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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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 표지의 복면 쓴 남자. 그 복면 뒤에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복면 뒤에서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름도 직업도 나이도 알려지지 않은 복면작가. 그의 책이 이슈가 되었다. 반전과 반전. 예상 못한 결말. 결말을 짓고 앞으로 돌아와 첫 장을 다시 읽어보는데 딱 2시간이면 된다. 쉽게 읽히기도 하지만 그 만큼 집중하게 만드는 책이다.

 

절대로 결말을 먼저 읽지 말 것.

당신은 이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책은 페이스북 메시지로 시작된다. 한 남자가 30년전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를 우연히 발견한다. 하지만 우연이였을까? 결혼식 날 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여자. 그 여자에게 장문의 글을 보낸다. 그렇게 주고 받게 된 메시지. 대학 때 연극 동아리에서 만나 서로에게 끌려 시작한 연인이었다. 서로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였지만 그 둘은 서로에게 비밀이 너무 많았다. 각자의 비밀을 간직한 채 결혼 직전까지 가게 되지만 결혼 전날 밝혀지는 비밀이 그들을 파경으로 끌어내린다.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는 각자의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마지막 예상치 못한 결론은 당황스러웠다. 책을 덮고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잠시 생각해 본 후 앞으로 돌아가 첫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충격적인지, 허무한지, 놀라운지.. 그 중간쯤 어디인지.. 정확히 분리해 낼 수는 없지만 그런 감정들을 느껴지게 만들었다.

 

내가 지금 뭘 읽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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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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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있을 때 우리는 가장 치열하고 유쾌하게 인간다울 수 있다.”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있는 휴식법

 

게으르다는 말은 늘 나를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단어였다. 나는 내 자신이 게으르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휴식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휴식이라는 단어를 붙였지만 그 시간 또한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다. 게으름과 나태함이라는 단어가 공존하면서 나를 못살게 굴어야 했다. 그럴수록 몸은 피곤했고, 마음은 무거웠다. 게으름이란 단어에서 휴식이라는 단어로 넘어와 그 시간을 오롯하게 내 시간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나를 알고, 나를 이해한 후였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하는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고 나니 게으름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도 나를 이해하는 것이 전제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순수하게 즐거움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시간을 보내는 것. 책을 읽는 것, 여행을 하는 것, 운동을 하는 것, 작가가 제시하는 방법들이지만 지식을 쌓기 위해 읽는 책은 일이고, 그저 책을 읽는 즐거움만 생각한다면 게으름이 될 수 있다.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게으름이다. 작가가 원하는 게으름은 바로 그런 게으름이다. 게으름을 피울 때는 행복해야 한다.

 

P143. 말할 필요도 없지만, 당신은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 행복해야 한다. 행복하기 위해 게으름을 피워야 하는 게 아니다.

 

인생은 균형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삶은 분명 무너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더 멋지고 즐겁게 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게으름을 예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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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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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한동안 봤었던 하상욱 시인과 겁 많고 약한 오리, 평소에는 소심한 성격이라 사람들 앞에 쉽게 나서지 못하지만, 극도의 공포를 느끼거나 화가 머리끝까지 나면 불을 뿜으며 밥상을 뒤엎는 미친 오리로 변신하는 튜브. 그 둘이 만났다. 무심한 듯, 소심한 듯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담백한 한방이 있는 작가와 튜브가 어쩐지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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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0. “왜 이렇게 잠을 못 자? 무슨 일 있어?” / “. 내일 출근 있어.”

왜 이리 잠을 못 자. 고민 있어?” / “아니. 모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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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8. 가해자는 옛날 일로 넘기고, 피해자는 그날 일로 남긴다. 잘못된 세상이다. 피해자가 세상을 피해야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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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감정에 호소하지도 않고, 나 자신이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세상을 탓하지 않고, 잘못 살고 있다고 한탄하지도 않는데, 툭툭 던지는 글들이 묘하게 위로가 되고 마음에 닿는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너무 몰입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너무 자신을 위로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잘 살고 있다고 확인받지 않아도 되는 그 마음. 그저 미소 지으며 읽다가, 다시 진지하게 읽다가, 잠시 고민했다가, 또 다시 미소 짓게 만들었다. 이 더운 여름날에 딱 어울리는 작가와 튜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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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2. 자존감이 무너지는 날에는 최대한 있는 힘껏 일찍 자는게 최고더라.

P247. 어릴 때 수학신동으로 불리던 아이는, 커서 위대한 과학자가 못 되면 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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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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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전부 그들 잘못이다. 마이더스가 실종되고, 그래서 내가 모든 걸 잃어버린 건 그들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지금도 나는 여기 감방에 홀로 앉아 배 위에 생긴 딱딱하고 비뚤배뚤한 상처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다르게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내가 그 모임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다른 날짜를 택했더라면, 하다못해 다른 술집에 갔더라면, 아니면 그날 밤 알마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했더라면, 휴대폰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날 넬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늘로 고개를 젖히고 얼굴에 찬란히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면서, 마치 예언과도 같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더운 날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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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맘 모임.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하고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출산한 엄마들의 모임. 늘 공원에 모여 아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수다를 떨고 간식과 커피를 마시던 모임이다. 그러다 딱 하루, 아이를 두고 엄마들끼리 술을 마시러 간다. 딱 하루. 하필 그날. 위니의 아기 마이더스가 유괴된다. 그 일로 시작된 많은 사건. 엄마들의 죄책감, 단서를 찾기 위한 노력. 조여 오는 경찰의 수사망과 언론. 그리고 하나씩 밝혀지는 그녀들의 비밀과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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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고 새벽까지 책을 읽으면서 누가 범인일까를 고민했다. 대부분 범인을 짐작하고 잘 맞추는 편인데 이번엔 틀렸다. 뭔가 아쉽다. 한편으로는 현대사회가 엄마들에게 요구하는, 모성이라는 이름하에 얼마나 많은 죄책감을 유발하고 있었나. 아이가 유괴되었을 때도 엄마가 술집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언론은 그녀를 나쁜 엄마로 만든다. 어딘가 익숙하다. 나의 모습이고 우리의 모습이지 않을까? 그리고 아이가 돌아온다고 해서 그녀들이 다시 그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씁쓸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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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완벽한 엄마. 무서운 제목.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이 소설은 스릴러다.

아기를 낳았다고? 축하해. 이제 모든게 네 잘못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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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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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삶의 지표가 되어주는 철학의 쓸모라고 할 수 있겠다. 프로이트가 사람들의 신경증적인 증상을 보고,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연구하고, 오늘 날의 정신분석적 상담의 기반을 만들었다. 그의 이론이 현재 아주 유용하진 않지만, 상담을 하면서 그를 공부하지 않을 순 없다. 그 당시 그의 이론은 획기적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이전의 철학자들은 심리학자들이 연구해낸 것들의 의미를 찾아내었다. 놀랍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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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클라인, 코헛, 위니컷 등 대상관계이론의 학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주요 타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자아가 성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들의 이론은 다 각자 다르지만 큰 의미를 보자면 기질적인 자기가 사회적 관계(주요 타인, 주로 엄마)에서 경험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사회적 자극을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상담에서 영, 유아기부터 형성된 자아가 현재의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하기도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결핍된 시기의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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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 역시 자아를 설명한다. P116. 우리의 자아는 늘 다른 사람을 통해 발달합니다. 우리의 반성적 자기 관계,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자기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결과입니다. 비고츠키는 이 점을 날카롭게 분석해냈습니다. 그는 아이의 타고난 생물학적 성향이 부모의 해석을 통해 의지의 반성적 행위로 발전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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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3. 키르케고르가 말한 의미에서 자기는 물건이 아니며, 결코 도구나 상품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그것은 누군가가 최적화하거나 현금화해야 할 자원도 아닙니다. 자기는 오직 존엄성을 갖지, 가격을 갖지 않습니다. 자기를, 그러니까 우리를 구성하는 관계의 중요성을 잊지 않는 것은 삶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드는, 본질적인 가지를 지닌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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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아의 개념은 키르케고르부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10명의 철학자들과 그 자체로 목적과 의미, 삶의 토대가 되는 철학적 가치들을 설명한다. , 존엄성, 약속 자기, 진실, 책임, 사랑, 용서, 자유,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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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관계적 존재이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통찰하며 나의 의미를 찾는다. 현재 우리는 우정까지도 수단으로 사용하고, 효용성을 따져야 하는 세상에 살아가기 때문에 놓치는 것들이 많다. 그 안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본질들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들이 무엇인지 오래전 철학자들의 생각을 빌려 길을 찾아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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