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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평점 :
제목만으로 읽고 싶은 책이었다.
작가 로만 쾨스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쓰레기 경제의 전문가로 바이에른 과학 및 인문학 아카데미 역사 위원회에서 연구하고 강의하는 독일의 역사가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쓰레기의 세계사를 다루는 이 책은 인간의 초기 역사부터 오늘날까지를 훑어보며 이러한 변화의 시작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결국 이 책은 인간이 더럽고, 위험하고, 성가시고, 쓸모없다고 여기는 물건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쓰레기가 도시 미관에 관한 문제에서 세계적인 환경 문제로 부상하게 되기까지의 연대를 살핀다. 여기서 우리는 쓰레기가 인간에게 어떠한 문제를 가져왔고, 인간이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왔으며, 이러한 대처 방안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게 될 것이다 (p.8)
책의 목차는 역사의 흐름을 따라 크게 3부로 나눠진다.
근대 이전, 산업 시대, 대량소비의 시대로 나누어 각 시대별로 인간의 삶의 모습을 토대로 쓰레기가 어떻게 인류와 함께 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1부 근대 이전 : 삶에는 쓰레기가 따른다
쓰레기 고고학.
선사 시대를 연구하는 고고학자들은 쓰레기 더미를 연구한다.
오늘날 발굴된 물건들은 언젠가 쓸모가 없어져 버려진 것들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p.23
선사 시대에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쓰레기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 시대의 고대 유물들이 역사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감탄하지만 알고 보면 그 유물들은 그 시대에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쓰레기라는 이야기는 쓰레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던져준다.
물건이 재활용될지 여부는 자본과 노동 비용의 상대성에 달려 있다.
재활용은 사회 불평등과도 관련이 있다. 재활용이 광범위하게 벌어진 것은
이를 추구하는 윤리나 정책 때문이 아니었다. 재활용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p.88
고대와 전근대 시대에는 늘 부족에 시달리는 세상이었고,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만 했다.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정해져 있다면, 물건을 수리해서 재사용하고 원자재나 물건들을 재활용하는 생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였다.
2부 산업 시대 : 회색빛 도시의 시작
콜레라 유행은 도시 위생과 구조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졌다.
도시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동물들을 쫓아내고,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했다.
산업화가 시작되었고 도시에 새로운 질병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도시 환경에 대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질병으로 도시 위생에 대한 과학적 발전과 인식의 변화가 생겼고, 도시의 상하수도 시스템과 쓰레기통 같은 다양한 도시의 인프라가 발전되었으며, 최종적으로 개인의 위생 관리의 중요성을 발견하였다.
3부 대량 소비의 시대 : 폭발하는 쓰레기
판매자는 더 이상 직접 물건의 값을 매겨 판매하지 않게 되었고,
상품은 포장되어 선반에 진열되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대량 소비가 시작되었고, 슈퍼마켓의 도입은 구매와 소비 생활을 뒤바꾼 요인으로, 쓰레기가 양적으로 늘어난 이유이다. 언제든 원할 때 소비할 수 있는 경제의 흐름은 폭발하는 쓰레기의 시작점이다.
내 생활 패턴 속에는 쓰레기가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이나 포장 봉지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쓰레기의 세계사>를 통해서 쓰레기의 더 넓은 의미를 알게 되었으며, 인간과 언제나 함께한 동물에 관련된 환경-쓰레기 문제, 끊임없이 생산되고 버려지는 물건들에 대한 경제 흐름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쓰레기를 줄이는 법을 조언하거나 그로 인한 환경 문제의 개선방안이나 해결책을 위해 쓰인 책이 아니라는 것도 말해두고 싶다. 이 책의 목표는 쓰레기의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각 시대별 연도와 사건들이 나와서 역사책을 읽는 듯한 즐거움을 주었으며, 서평에 다 쓰지 못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다. 또한 3부 대량소비의 시대를 읽으며 메모를 많이 했는데, 지금 내가 살고 있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 대한 이야기라서 가볍게 넘길 수 없었던 것 같다.
개인의 생활방식을 바꾸어 노력하면 20%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언젠가 인류가 사라져도 쓰레기는 남게 될, 이제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 나머지 세계의 80%의 쓰레기의 문제를, 소비하고 버리는 방식인 경제 시스템 전체에 대해서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할 시기이다.
*위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