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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정확하지는 않지만) "네가 함부로 보낸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꼭 살고 싶었던 하루이다" 라는 말이 있다. 언제 어디서 들은 건지 기억나지 않지만, 하루를 보낼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나를 콕콕 쑤시곤 한다. '좀 더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야해' '좀 더 열심히 하지 못하겠어?' 끊임없이 나를 다그치며 내게 조바심과 괴로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런 나이기에 "그래도 괜찮은 하루"라고 생각한 날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죄책감과 자책감으로 하루를 마감할 때가 많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여기저기에 "좋은 하루. 오늘 하루도 안녕히" 덧붙여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너에게 해줄게"라고 적어 올리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무리 신경 쓰고 애를 써도 나의 하루는 여전히 시간 낭비에 무의미하고 무책임하다. 스스로도, 스스로에게 주어진 것들도 모두 좋아할 수 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하루>의 저자는 다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자신이 살고 있는 하루를 소중히 여길 줄 안다.  들리지 않는 귀에 점점 멀어지는 눈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 선명하게 그 안에 담겨있는 행복을, 따스함을 느낀다. "오늘이 기적"이라는 그녀는 단단한 두 팔로 빛을 껴안는다.

 

책 처음부터 그녀는 자신의 아픔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두 살 때 앓은 열병으로 소리를 잃은 일, 한계에 부딪쳐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중퇴한 일, 겨우 찾은 직업과 사람들의 사랑을 떠나보내게 된 일, 행복을 찾아 다시 힘을 내다가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은 일…. 희망도 절망도 모두 꺼내 보이며 담담하게, 아니 당당하게 "너무 아팠지만 돌아보면 선물 같았던 어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눈이 보일 때 할 수 있는걸, 그리고 하고 싶은 걸 모두 해보자."고, 다시 희망을 말한다.

 

작업실 갖기, 김연아 선수 만나기, 소개팅 해보기, 플리마켓 참여하기,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연락처 묻기, 가족여행 가기, 볼로냐 동화상에 도전하기…. 25가지나 되는 그녀의 버킷리스트가 간절함과 함께 책에 담겨있다. 소소하다면 소소하고 기적 같은 일이라면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는 바람들이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차곡차곡 쌓여있다. 이미 이룬 것도, 아직 도전하고 있는 것도, 먼 미래에 이룰 수 있는 것도 모두 빠짐없이 담겨, 그녀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빛으로 가득 채운다.

 

게다가 그녀는 책의 마지막, '버킷리스트는 사실 30가지'에서 사실 버킷리스트는 30가지 였다고, 하지만 금방 30가지를 모두 채우면 기쁨보다 허무함이 더 클 것 같다고, 그래서 나머지 다섯 가지는 일부로 비워 두고두고 아껴두었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넣으려한다고 이야기한다. 하루하루 가는 게 너무 소중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남겨두려고 한다는 그녀의 말은 마지막까지 희망으로 가득하다.

 

이 모든 이야기를, 이 책을 빛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베니라는 그녀의 예쁜 토끼가 함께한다는 사실이다.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불행도 웃음도 울음도 희망도 좌절도 모두 이 베니가 동행한다. 베니는 그녀의 이야기에 따라 미소 짓기도, 찡그리기도, 반짝이기도, 우울해 하기도 한다. 그 사랑스러운 얼굴로 다채로운 표정을 짓는 베니 덕분에 그녀의 진심이 보다 선명하게 와 닿는다. 그녀와 베니는 정말이지 완벽한 운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오랜만에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책을 만났고, 그 덕에 이 책을 읽은 하루는 빛으로 가득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글을 쓰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적을 잠시 후도 그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이뤄나갈 언젠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게다가 이 책에, 그녀에게 고마운 것은 나도 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처럼 하고 싶은 일이 가득해 하루하루가 기대되는 것도 좋지만, 특별하지 않아도 그저 내 마음을 간지르고 소중하게 간직될 하루를 보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울하고 힘든 하루도 선물이라 이야기하는 그녀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깨달음이다. "네가 함부로 보낸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꼭 살고 싶었던 하루이다"라는 말이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지만, '함부로 보낸'이라는 기준을 정하는 사람은 결국 나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은, 그리고 앞으로는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하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자라면서 상처가 점점 늘어나는,

 하지만 계속해서 나아가는 베니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그림-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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