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회사생활 -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놀아라!
권혁찬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모든 상황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기회를 찾고 준비하고 도전해서 기회를 잡는 것이다.


슬기란 사리를 바르게 판단하고 일을 잘 처리해 내는 재능을 뜻한다. 즉,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가 가져야 할 가장 근원적인 요소[혹은 부분]이다. 책 ‘슬기로운 회사생활’은 ‘No work, No pay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가 가장 명확하게 작용하는 회사에서 성공과 행복의 길을 가기 위한 지침서다.
 
추천사에 보면 이 책은 회사에 갓 입사하는 신입직원에게 뿐 아니라, 연차가 다소 쌓여 승진을 준비하거나, 직장 생활에 꿈을 꾸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하다고 적혀있다. 그렇다. 사실 내용만 따지고 보자면 누구나 알만한 것들이다. 구체적이며 실리적이다. 다만 중간 중간 나오는 ‘자기 성찰 박스’가 재미나며 이 책의 핵심 포인트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평생 교육을 수립하라’는 챕터에서는 삼성전자에만 박사가 8,000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인력 홍수 상황에서 나만의 경쟁력을 위한 평생교육 계획을 수립할 기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장애요인과 그를 극복할 대책을 스스로 수립하고 생각해보게끔 장려한다. 다른 책이었다면 교육 수립이 필요하다고 내용만 짚고 넘어갈 부분들을 직접 계획하고 생각해보게끔 하는 자기 성찰박스를 만들어 두어 책의 효율성을 높였다.

 

 

-
우리의 일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남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 내가 할 수 없는 일.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상사에게 덜컥 일을 받아두기는 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할지 가늠하지 못 해 막힐 때가 있다. 이 책은 과감히 그런 부분을 버리고 할 수 있는 것만 받으라고 명한다. 그리고 하고 난 뒤에는 여유를 가지고 놀라고 한다. 그러면 돈을 주는 회사 -앞서 이야기 했듯이 No work, No pay가 가장 명확하게 작용하는 곳이므로- 입장에서는 여유작약하게 노는 꼴을 보지 못하니 일을 더 많이 줄 것이고 더 많은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자연스레 좋은 평가가 따라온다는 것이다.


다소 의뭉스러운 구절이긴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열심히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정확하게 빨리 잘 처리하다 보면 인정 받게 된다는 말인데 이건 사람마다 편차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때 그럴걸!’ 우리는 과거를 후회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흘러간 과거가 아니다. 계속 생겨나서 나에게 제공되는 지금 이 순간이다. 바꿀 수 없는 흘러간 과거를 후회하면서 실제로 나에게 선물로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을 낭비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실패다.


많은 책들은 말한다. 과거 속에 살지 말라고. 사실 맞는 말이다. 이미 지나간 일들을 후회해봤자 돌이킬 수 없다. 후회하기보다 실패를 만회하고 앞으로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 역시도 직장생활을 하며 10가지 성공보다 1가지 실패로 쓰디쓴 경험을 맛보았을뿐더러, 그 전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실패한 1가지를 만회할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기에 공감이 갔다.


8년차에 접어든 직장생활.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 할 때가 많음을 이 책을 읽으며 느겼다. 자기 성찰 박스를 통해 그간 노력이 부진한 부분도 보이고 남들보다 잘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낼 부분도 있었다. 모자란 부분에 후회는 뒤로 하고,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메꿔나가며 슬기롭게 회사생활을 이어나갈지 더 고민해봐야겠다. 실용적인 지침서였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서의 언덕에서 나를 용서하다 - 산티아고로 가는 길 800킬로미터
김미송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삶은 본래 그런 것이다. 어떻게 매일 매일이 즐겁고 행복할 수만 있겠는가. 아프고, 슬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도 있기 마련인 것이다. 그렇게 쌓여 상처로 남아 있던 것들을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 어루만져 치유해 주고, 다 닳아버린 에너지를 채워주었나 보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성당에서 유아 세례를 받은 내게는 항상 품고 있는 버킷리스트가 있다. 바로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이 그것이다. 총 거리가 약 800km에 다다른다하는데, 직장을 다니는지라 짬을 내지 못해 항상 관련 정보만 뒤적이고 있다.


그래서 올 해 아버지 환갑잔치를 빙자하여 스페인으로 10박 12일 가족 여행을 다녀왔지만, 결국 순례자의 길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더욱 그 길에 대한 갈망과 목마름으로 허덕이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자신을 둘러싼 지독한 외로움으로 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앞만 보며 살아가던 40줄의 저자가, 스스로를 내려놓고 돌아보기 위해 나선 길. 그리고 그 길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을 말이다.

 

 

-
"오늘은 언제나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만난 날이고, 단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하루 아닌가. 그러니 매일매일은 기대에 찬 삶의 하루다. 실수하고 넘어질 수 있고,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여타의 책보다 이 책이 좋았던 것은 단순 정보를 나열하고 멋진 사진으로 그럴 듯하게 꾸며놓은 책이 아니라서 였다.  삶을 살아보고 없는 여유 속에 팍팍하게 살던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를 찾아나서고 꿈을 쫓아 나선 뒤, 실패도 하고 기쁨도 얻어낸 과정기였기에 더 가슴에 와닿았다.


특히 자기 반성의 글들이 보통의 존재들이 느낄만한 사항들이라 그것들을 다시 한번 되새김하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책 여기저기 스며있어서 너무 좋았다. 허황된 있어보이는 글이 아니라, 담백하고 진솔한 자기 고백 글이라 마음이 갔다.


특히 지나간 기회를 아쉬워하고 그 자리에 머무는 삶보다 정체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후회없이 도전하고 싶다는 다짐하는 구절에서는 나도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녀의 글에는 그런 진정성이 있었다.

 

 

-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에서 의미를 찾고 목표를 구한다. 여행에서조차 그러하다. 하지만 정작 목표를 정하고 의미를 찾는 순간 여행이 가져다 주는 자유로움은 휘발되고 사라진다. 이것은 답을 찾기 위해 헤매는 인생에서 정작 행복은 사라지는 것과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두자, 돌아가자 울먹이면서도 결국 자신의 44번째 생일에 맞추어, 무려 마지막날 하루에 44킬로를 걸어 종착역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저자. 그녀의 도전을 보며 나도 안도와 박수를 보내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새벽에 어김없이 일어나 또 앞을 향해 나아가야할 것 같지만, 정말로 도전의 끝을 맞이하여 감격할 줄 아는 저자를 보며, 그녀의 도전이 마지막까지 너무 멋져보였다.


순례길 초반에는 영어울렁증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그것은 스스로가 닫혀있었을 뿐, 사실은 말이 아니라 몸짓이나 행동, 눈빛으로 더 소중한 진심이 전달 될 수 있음을 깨달은 그녀를 보며 나도 내년엔 일주일짜리 코스라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니, 이럴 게 아니라 슬슬 계획을 자고 비행기 표를 알아봐야겠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용서하고, 내 앞을 바라보기 위해 말이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 다시, ‘저녁 없는 삶’에 대한 문제 제기
김영선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일시적인 멋 부림보다 내 몸에 익은 자연스러움이 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저 그런 류의  자기 계발 책일 거라 멋대로 판단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아니었다. (역시 제목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나 보다.) 이 책은 저자가 약 2년간 매일같이 쓴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일.상.' 속에서 건져낸 '나'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었다. 도전을 싫어하고 낯선 곳을 꺼려하며 모험을 즐기지 않는 저자가,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살아가며 느낀 행복한 에피소드들이 이 안에 있었던 것이다.

 

2016년에 직장인 1,69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평소 야근' 비율은 81.2%, 야근 시간은 하루 평균3.7시간, 야근빈도는 주당 평균 3.6회였다. 한 달 평균 53시간이나 된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1년여간 외주업체 방송작가로 일한 경험이 있다. 10시 출근, 6시 퇴근에 최저임금인 80만원을 받기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때는 누구나 그렇게 사는 줄 알았고 누구나 그렇게 배우는 줄 알았다.

 

하지만 10시 출근, 6시 퇴근이 지켜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회의가 있는 날은 더 그랬다. 오후에 잡았던 회의는 무작정 연기되었다. 메인작가 누나들은 밤에 글이 잘 써진다며 저녁 9시에나 출근을 했다. 밥을 안 먹고 왔다며 밥을 시키고 소화 시켜야한다고 커피를 마신 뒤, 회의를 시작하면 밤 11시였다. 그렇게 회의를 2~3시간 가량 하고 나면 하루가 넘어갔다.

 

새벽 1~2시에 회의를 마치면 나는 추운 겨울 눈바람을 뚫고 여의도에서 장승배기 집까지 1시간 20분을 걸어왔다. 고작 80만원 받으면서 택시를 타기엔 부모님께 너무 염치가 없었고 집에 들어가지 않고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자는 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추위를 뚫고 걸어 집에 도착하면 3~4시경이었다. 10시 출근에 맞추어 일어나야 했으므로 나는 꽁꽁 언 몸이 대충 녹았을 대 쯤에는 얼른 이불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10시가 되기 전에 사무실에 출근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명절 연휴 기간에도 차레를 지낸 뒤 불려나와 3일 내내 녹화본을 돌려보며 대사를 따야했고, 12월 31일 밤 12시에 시작하는 12만원짜리 박진영 콘서트는 밤 11시에 회의 탓에 보러가지 못하게 되어 여자친구에게 차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팀 촬영 마감때문에 2박 3일 밤을 꼴딱 새고 겨우 집에 들어갔더니 3시간 뒤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나가기도 했다.

 

29살의 열혈청춘이었지만 피로해 죽을 것 같은 나날이었다. 더욱이 그게 당연하다는 모두의 인식이 나를 숨막히게 했다. 자신들이 회의시간보다 늦게 온 것에 대한 미안함은 1도 표현하지 않고 막내는 다 그런거다라는 말로 나를 짓눌렀다. 야근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무시했으며 가르쳐주지 않았다. 안 그래도 좁은 업계라 소문이 엉망이면 더 나아가지 못할 것 같아 그런 부조리가 있어도 참아야했다. 고작 80만원에 말이다.

 


-
요즘 젊은 것들은 글러 먹었단 말이야! 근성이라곤 없지! 이정도도 못 버티는 놈은 어디 가서 뭘 하든 사람 구실 못 해! 평생 실패만 하다 패배자로 인생 종치겠지! 너 같은 놈이 다음 직장을 그리 쉽게 찾을 것 같아? 적응이나 할 것 같아? -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중


준비하던 프로그램의 종영과 함께 첫 직장을 나온 뒤, 일본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넘어와 2번째 직장에 들어갔다. 9시 출근, 6시 퇴근에, 이전보다 몇 배나 많은 월급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하지만 9시 출근, 6시라는 퇴근 시간은 허울 뿐이었다.

 

제일 상사인 본부장은 8시에 와서 하루 업무를 준비했다. 당연히 막내인 나는 그보다 일찍 나와 있어야했다. 집에 가면 마누라에게 잔소리 들어 가기 싫다던 팀장 탓에 모니터 앞에 멍하니 앉아 그가 퇴근하길 기다린 적도 허다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이 술을 마시러 나가 새벽 2~3시까지 그의 비위를 맞춰주어야만 했다. 그래도 출근은 7시 반까지였다. 물론 계약서에는 여전히 출근 시간이 9시로 명시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2~3년이 지나자 예전보다 덜 눈치를 보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짬이 되었다. 하지만 마침 SNS가 활발해지는 시기였다. 이제는 융통성을 발휘해 출근은 좀 일찍해도, 퇴근은 정시에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람(?)을 느낄 즈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단체 카톡방을 통해 팀장에세 업무지시가 내려왔다. '김대리, 내일까지 OO 좀 해서 책상 위에 올려놔줘.' 이게 무슨 개같은 경우란 말인가. 눈 마주치고 인사까지 다하고 나온 걸 뻔히 알고서는 퇴근 후에 SNS로 업무지시라니. 그것도 당장 다음 날까지 제출하라니.

 

결국 집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밤새 일을 해서 가져갔다. 하지만 더 분통 터지는 건 당장 필요한 서류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찍 퇴근하는 내가 얄미워, 팀장이 심술을 부린 것이었다.

 

그 후에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나는 그렇게 3번째 회사를 찾아나섰다.

 

다행히 3번째 회사는 2번째 회사와 같은 조건에 계약 사항을 지키고 있었다. 그 와중 지난 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다. 나는 인사 관련 일도 맡고 있었기에 이 조항에 대해 관심을 기울 일 수 밖에 없었다. 직원들 업무 시간 관리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제도를 크게 벗어나는 사항이 우리 회사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책은 과도한 업무로 인해 좌로사 하거나 자살을 택하는 수 많은 김사원, 김대리, 김과장, 김차장, 김부장을 위한 책이다.

 

사회적 제도의 변모 뿐만 아니라 앞선 이들의 생각도 바껴야 함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들어 제시한다. 예시 중에는 게임회사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이 부분들은 내가 작가 생활을 할 때 겪었던 일들과 다소 오버랩되어 분통이 터졌다. 특히 단순 소모품으로 생각하며 교체 가능한 인력으로 여겨 하찮게 여긴다는 부분들에서는 적잖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팽배한 근면주의, 열악해지는 임금구조, 시늉만 하는 규제, 경쟁을 부추기는 성과 장치 등을 열거 하며 이런 것들이 변모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우리 노동자들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죽게 될 것 이라고 하였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야 하지만 얼마만큼 바뀔지 알 수 없어 사실 책을 읽으며 답답함이 더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문제들을 눈으로 직접확인한 후 오는 한 숨같은 거라고 할까.

 

갈 길이 멀다, 참으로. 그럼에도 모르고 가는 것보다 알고 대처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에 사는 모든 근로자들이 한번쯤은 읽어보았으면 했다. 좋은 공부가 되었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산다
이유미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일시적인 멋 부림보다 내 몸에 익은 자연스러움이 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저 그런 류의  자기 계발 책일 거라 멋대로 판단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아니었다. (역시 제목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나 보다.) 이 책은 저자가 약 2년간 매일같이 쓴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일.상.' 속에서 건져낸 '나'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었다. 도전을 싫어하고 낯선 곳을 꺼려하며 모험을 즐기지 않는 저자가,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살아가며 느낀 행복한 에피소드들이 이 안에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 곳곳에 내가 묻어나와 글을 읽는 내내 더러 공감도 가고, 더러  웃음도 났다. 저자의 머릿 글에 적혀있듯이 덕분에 이 찜통같은 여름날 시원하게 짬을 내어 쉴 수 있었다.


-

"나는 남들이 생각하는 나보다 나를 더 과대평가하고 살았다. 살면서 적당히 고만고만하게 살아온 탓에 거의 실패란 걸 해본 적이 없었다. 그 안에서만 평가받고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아주 조금 나은 것 뿐인데(사실 나은지도 모르겠다) 대단히 잘난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온 것이다. 이게 다 칭찬을 너무 많이 들은 탓이다. 예의상 했던 칭찬도 온전히 내가 다 잘나서 그런 줄 알고 산 탓이다.


이 부분이 특히 공감이 갔다.


글 쓰기를 좋아하는 편집 디자이너인 저자가, 5개월여에 달하는 공모전 중에 할애한 시간은 2주. 평소 글을 많이 써왔던 탓에 자만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2만명 중에 100위 안에도 들지 못했음을 한탄하며 스스로가 너무 과대평가하고 살았음에 대해 반성하는 부분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지만, 나도 얼마간은 나 자신에 대해 자만하며 산다. 글쓴이의 말처럼 나 역시 적당히 고만고만하게 살아오며 실패란 걸 해본 적도 없고, 특출난 건 없지만 남들보다 조금 나은 재능들 때문에 과한 칭찬을 받고 자라서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것도 생각이 비슷하여 재미나게 읽었다


낯을 가리고, 사람을 만나는데 소극적인 저자와 다르게 (이 부분에서 그녀와 나는 조금 달랐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서 웃고 즐기는 일로 하루의 에너지를 받고 산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를 만나면 내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함에는 200퍼센트 동감한다. 어떤 사람과 만나는 일이 불편하고 언짢다면, 거기서 괜찮은 관계로 싹트고 꽃을 피운다는 건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렇게 시작된 관계가 뭐 얼마나 오래 가겠으며 대단할 것인가 말이다.


정말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나를 닮아있고, 내가 지향하는 삶의 궤도로 많은 부분 흘러가고 있었다.


-

시간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늘 빠르다. 나는 아직도 많은 시간을 바쁘게 보내지만 여전히 실속 없이 보내기도 한다.


2018년도 벌써 8월로 접어들었다. 시간은 유수와 같아,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냈는지 챙길 겨를도 없이 지나갔다. 하루 하루 고이장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하나하나가 다 기억에 남지 않을만큼 보통의 나날이었다. 일어나 씻고 회사가고 밥을 먹고 돌아오고 책 좀 읽다가 잠드는 그냥 보통의 날들 말이다.


그렇다하여 보다 더 특별난 삶을 살고자 노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것에 메이기 보다는, 그녀의 말처럼 그냥 잘 안되는 것에 애쓰지 않고 보통의 날들에서 소확행하며 나답게 살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저물어 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더불어 앞으로 다가올 내 보통의 나날도 기대가 된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고양이들은 배고프지 말 것
이상교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지나다 :


삶이란 어떻게든 다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러니 어서 지나가게.


처음, 책 제목만 보고 길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책 안에는 짧은 인생을 살다가는 길고양이가 아니라, 인생의 오랜 여정을 뚜벅뚜벅 걸어온 초로의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삶의 순간 순간들을 지나며 배워온 것들을 함축하여 이 책을 통해 일러주고 있었다. 우리 삶에, 이 생에 소중하지 않은 것들은 하나도 없음을 말이다.

 

여인의 이야기는 간결하다. 하지만 그 간단명료함 속에 생각할 거리를 보물처럼 숨겨 놓았다. 그 간결한 문장과 문장 사이, 그 틈새에 숨겨놓은 많은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어릴 적 보물찾기를 하는 듯 하다. 그리고 찾아낸 보물들을 그 속에 끼워넣으면 나만의 빛을 가진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

십상 :


이따금 덥지도 않은데 선풍기를 켠다.
켠 다음에는 쉬이 끌 수 없다. 뭐든 고여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바람은 바람답게 횅횅 돌았으면 싶다.
사람도 고여 있기보다 움직이는 쪽이 낫다.
몸이 움직이든 정신이 움직이든.
고여 있는 것은 상하거나 가라앉기 십상이다.


책 한 페이지를 넘기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책을 통해 이런 저런 생각을 떠 올리고 그 갈래를 따라 나가느라 시간이 꽤나 걸렸다. 더불어 그 사유들을 마무리하고 하나로 매듭짓는데 또 시간이 걸려 그런지 생각보다 책을 오랜기간 부여잡고 있었나 보다. 점심시간에 책을 읽고 있는데 지나가던 팀장님이 '아직도 그거 보고 있냐? 몇 날 며칠을 그것만 보고 있냐.'고 물어보실 정도였으니 말이다.

 

위에 적어 놓은 글처럼 나도 이 책을 읽는 동안 고여있었나 보다. 읽고 나아가고 책을 덮었어야 하거늘. 고여있는 것은 상하거나 가라앉기 십상이다. 사람도 고여 있기보다 움직이는 쪽이 낫다.

 

-

상한 복숭아 :


복숭아 두 개가 달랑 남았는데 두 개 다 한쪽이 물러있다.
그냥 버릴까 하다 상한 데를 도려내고 접시에 담았는데 상한 것의 일부여선지 성한 부분도 맛이 떨어졌다.

살아가는 일 또한 상한 부분을 도려내듯 '속상한 부분'을 슬쩍 비껴가는 일 아니지 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예쁜 이름을 붙여 4챕터로 나눠놓은 이 책을 마지막까지 참 재미있게 보았지만, 사실 '봄' 챕터에 있던 '종이집'의 내용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아 기억에서 도려놓았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밤늦게 지하철 종각역에 들어서면 노숙자들이 지은 종이집이 볼 만하다. (중략) 생전에 종이관을 지레 만들어 놓은 듯 싶다. (후략)' 물론 뒷 부분에는 노숙자들이 훨훨 좋은 곳으로 껍질을 벗고 날아갈 나비라고 표현해 두었지만 앞 부분의 '생전의 종이관'이란 단어는 읽어도 읽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조금 과격한 표현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저 한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여 책 전부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우매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삶을 대하는 좋은 태도들의 길잡이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나 싶다. 시간에 쫓겨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주변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그렇게 아둥바둥 뛰기만 하지말고 이리와서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좀 쉬며 이 책 좀 읽다 가라고 말이다.  (끝)

 

-
유턴 :


지하철을 잘못 탔을 때는 재빨리 바궈타는 것이 수다.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다. 옳은 길이 아니다 싶을 때는 지체없이 방향을 바꾸든가 아니면 새로 시작해야 한다.
물론, 깊이 생각해 유턴을 시도한 일이 있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