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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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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꽤 큰 착각을 했었다. '밥장'이라는 작가의 이름에 스님의 법명이라 지레짐작해 버린 것이다. 그에 '스님의 여행기를 바탕으로 삶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사색하는 책' 이라고 생각한 것은 거의 조건반사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연초에, 그것도 올해 첫 리뷰 책으로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정말 큰 착각이었다. 유명한 작가를 못 알아 본 것은 차치하고(죄송합니다...), 책과 가깝다고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이리 완벽히 책 내용을 잘못 예상할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다 나올 정도다.

 

사실 밥장이라는 사람은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이자 이름이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TV에서도 그 얼굴을 볼 수 있는 방송인이다. 이력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활동적인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니, 초기의 착각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처럼 도전도 노력도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인만큼 그는 수많은 곳들을 여행했고 수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이 책 <떠나는 이유>에 고스란히 담겨 독자들에게 선사된 것이다.

 

훗카이도, 칼리만탄, 자바, 술라웨시, 발리, 플로레스, 탈린…. 익숙한 지명부터 시작해 지역 이름이 맞는지조차 헷갈리는 낯선 곳까지 그의 눈이 닿은 곳은 수없이 많다. 그런 만큼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참 많았을 텐데,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쭉- 이어지는 일정을 따라 순차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내는, 그래서 독자들이 직접 그 여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다른 여행기, 다른 작가들과 달리 자신만의 호흡을 잊지 않는다.

 

최대한 가려내고 절제해서 뽑아낸 아홉 단어, 즉 '행운' '자연' '방송' 나눔' 등의 아홉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에 맞는 경험과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그의 방식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생생함은 조금 덜하지만 그의 감정, 그의 생각, 그의 지식 등을 함께 맛볼 수 있어 꼭 '간이 좀 약한 비빔밥'을 먹는 기분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진 작가의 그림, 추천 음악 역시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감칠맛도 오래되면 지루할 수 있건만 이 두 개가 그것을 해소해준다.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들은 작가가 그 순간에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며, 그랬기 때문에 그 순간의 기억이 그 그림 속에 오롯이 담겨 간직될 것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그 그림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훌륭한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하늘 끝까지 솟아오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음악을 소개하는 글은 그 음악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담겨있고, 그렇기 때문에 들어보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 없게 만든다. 친절하게 동영상과 연결되는 QR코드를 전곡에 첨부해놓아 독자들의 귀찮음을 해소해 준 것도 한 몫 한다. 이 음악들 역시 훌륭했음은 굳이 말 할 필요도 없다.

 

비록 착각으로 시작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밥장이라는 이름을 보고 착각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 확신한다. 그만큼 즐거운 책이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여행의 생생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라면 별로 추천해주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의 여행을 '듣고 싶은' 사람에게라면 제 1순위로 추천해주고 싶은 책 <떠나는 이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그의 여행기가 궁금하다. (다음 책은 언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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