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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입니다! 아닌가? 봄인가 봅니다! 아니, 여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5월 2일인 오늘, 서울의 기온은 23도. 봄입니까? 여름입니까?
언제부턴가 제철 과일을 생각해 낼 수 없어졌듯이, 이제부터는 계절구분도 모호해질 전망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봄이라고, 5월이면 당연히 봄이 아니냐고, 마구 우기고 봅니다.
봄입니다! 꽃망울은 다 떨어져버린 신록의 봄!
'50원 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처음 김수영이란 시인을 알게 된 '어느날 고궁에서'를 읽으며 사시나무처럼 떨었던 내 가슴을 기억합니다. 시인의 분개가, 고스란히 내 몸으로 느껴졌던 것은 다름아닌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이 바로 '나'의 모습임을 어렴풋이 알고있었기 때문입니다. 식당을 나서며 '고맙습니다'란 말을 습관처럼 붙이는 이뉴는 나는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도,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 옹졸한 일개 소시민도 아니라는, 나만의 위로입니다.
언젠가 <한겨레21>에서 백과전서파 논객으로 진중권을 김수영의 수위로 끌어올린 기사를 보았습니다만, 그래도 좋은것일까요,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는 일에 분개하는 진중권의 모습을 본적이 없는데...
작은일에만 분개하는 자신을 자책했던 말간 눈의 김수영을 기억하며, 역시 백과전서파라고 내맘대로 여기고 있는 철학자 '강신주' 판의 김수영 찬미가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책 욕심에서라면 둘째 갈까봐 서러운 저로서는 차마 읽지 못해 아쉬운 '아까운 책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 입니다. 세상엔 읽고싶은 책이 너무 많아 때로는 책 목록 내지는 요약서라도 읽어야 밥을 먹은 것 같은 안도감을 느낍니다.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를 볼때, 공주보다 난장이에게 먼저 시선이 가게 된 것이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고난 이후부터 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을 통해 박민규는 못생긴 여자의 슬프고도 독특한 사랑이야기를 완성했습니다. 박민규는 그녀에게서 '욕망'을 읽은 것이지요.
이 책이 욕심나는 것은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보다는, 박민규가 풀어낸 욕망의 방식 때문입니다. 이제 난장이에게서 벗어나, 벨라스케스가 화면 곧곧에 숨겨둔 욕망의 모습을 프로이드 방식으로 분석한 저자를 따라가보고 싶습니다. 그 속에서 나의 감추고픈 욕망을 만나게 될테니까 말입니다.
그나저나 저자의 이력이 독특합니다. 국어교사였고, 정신분석을 공부했으며,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니,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