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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 - 자연의 패턴 속으로 떠나는 여행 ㅣ 승산의 대칭 시리즈 4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안기연 옮김 / 승산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징그럽게만 생각되었던 불가사리의 별 모양이 그렇게 아름다운 대칭이었다는 것을.
대칭은 자연의 유전적 우수성이라는 것과, 인간과 동물 모두 비대칭적인 것보다는 완벽한 거울 대칭을 선호 한다는 것을.
우리 몸의 비대칭한 내장기관들은 외부 몸의 대칭을 더욱 강조한다는 것을.
이 책을 받아들고 우선 '악' 소리가 나게 놀랐다. 수학책이다. 내가 그토록 싫어해 마지 않던.
지루한 수학사에 완전히 사로잡혔다는 첫장의 추천 독자서평을 읽으며, 거짓말을 외쳤다. "거짓말!"
부들부들 떨면서 목차를 읽고, 임의의 수는 그 앞의 두 수들을 서로 더하여 얻는 피보나치 수열에 대해 읽고 달팽이 껍질이 피보나치 수열을 암호로 한다는 것을 알고, 다면체의 면과 꼭짓점의 수에서 모서리의 개수를 빼면 항상 2를 얻는다는 것을 주변에 있는 다면체들을 이용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자 내 얼굴의 주름이 확 펴졌다. " 야, 이거 꽤 재미있는 책인데!"
수학을 전공하고, 수학을 특히 재미있어라 하는 사람들을 나는이해하지 못했다. 이 책의 마커스 드 사토이도 그렇게 말한다. 주변의 사람들은 수학을 사랑하는 자신을 의아스럽게 여기며 수학자를 수수께끼로 여긴다고. 그래서 그는 이 책을 썼다. 자신이 속한 세계의 매혹적인 모습을 우리에게 슬며시 보여주고 싶었놓라고 고백한다. 언어가 달라 불완전한 의사소통을 할 수 밖에 없는 관계에서도 수학적 유대는 어쩔수 없는 관계를 형성할 것이라는 것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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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수학자 다비드 힐베르트가 말했듯, 수학은 인종을 구별하지 않는다. 수학에서 모든 문화적 세계는 하나이다(p.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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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은 정렬을 뜻하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무작위적인 확률이기도 하다. 때때로 의도된 계획에 의해 무작위적인 확률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사고과정과 유사하며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그러기에 대칭은 인간과 동물에게 안락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의도된 대칭에의 미완성은 성장의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우리는 자연과 예술품에서 많은 대칭을 만나지만 의외로 '대칭'의 의미에 소홀하다. 흔히 있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대칭은 곳곳에서 튀어 나온다. 피라미드와 알람브라 궁전의 벽돌에서, 나열 수의 패턴에서, 일본의 가부키 극에서, 에셔의 작품에서, 조형물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곳곳에서 발견되는 대칭의 이야기들과 함께 수학사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이 책을 읽는 특별한 재미이다. 수학자가 아니어도, 또는 수학도가 아니여도, 혹은 수학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여도 재미있게 읽히는 수학책이 맞다. 앞장에 씌여 있는 독자 서평의 평들이 거짓이 아님을 책의 곳곳에서 발견했지만, 역시 이론을 읽는 것은 버거웠으며,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어느정도는 포기하고 나자, 마커스 드 사토이가 보여주는 수학사가에 재미를 느끼는데 가속도가 붙었다.
나의 일상과 도저히 만날 것 같지 않은 수학적 지식들은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날 수 밖에 없었으며, 이는 곳곳에서 볼펜을 세워들고 골똘히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겼다. 학교를 졸업한 후, 전혀 수학책을 펼쳐본 일이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무척 흥미로웠다. 이 책을 수학사라해야 할까, 대칭을 앞세운 수학이야기라고 해야할까, 그저 수학자가 쓴 수학 에세이라고 해야할까. 가벼운 에세이로 생각해도 좋을만큼 마커스 드 사토이의 글은 명랑하고 경쾌하다. 그의 특별한 재능이 이 책의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주고 있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현재 수학과 관계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더라도, 한 번은 이 책을 읽어보라고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다만 수학이론을 이해하겠다는 욕심은 버리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