혼돈에서 유한의 세계로 그리고 다시 무한의 세계로... 저자는 어쩌면 인간의 불행은 유한 안에 무한을 담으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하고 대항해시대, 제국주의, 식민지배, 자본주의가 모두 유한한 체계 안에 무한한 흐름을 담으려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르네상스,고전주의, 근대, 현대의 에피스테메와 철학, 건축, 사회상과 시대구분 그리고 현대의 성과사회, 피로사회, 통제사회, 신자유주의에 대한 고찰과 들뢰즈의 원시사회, 전제군주사회, 자본주의의 세단계 경제체계 구분과 코드화, 초코드화, 탈코드화 그리고 영토화, 탈영토화, 재영토화 되어온 전환의 역사...
그리고 자본주의 이후의 나타날 체계는 더욱더 탈코드화, 탈영토화 된 체계이지 않을까...
90페이지 정도의 가제본을 읽었지만 인류가 살아온 각 시대의 가치관, 철학, 과학, 건축, 경제체계, 역사 등 인문학 전반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과 융합과 통합의 관점이 너무나도 흥미진진하고 독특한 경험이었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완성된 출판본이 어떨지 너무나 기대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