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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ㅣ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첫 여행 에세이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이 출판됐을 때가 생각난다. 잡지나 신문, 서점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홍보에 나는 책을 제대로 살펴보기도 전에 질려버렸었다. 랜드마크를 찍은 알록달록한 사진에 간단한 소개, 위치, 주변 먹거리 따위로 구성된 여행책자(내가 가장 싫어하는 종류 중 하나다)정도로 생각했고, 여행 떠날 때 딱 한 번 빼고는 다시는 펼칠 일 없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뻔하지 뭐. 괜히 또 난리야. 그렇게 생각하며 손도대지 않은 채 외면해버렸었다. 그래서 두 번째 여행 에세이인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을 받았을 때 꽤나 실망스러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웬걸. 펼쳐드는 순간부터 나는 이 책에 매료되어버렸다. 먼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10가지 테마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달콤한 유혹 한 조각', '그들처럼 살아보는 하루', '생각이 깊어지는 그곳'과 같이 다양한 테마는 여느 여행책처럼 진부하거나 거리감을 주는 대신 신선함을 느끼게 했다. 취향에 꼭 들어맞는 테마를 찾아 체크하며 보는 재미는 물론 다른데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추천지에 당장 그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느라 혼이 났다.
공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다른 무언가로 뻗어나갈 때에 느끼는 즐거움도 있었다. 파리에 대한 이야기에서 소설 <춘희>의 이야기로 뻗어나갈 때, 런던에 대한 이야기에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로 뻗어나갈 때, 구겐하임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에서 두모악 갤러리와 김영갑의 이야기로 뻗어나갈 때 나는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됨으로서 얻는 기쁨, 공간과 공간이 잉태해낸 것들에서 얻을 수 있는 경이로움. 인문학 서적을 읽는 만큼이나 얻는 것도 느끼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멋진 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는 것이다. 공간과 시간, 그리고 물건과 사람을 향한 작가의 시선은 그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화려하게 포장하거나 섣부르게 언급하는 대신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해준다. 거기에다 그녀의 깊은 감성과 포용력 높은 글솜씨가 더해져 정점을 이룬다. 어렵지 않게 차근차근, 지루하지 않고 리드미컬하게. 사진을 보는것보다 글이 더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녀가 했던 고민과 생각, 그리고 과정과 여정을 따라 가다 보니 어느 샌가 내 가슴도 충만해지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나는 여행의 맛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여행에 대한 로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열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면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가난한 학생신분에 해외라면 영어실력부터 걱정되는 겁쟁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감안해 국내여행을 즐기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여행이라고 갔다가 실망만 연거푸 하다 보니 여행에 대한 의지나 기대도 거의 없고 게으름이 심해 떠나는 것 자체를 꺼리는 편이다(여행이든 뭐든 막상 하고 나면 엄청 좋아하고 즐기면서 하기 전에는 왜 그렇게 귀찮아하는 것인지...). 그저 누군가의 여행일지를 들으며 "우와!!"하고 감탄하면서 부러움과 일시적인 충동을 느끼면 그걸로 땡. 누가 보면 못난 놈이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가슴이 울렁거리는 간접여행이 더 즐겁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은 엄청나게 고마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한 것처럼 배부르고 따뜻하고 경쾌했다. 심지어는 진짜 여행을 한 것보다 더 한 만족감이 느껴졌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눈과 가슴을 얻은 듯한 기분과 더불어 온몸에 상쾌한 기운이 감돌았다. 진정한 '여행 에세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드는 순간. 낯선 공간의 풍경과 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감성과 생각과 지식까지 얻을 수 있는 완벽한 여행 에세이라는 것이 이 책에게 보내는 나의 찬사다. 끝으로 어쩌면 이 책을 곱씹고 또 곱씹다보면 나도 온전히 나만의 여행과 이야기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남몰래 가져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