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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개인적인 생각으로 책만큼 자기 기준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분야도 찾기 힘든 것 같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데는 결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 감정, 상상력 등이 소모되기 때문에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을 일부러 또는 억지로 읽는 사람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공부의 목적은 예외). 나만 해도 "마음대로. 난 다 괜찮아"라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인데 책을 고를 때만큼은 내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잘 듣지 않는 편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책을 고르는데 신중하다.

 

하지만 절대부동과 같은 자신만의 기준도 신뢰하는 존재의 추천 앞에서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사람에 따라 그 존재가 서점, 전문가, 다른 독자 등으로 다르지만, 그러한 존재들의 추천에는 대개 자신의 고집을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할 수 있다. 나 역시도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을 기쁜 마음으로 마주했었다.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예술에 정통하다고 생각되는 전문가 이동진 영화평론가, 그리고 무척이나 좋아해 그의 이름만 보이면 냉큼 집어오는 김중혁 작가. 이 둘이 소개해주는 책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떤 것일지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미리 알려드리는 바이지만)단순히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책의 반전이나 중요한 스토리를 스포일러하는 것은 물론 두 사람의 해석과 덧붙임까지 있기 때문에 책을 '추천' 받는다는 초기의 생각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책도 내가 아예 몰랐던 것, 읽고 싶었던 것, 읽다가 중도 포기한 것, 그리고 이미 읽은 것으로 각각 나뉘어져 뭔가 어정쩡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균열을 전부 메울 정도로 두 사람의 이야기는 훌륭했다.

 

먼저 내가 아예 몰랐던 <속죄> <파이 이야기>에 대해 읽을 때는 그 작품을 당장 읽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전체적인 줄기를 소개해주는 것으로 작품에 대한 흥미를 끌고 중요한 부분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감탄하게 만들었다. '아니, 이런 대작이 있었어?'라 생각할 정도로 의미 있는 해석은 두 사람의 박학다식에 대한 존경심은 물론 내 눈으로 직접 그러한 해석을 이끌어내는 줄기를 보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나도 이 책을 읽고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과는 또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을지와 같은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다.

 

그건 읽고 싶었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대해 읽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체적인 줄거리에 이어 핵심 부분까지 알게 되었지만 읽고 싶었던 마음이 덜해지는 대신 오히려 배는 더해졌다. 무엇보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와 그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 긴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그의 다른 작품 몇 개를 이미 접했던 나로서는 꽤나 흥미진진했다. 작가의 작품 스타일의 변화(인칭의 변화 등)가 무엇의 영향인지에 대한 두 사람의 추측에는 놀라움을 감출 수 가 없었고,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외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간단한 언급은 다시 한 번, 또는 처음으로 각각의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읽다가 중도 포기했던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해 읽을 때는 앞의 두 경우와는 조금 다른 경험을 했다. 이 책은 여성 비하적인 표현이 많아 읽기가 거북했다는 기억이 강렬했기 때문에 두 사람 역시 여성 비하적인 표현에 대해 지적하는 것에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 이는 이 책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었었던 공감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는 동의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거북함에 더해서 내용 자체가 동하지 않아 반도 읽지 않고 멈췄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둘의 이야기에 이끌려 이 책을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와 조르바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직접 그들을 만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미 읽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호밀밭 파수꾼>에 대해 읽을 때였다. 모든 내용을 알고, 그에 대한 나만의 해석과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야기에 동의하기도 하고 딴죽을 걸기도 하며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한국어판 제목에 대한 두 사람의 지적에 대해 '난 꽤 훌륭한 반어법이라고 생각한다고!'라고 딴죽을 걸며 내 의견을 그들려주고싶다고 바라기도 했다(이러한 충동으로 리뷰를 쓸 때가 종종 있다). 이외에도 책을 다 읽고 한참을 생각해 보아도 아리송했던 500파운드에 대한 두 사람의 추측을 보며 '그럴 수도 있겠네'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는 등 깨달음에 가까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단 한 권도 빠짐없이 모두 읽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책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어찌보면 그 어떤 말보다도 더 확실하게 책을 추천받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넘어 나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하고 경험하게 해주었으니, 또 한 편의 훌륭한 책을 만난 셈이다.

 

독자적인 한 권의 에세이로, 또는 이 안에서 이야기된 다른 책들에 대한 심층적인 독서로 접할 수 있는 책이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물론 내가 그만큼 신뢰성이 있는지는 좀 생각해 봐야 할 듯 하지만, '이동진'과 '김중혁'이라는 이름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두 사람의 조합이 얼마나 완벽한지는 이미 팟캐스트를 통해 증명되었으니.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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