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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마인드셋 워크북 - 당신을 변화시키는 인지행동치료 기반 마음 훈련
일레인 엘리엇 모스크와 지음, 송지영 옮김 / 하나의학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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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보다 나은' 삶과 성취를 꿈꿉니다. 하지만 원한 바를 모두가 이루는 것은 아니죠. 반면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만의 남다름은 무엇일까요? 그 비결을 훈련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



   여기에 심리학계의 저명한 석학 캐럴 드웩(Carol S. Dewck)이 이야기한 자기성장의 핵심 키, "성장 마인드셋"을 가꿀 수 있도록 안내한 탁월하고 명쾌한 저서가 있습니다. 하나의학사의 신간 [성장 마인드셋 워크북]을 소개해요.


성장 마인드셋을 흔히 '자신이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의 힘' 또는 '원하는 것을 이루는 태도의 힘'이라고 소개하기도 합니다. 사람에 따라 성장마인드셋을 타고나기도 해요. 하지만 타고 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다행히 고정 마인드셋 습관을 교정하는 연습으로 성장 마인드셋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훈련은 평생에 걸쳐 지속되야 합니다. 아무리 성장 마인드셋을 갖춘 사람이라도 난관에 맞닥뜨리면 고정 마인드셋 상태로 돌아가기 쉽답니다.

저자는 CBT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한 단계별 훈련 과정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활용도 높은 워크시트를 통해 독자들이 성장마인드셋을 갖추도록 돕습니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독자들이 바로 실천을 시작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어요. 즉 책장에 모셔 두는 게 아니라 매일 펼쳐두고 자신만의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입니다. 덧붙여 각 장 끝마다 제공되는 요약 부분만을 모아 연결해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워크북을 활용하기 전 전체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목표를 무엇에 두는가? 성장 VS 성취


 고정 마인드셋이란 사람은 저마다 정해진 만큼 능력 및 자질이 있어 이것은 바꿀 수 없다는 믿음이며, 성장 마인드셋이란 시작은 일정 수준의 능력 및 자질이라도 이는 발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말하자면 성장과 성취 어느 것에 방점을 두느냐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도전에 긴장을 느낄지라도 회피하지 않고 지속하여 뚫고 나갈 것입니다. 그 과정 자체에서 얻는 것이 있으리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죠. 또한 실패할지라도 회복이 빠를 거예요. 되려 이를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을 것입니다.


반면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이들은 두려워합니다. 이들은 능력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성취를 원하고, 실패와 실수를 곧 퇴장 경고 신호처럼 느낄 것입니다. 모두에게 자신의 취약함에 직면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성장을 위해 긴장감을 유지하며 전진한다는 것은 인고의 과정입니다. 나의 부족함에 직면하고 이를 안은 채 한계보다 약간 더 힘을 내어 버티는 겁니다. 큰 짐을 지고 폭풍 속을 뚫으며 조금씩 전진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렇기에 성장보다는 안전함을 택하는 편이 쉽습니다. 혹여나 위험부담이 큰 도전을 택해 부러 실패함으로써 변명거리를 찾은 경험이 있진 않나요? 우리에게 습관처럼 달라붙어 있는 반응 중 하나는 미리 염려스러운 상황을 차단하고 환경을 조정하는 거지요. 즉 "안전하고 쉬운 업무를 택하고, 문제를 회피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자신의 취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고 인정해야 하기 때문(14p.)"에요.


당신은 어떠신가요?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당신의 외부에 있습니까, 내부에 있습니까? 나의 성장에 만족을 느끼나요, 타인의 시선과 인정이 중요합니까? 저자의 안내를 따라 자신의 상태를 체크해 보시면 어떨지요.






어떻게 바꿀 것인가


  시작은 현재 삶의 점검부터입니다. 성장 목표를 찾기까지 저자가 2장에서 제안한 활동지를 활용해 정리해 보세요. '인생 만족도 설문지'를 통해 불만족스러운 영역을 찾고, 0점 이하로 평가한 불만족 영역을 성장 목표로 전환할 수 있게 되어 있답니다. 그리고 '성장 목표 질문지'는 3가지 영역의 목표와 이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적고 첫 스텝을 시작할 일정을 기록함으로써 불만을 성장 목표로 바꾸는 것을 돕습니다. 바꿀 포인트를 자기 대화의 내용에서 파악할 수 있단 점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기억할 것은 성장 마인드셋은 비현실적인 낙관주의가 아니란 점이에요. 오히려 현재의 수준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으며, 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합리적 평가 과정입니다. 3장, 특히 56~74 페이지의 '고정 마인드셋 자기 대화'와 '성장 마인드셋 자기대화'의 예시들을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예로 5장의 "고정 마인드셋에 대항하는 성장 마인드셋 실천 방안" 부분을 읽어보시면, 내게 듣기 달콤하나 도움 되지 않는 지인보다는 다소 불편해도 성장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줄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 어떻게 단계를 밟을지 제안하고 있습니다. 고정 마인드셋에 빠지게 되면 불안하기에 칭찬해 줄 사람을 찾고 비판할 사람은 피하게 되는데 이때 '서열 목록' 시트지에 실천 계획을 짜며 도움이 될 권위자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거죠. 다른 테크닉으로는 85페이지의 '성장 코치 워크시트'를 활용할 수 있어요. 자기에게 혹독한 분, 자화자찬이 심해 자기 기만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는 분 모두에게 유용해요. 자기-자비의 대화법은 이미 알고 있지만 이 워크시트는 간단하면서도 양 극단의 케이스에 활용 가능하고 쉬운 것이 매우 마음에 들어서, 당장에 상담 회기에 활용해 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웅덩이를 건너는 법


  성장마인드셋을 실천 중이라고 해도 매 순간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실망스러운 상황을 마주합니다. 실수나 실패, 고비와 장애물을 만나면 다시금 고정 마인드셋에 빠지게 되는데 저자는 이를 웅덩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어요. 길 가운데 움푹 파인 웅덩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저자가 정리한 고정마인드셋 웅덩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힘든 업무에 부딪힘

-노력이 필요함

-업무의 진전을 평가함

-실수를 저지름

-칭찬이나 비판

-남들의 성공이나 실패



성장 마인드셋 차트는 이 워크북에서 핵심 도구라 할 만한 것입니다. 이 한 장의 표로 독자는 저자가 제시하는 대부분의 훈련 과정을 따라갈 수 있어요. 이 표는 저자가 매우 심혈을 기울이고 고생하며 집중하여 만든 부분입니다. 이 워크시트를 활용해 마인드셋의 사고, 감정, 행동 양식을 점검하고 패턴을 파악하며 고정 마인드셋에서 성장 마인드셋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 표는 저서에서 수차례에 걸쳐 지은이가 안내하는 온라인 주소에 접속하면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자료를 출력하여 일일이 넘길 필요 없이 성장 마인드셋 차트만으로 이 책에서 안내하는 훈련 대부분이 소화 가능하다는 점이 실용적이기에 너무나 맘에 듭니다.





경고 신호에 귀를 기울이기


  어떻게 내가 고정 마인드셋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평안함과 익숙함, 즐거움이 반드시 내가 성장 중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로고 테라피의 창시자 빅터 프랭클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표, 자유의지로 선택한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죽음의 수용소에서, 청아출판사, P. 177)"이라고 설파했는데요. 익숙함이라는 함정은 무섭습니다. 뿌둣함이라는 감정에 취해 있을지라도 이것이 우리를 안주하게 하거나 스스로의 능력과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한다면 고정 마인드셋 감정인 것입니다.


사건과 스트레스, 도전에 대한 우리의 반응과 감정이 자신이 고정 마인드셋 상태인지 알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 책의 3장 전반부는 당신의 사고, 행동양식, 감정을 통해 나의 마인드셋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게 돕습니다. 4장은 특히 고정 마인드셋 감정을 다루는 요령을 소개합니다. 비단 마인드셋 점검뿐 아니라 심리학에서 감정(정서) 상태는, 우리의 무의식과 자아가 건네는 진실한 소리의 반향으로 봅니다. 나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성장 마인드셋 감정은 타인과의 연결을 거리끼는 태도와 거리가 멉니다. 타인에게 도움 청하기를 망설이지 않습니다. 세상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저자가 감정 다루기 테크닉으로 제안한 횡경막호흡과 점진적이완법, '지금 여기 포커싱'은 체화가 되기까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마음챙김 기법 외에 저자가 제안한 플로우트 기법은 고정 마인드셋 감정에서 거리를 두기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꼭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모든 시도는 일상에서 집중력을 흐리는 소음이 크게 들릴 때 창을 닫고 헤드셋을 쓴 후 중요한 일에 계속 집중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배경 소음을 없애지 못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영향을 덜 받도록 조정하고, 멈추지 않고 할 일을 하는 거지요.


플로우트 FLOAT 는 다음의 약자입니다.


F(Feel, 느끼기): 성장 마인드셋을 위협하는 장애물을 만날 때 나타나는 감정 변화 느끼기

L(Label, 이름 붙이기): 구체적인 감정에 이름 붙이기

O(Observe, 관찰하기): 고정 마인드셋의 결과로 나타나는 감정 관찰하기

A(Accept, 수용하기): 그 감정을 예상하고, 판단하지 않고 수용하기

T(Take step, 실행하기): 감정을 넘어 성장 마인드셋 단계 실행하기

(p. 106)





괜찮다, 도망치지만 않는다면


  최근 들어 정체되어 있는 상태에서 한 발자국 더 나가기엔 힘이 부치던 참이었습니다. 때마침 선물처럼 찾아온 이 워크북의 도움을 뜻하지 않게 받게 되었어요. 저자는 마무리 글에서 성장 마인드셋을 구축하는 일이 정원 가꾸기와 같다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세심한 품이 드는 일이란 것이지요. 단 한 번으로 완성되지도, 절대 끝나지도 않는 유지와 관리가 관건인.


괜찮다, 내가 도망치지만 않는다면.

이 말로 여러분과 내가 시작하면 좋을 듯하네요.


오늘 소개해 드린 [성장 마인드셋 워크북]이 주저 않고 싶지는 않은데 어찌할 바를 몰라 답답하신 모든 분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며 제가 직접 정독하고 정성 들여 적어 내려간 서평임을 밝힙니다.


#하나의학사 #정신건강의학 #심리학 #신간 #서평단 #베스트셀러 #마인드셋 #자기계발서 #성장 #성장마인드셋 #캐럴드웩 #인지행동치료 #CBT #회복탄력성 #마음 #훈련 #워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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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초점 심리치료 ACT - 수용전념치료를 활용한 마음/신체/정서를 포괄하는 치유 안내서
러스 해리스 지음, 송승훈 외 옮김 / 하나의학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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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ACT(트라우마 초점 수용 전념 치료)는 트라우마는 물론 다양한 증상에 유연하고도 효율적으로 사용 가능한 근거기반 치료 기법입니다. 저자는 TF-ACT'다재다능'하다고 자랑스레 소개하는데 실제로 치료자가 상향식으로든 하향식이든 융통성 있게 방향 설정을 할 수 있고, EMDR(안구 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 치료)이나 PE(노출 치료)와도 통합할 수 있어 현장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의 구성도 현장에서 바로 사용하기에 용이하게 짜여 있습니다. 주요 기법마다 예문과 자료가 딸려 있고요. 장마다 ''으로 관련 사이트를 통해 도움을 얻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이 사이트에서 시연 영상을 비롯 다양한 오디오 및 비디오 자료, 전자책과 임상 도구를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해리가 심하거나, 신체화나 공황 증상에 압도되어 지지적 상담의 포지션만으론 회기 진행을 깊게 가져가기 어려운 내담자와의 작업에 큰 힘을 얻을 수 있겠다 싶어요. 특히 진정을 위한 호흡법, 마음 챙김 명상, 심지어는 주의 전환을 위해 그라운딩 기법 등을 시도했다가 효과가 없었거나 내담자의 불안이 도리어 커지는 부작용을 경험한 선생님이 계시다면, 이 책이 도움되지 않을까요.

 

트라우마 초점 수용 전념 치료의 차이점이자 강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TF-ACT는 내담자의 증상 및 감정, 생각을 없애거나 바꾸려 싸우지 않습니다. 신경가소성의 원리를 근거로 이미 자리 잡은 신경 경로를 제거하지 않고 그 위에 새 길을 그려 넣습니다. 주의 전환 시도가 자칫 그의 핵심 문제 행동인 '회피'의 강화가 될 위험이 있음을 염두에 둡니다. 폭풍우에 맞서 싸우라고 요구하지 않고 폭우가 지나는 동안 통제력을 유지하고 안전감을 가질 방법을 제안합니다.

 

12[투쟁의 전장을 떠나기]를 읽어보시면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 및 생각과 맞서 싸우기보다는 투쟁을 내려놓는 시도에 대해 배울 수 있어요. 내담자가 불쾌함을 느낄지라도 신체를 여전히 통제하고, 의미 있는 '지금의 일'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케 되면 현재에 접촉하며 고통을 수용할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P.88-95를 참고하시면 통상적인 마음 챙김과 트라우마에 효과적인 마음 챙김 연습의 차이, 주의분산과 이완이 TF-ACT에서 연습시키고자 하는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정리하실 수 있을 겁니다. 23장 역시 혼동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받을 내용이 적혀 있어요. 이러한 차이점들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시고 기법들을 내담자와 연습하시길 추천해요.

 

TF-ACT는 내담자의 인지를 판단하기보다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즉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유도하는 생각이라면 통상적으로 '긍정적'이라 여기는 인지라도 이것이 적절한 시간에 "오고, 머물고, 떠나갈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p.200) 제거하거나 바꾸거나 피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또 한 가지는 TF-ACT는 다양한 메타포(은유)를 통하여 내담자를 교육하고 이해시킨다는 점입니다. 책에도, 관련 사이트에도 유용한 여러 가지의 메타포가 소개되어 있으니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내담자가 단순한 회복을 넘어서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하기를 바란다는 고백과, 상담 장면에서 실패와 실수를 마주하게 될 선생님들에게 완벽한 치료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단언이 외려 선배님의 충고로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이런 순간조차 ACT를 적용하여 누구라도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찰하고 배울 수 있으며, 자기 자비 의식을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꼭 읽어보시고 선생님들 많은 힘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때때로 우리의 일은

성취감과 영감, 희망을 줍니다.

그러나 어떤 때에는

고통스럽고 실망스럽습니다.

최저점 없이 최고점을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내담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질 때,

그들을 도울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기쁨을 느끼고,


우리가 할 수 없을 때에 슬픔을 경험합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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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버지니아 울프 - 한 사람의 인생이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까지
수사네 쿠렌달 지음, 이상희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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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말로 큰다.˝ 은유작가의 소개글처럼, 사람에게는 타인의 입술과 혀를 거쳐 나오는 체온이 덧입혀진 ‘말‘의 포옹이 진정 필요하다. 당신의 마음을 안아주는 버지니아 울프만의 목소리와 언어의 온도가 스민 아름다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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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장선우 지음, 장서윤 그림 / 달그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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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경계에 머무른다

경계는 조화롭다


모든 생명체는 그저 존재할 뿐인데 그중 자신을 그리고 시공간의 개념을 규정하려는 것은 오직 인간뿐입니다. 인간의 언어로만 정의가 가능하기에 시공간의 개념은 어쩌면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그러나 시작은 필요에 의해 세워졌던 틀이 지나치게 견고해져 양식이 존재를 앞서나갈 때, 사람은 틀과 틀이 부딪히는 경계에서 길을 잃고야 맙니다. 이렇게 어느 편으로 온전히 넘어가기에는 모호하거나 혹은 복잡해서 보이지 않는 길을 찾는 이들을 위해 장선우와 장서윤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 [경계선]. 두 사람이 주목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완행열차를 타고 떠나는 사색 여행과도 같은 책


이 책의 앞표지에는 "'나'를 찾아 헤매는 지금, 당신의 이야기"라는 문구가, 뒤표지에는 "분명하게 나뉘지 않는 세상 속에서 경계에 머무는 우리의 고민을 담다"라는 문구가 새겨있습니다. 두 문장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 이 작품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시선은 경계 위에 놓여있는 존재의 실존, 선 너머 여기에서 저기로 넘나드는 에너지의 흐름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독백을 가장한 생각거리를 건넵니다. 그림책의 외양을 하고서 선문답과 같은 질문을 툭툭 던지는 통에 독자는 책장을 넘기는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릴 수밖에 없지요. 질문마다 답이 똑떨어지지 않으니 생각할 것이 많은 탓입니다. 그렇게 고민하기를 작가는 바랐을 것입니다.


다채로우면서도 부드럽게 톤 다운되어 혼란스럽지 않은 색채의 삽화 역시 한두 문장으로 이뤄져 짧지만 쉬 대답할 수 없는 의문형의 지문과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섬세한 듯하면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간결화된 그림체는 독자의 사색을 돕습니다. 촘촘하고 단정한 가는 선들이 층을 이루어 겹겹이 쌓인 지층의 단면 같기도 하고, 잎의 맥 같기도 합니다. 선을 덮는 선과 면으로 채워진 지면은 문명사회에서 수차례 규정하고 강제하며 가르고 그어놓은 '상식'과 '양식'이라는 이름의 규칙들 같기도, 적당히 느슨하면서도 중간중간 교차점이 존재하는 현대사회의 관계망을 그려놓은 듯싶기도 합니다. 종으로 또는 횡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채색된 면이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살아온 시간의 궤적으로도 느껴집니다. 그런 배경 위에 나일 수도 여러분일 수도 또는 누구라도 될 터인 여러 나이 대의 인물들이 나붓이 올려져 있습니다. 특정되지 않는 인물들의 실루엣을 책장 사이사이 눈으로 좇으며 어느 사이 자신의 내면과 접촉하게 되지요. 이렇듯 아름다운 책 [경계선]은 장마다 독자들이 자신을, 지난 시간을, 모든 인연을 차분히 되짚어 보도록 안내하기에 마치 완행열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마음에 담으며 사색 여행을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얇은 이 한 권의 그림책을 마지막 장까지 넘겨 덮고 고개를 드는 여러분의 얼굴빛은 홀가분한 듯 요요할 것입니다.



나는 경계에 있다.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



당신에게 경계란 어떤 의미일까


경계라는 단어에서 여러분은 어떤 감정을 느끼시는지요. 당신의 내면에서 일어난 정서는 아마도 안정감이나 견고함보다는 긴장감 또는 의구심에 가까울 것입니다. 인간은 설명되고 이해되지 않는 것을 거리낍니다. 또한 특정의 안정감을 보장하는 집단에 소속되기를 갈망합니다. 그런데 경계는 그 두 가지가 부족한 지점이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역과 영역이 맞닿아 있는 중간지대로서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어 '생장점'과 같은 느낌 역시 있습니다. 두 욕심이 충돌하고 서로 잡아당기니 사람이라면 혼란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니 긴장하고 의심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렇게 속삭여줍니다. '세상은 경계에 머무르고 사람은 경계에 있다' 그러니 경계에 걸쳐지지 않은 것은 없다고. 모든 것이 그렇기 존재하기에 실존의 방식은 경계 위에 얹혀 있기에 "경계는 조화롭다"라고 말이지요.


대부분의 사람은 생애 발달 단계마다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열망하며 머무르고자 합니다. 반면 우리는 끝없이 스스로에게 되묻고 무엇인가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지요. 인간은 살아있기에 정체되지 않습니다. 그러한 모순된 모습조차, 경계선 위에 자리한 실존의 형태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저 갈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계선] 책이 전하듯 우리의 헤매는 모습에는 지향점이 있어 긍정적입니다. "어디에든 속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기에 경계가 위협이 아닌 조화일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욕구에서조차 일정한 방향성과 흐름을 상정했답니다. 매슬로우 Abraham Harold Maslow (1908~1970)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어 설명했어요. 그의 피라미드 형태 욕구 모델에서 가장 낮은 단계는 생리적 욕구이며, 가장 높은 것은 자아실현의 욕구입니다. 그의 욕구 위계 이론에 따르면 모든 이는 낮은 욕구에서 시작해 점차 높은 단계의 것을 실현하려는 모습을 보이지요.


누군가에 의하면 이 세계마저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하길 원합니다. 로저스 Carl Ransom Rogers는 자신의 이론에서 세계의 생장 경향성을 인간의 성장 가능성의 바깥쪽에 덧대어 '사람은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고 긍정적으로 변화할 내적 힘이 있다'라는 주장의 견고한 지지대로 삼았죠. 생장 경향성 이론은 신트로피 Syntropy 법칙과 같습니다. 즉 세상은 생성되고 번성하려는 성향을 지녔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인간 역시 세계의 일부이기에 안정을 갈구하면서도 이 영역에서 저 영역으로 건너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향을 필연적으로 지닌 게지요. 그렇기에 사람은 경계 위의 사람에게 끝없이 질문합니다. 너는 어디에 속했고 너는 누구이며 너의 것은 무엇이냐고. 긴장감에 눌려 급히 어느 한편으로 뛰어들어가 숨지 않을 용기가 우리에게 있다면 어느 순간 생장점에서 푸릇한 가지와 잎이 움틀 거예요. 시간이 절대 멈추지 않아 현재를 사는 우리는 단 한순간도 현재에 머무른 적이 없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 그 현재는 과거가 되어버리니까요. 고민과 질문을 멈추지 않는 여러분은 누구보다 충실하게 미래를 살고 있는 겁니다.

뭐하나 딱 떨어지지 않아 갑갑하고 마음 아픈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당신은 이미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으니 사색 가득한 그림책 에세이 [경계선]과 함께 잠시 내면을 관조하는 완행 기차 여행을 떠나보시지요.

※ 이 책은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작성한 후기임을 알립니다.


좋고 싫음과 맞고 틀림. 취향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세상은 경계에 머무른다. 머리, 몸통, 팔, 다리처럼 분명하게 나뉘지는 않는다.

나는 경계에 있다.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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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불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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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허용되고 품어지던 그 시절, 아동기로의 회귀, 사랑받은 기억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안식처와 다름 없다. 그림동화 [겨울이불]은 훈훈했던 이전 세대의 향수에 대한 이야기이자, 동심과 조건없는 사랑의 재경험으로 이끄는 따끈한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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