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여기 당신 좋아하는 거!"

 

지난 토요일 오후 광화문 광장. 촛불 집회 참석 전 여러 설치물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앞서 걷던 아내가 소리쳤어요. 오뉴월 소불알처럼 대답했지요: "내가 좋아하는 거?" 그러자 아내가 번갯불에 콩볶듯 말했어요: "와 봐!"

 

사진은 광화문 광장 바닥에 설치한 대자보(?)예요. 한자가 씌어 있는 것을 보고 아내가 반색을 했던 거예요. 방민구심방해(防民口甚防海).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바다를 막는 것 보다 어렵다. 원문은 "방민지구 심우방천(防民之口 甚于防川,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냇물을 둑으로 막는 것보다 어렵다)"인데, 전달 의미 - 민의를 수용하라 - 를 강조하기 위해 천(川)을 해(海)로 바꾸고 조사 '지(之)'도 빼면서 압축해 표현했어요.

 

주(周)나라 여왕(厲王)은 국정을 비방하는 자가 있으면 적발하여 가차없이 죽였어요. 백성들은 공포에 떨며 입을 닫았죠. 여왕은 중신 소공(邵公)에게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어떻소? 내 정치하는 솜씨가. 나를 비방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지 않소. 소공은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둑으로 시내를 막는 것 보다 더 어렵습니다. 흐르는 시내를 억지로 막으면 언젠가는 둑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많은 인명이 희생될 것입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백성을 다스리는 이는 백성들이 마음놓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방민지구 심우방천"의 유래예요. 주 여왕은 어떻게 됐을까요? 소공의 우려대로 분노한 백성들에게 쫓겨 수도를 떠나야 했어요. 이후 주나라에서는 왕의 자리가 비어 14년동안 신하들이 협의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공화정(共和政)'이 이뤄져요. 주나라 역사상 초유의 사태였죠.

 

최근 박 대통령이 구차한 자기 변명을 하고 있죠. 게다가 수구 매체들과 친박 단체들이 왜곡 보도를 해가며 대통령의 구차한 변명에 힘을 실어주고 있구요. 이런 일들은 정론(正論)을 입막음하려는 행위라고 할 거예요. 저 여왕의 행위와 다를 바 없는 행위이죠. 정론의 둑이 터지는 날 - 탄핵 결정과 사법 처리 - 저 구차한 변명과 왜곡 보도는 만인의 지탄을 받으며 가뭇없이 사라질 거예요.

 

防과 甚 두 자만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阝(언덕 부)와 方(모 방)의 합자예요. 둑이란 의미예요. 둑은 언덕처럼 높기에  阝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方은 음을 나타내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方은 본래 두 대의 배가 나란히 있는 모양을 나타낸 것 이에요. 이같이 둑은 수면과 대등한 높이로 쌓아 올린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어요. '막다'라는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둑 방. 막을 방. 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堤防(제방), 防禦(방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甘(달 감)과 匹(짝 필)의 합자예요. 자신의 배우자를 좋아한다란 의미예요. 지금은 '심하다'란 의미로 사용해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배우자를 매우 좋아한다는 의미로요. 심할 심. 甚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甚大(심대), 甚深(심심, 매우 깊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防 막을 방   甚 심할 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大   (   )禦

 

3. 다음을 읽고 뜻을 풀이해 보시오.

 

   防民口甚防海


댓글(3)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7-02-0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대통령 행세한 사람에게 ‘여왕’, ‘공주’라는 수식어까지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무능력하고 독단적인 사람입니다.

찔레꽃 2017-02-08 13:33   좋아요 0 | URL
ㅋㅋ Cyrus님, 윗 글의 여왕은 女王이 아니고 厲王입니다. ^ ^

cyrus 2017-02-08 17:3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녀를 여왕처럼 떠받들고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한심해서 한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