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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처음 책을 받았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생각하고 말았다. '또구나' 라고.

삶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을 바꿔봐"라고 대답하고는 한다. 생각을 바꿔봐, 네가 변해야지,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야, 같은 말들. 나 역시도 그러한 조언들을 들었었고, 스스로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도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봐도 싫은 것이 좋아지거나 힘든 것이 괜찮아지지 않았다. 그저 자기자신조차 컨트롤하지 못하는 못난 나에 대한 자책,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반발과 반항, 원망만 쌓여갈 뿐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 <태도에 관하여>를 봤을 때도 반발심부터 느꼈다. 저자가 누구인지, 어떠한 내용인지 같은 정보도 없이 그저 제목에서 느껴지는 "생각을 바꿔봐" 같은 기운에 질겁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책을 읽기 시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 착각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이 책은 "이렇게 해봐"라는 조언으로 가득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일, 자신의 삶에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여성이 자신의 생각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 바로 이 책 <태도에 관하여>였다.

저자는 모범적인 답안만을 잔뜩 늘어놓는 대신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삶과 그렇게 직접 부딪쳐서 얻은 자신만의 철학을 하나 하나 꺼내놓는다. 사랑과 관계, 일, 상처 등에 대하여 자신이 경험한 것, 그리고 오랫동안 고민한 것을 진솔하게 이야기 한다. 이처럼 깊이 있는 이야기는 듣는 이를 공감하게 만들고 깨닫게 만들며,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온갖 감언이설과 은근한 강요에 휩쓸려 독자를 혼돈과 자책으로 밀어넣는 여타의 책들과는 다른 면모이다.

"가장 이상화된 부모 자식 관계에 내가 겪은 환경을 비추어보고 '난 남들이 당연히 가진 걸 가지지 못했다'고 부모에게 복수심과 울분을 품는데, 그렇게 치면 우리 중에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또한 장차 우리가 부모가 되었을 때,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를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또 몇이나 될까 (65p)"

"평등의 모습이 항상 5 대 5일 필요는 없다. 어떨 때는 1 대 9일 수도, 3 대 7일 수도, 6 대 4일 수도, 8 대 2일 수도 있다.(88p)"

"나는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 혹은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박은 버려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살고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인생은 살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었고 시도나 노력도 해보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아서 지금은 이 일을 한다. 그리고 이 일에선 내가 좋아하는 요소도 분명히 몇 가지가 있다, 는 것도 존중받아야 할 삶의 방식이다(163p)"

위의 세 인용문은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온 것들이다. 첫 번째 것은 낮은 자존감과 온갖 컴플렉스의 원인을 부모님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는 것으로 보는 내게 훅, 하고 들어오는 펀치와 같았다. 요즘들어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이상과 실제로 내가 받은 사랑, 내가 느낀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만큼 그냥 지나치기 힘든 부분이었다. 두 번째 것은 평등이란 최대한 수평에 맞추려는 노력이라는 내 생각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주었다. 애초에 무게가 다른 쇠공 두개를 가지고 수평을 맞추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을, 각자의 무게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만이 진정한 행복이며 성공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내가 가진 고정관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의 여지를 남겼다. 어떻게 보면 허울 좋은 자기위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하나에 사로잡혀 좁은 시야로 사는게 아닌지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이와 반대로 지금까지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이야기된 주제인 만큼 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다. 사랑하는데 있어 자신의 감정에 진실할 것, 현재에 집중할 것에 대한 말은 지겹다 못해 짜증이 날 지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책을 끝까지 다 읽고 추천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는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접시에 어떻게 담아 내오는지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른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은 꽤나 즐거운 것이었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받아 꼭꼭 씹어 먹은 뒤에 느끼는 만족감을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느낄 수 있었다. 정성 가득한 책을 대접받고 싶을 때면 이 책을 펼쳐볼 것임을, 그리고 그때마다 내 삶에 대해, 삶에 대한 나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임을, 나는 기쁜 마음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