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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악보 -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ㅣ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
최정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 단순히 이책을 철학서적이라고 생각했었던가. 아니 나는, 529쪽이나 되며 '사유'라는 다분히 난해한 제목의 이 책을 읽고 싶기는 했던걸까. 철학서도 문학평론도 음악비평도 미학도 정치학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든것을 함유하고 있는 기형과 잡종의 글쓰기라는 서문을 읽으며 생각했다. '아 재미있게 읽어볼 수도 있겠다. 한 번 빠져보자.' 한번 빠져보자, 다짐했지만 쉽지않다. 글을 읽으면서 동시에 신변의 잡다한 일상들이 떠오른다. 또는 잠이 쏟아지기도 한다. 세상에나!
작곡가이며 비평가이며 기타리스트인 최정우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무엇이며, 무엇이고, 무엇일 수 있다는 놀라운 변신능력과 그 모든것을 종합할 수 있는 그의 종합능력이 부러움과 동시에 매력적이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복잡한 사유 마저도 가능한 사람이라니.. 그러나 솔직히 왜 이렇게 복잡하게 사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매력도 느끼질 못하겠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른 그 한마디는
압축할 줄 모르는 자, 뻔뻔하다! 왜? 읽는 이로 하여금 분심이 들게 하므로.
나는 매사에 어떠한 일의 발생원인을 찾을때 외부귀인보다는 내부귀인을 하는 편이다. 그것은 내가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만, 외부환경은 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는 것이니 되도록이면 나를 조작해보자 하는 조금은 약아빠진 생각에서이다. 이 책을 읽으며 수없이 '내 탓이오'를 외쳐보았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내 탓, 책 속으로 빠지는 대신 망상에 빠지는 것도 내 탓, 결국 에라 모르겠다. 포기하는 것도 내 탓....
언어나 악보는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가 된다. 최정우는 언어라는 기호를 통해 사유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지만, 적어도 나는 아무것도 전달받지 못하고 말았다. 최정우와 이미 공유하고 있는 어떠한 약속도 없었기 때문에 내가 이 책의 의미를 전달받지 못했던 것일까. 자책은 끝없이 이어지고, 자다가 남의 다리 긁듯이 책을 훑고 지나가다. 슬프도다! 여기에서 나는 그만 이 책을 포기하고 만다. 블랙홀처럼 끝도 시작도 모르겠는 말들의 잔치 속에 안녕을 고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