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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샛노란 표지 (그야말로 이 책을 목표로 서점에 들어간 사람을 위한 장점!) 가 인상적인 책이었다. <마술 라디오>라는 제목에서는 싱그러운 느낌이 묻어나고, 오른쪽에 치우쳐 그려진 그림에는 방금 그려 넣은 듯 한 자연스러움이 존재했다. 전체적으로 여백이 많은 깔끔한 구성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진 '정혜윤'이라는 세 글자는 친근하다 못해 운명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라디오 피디로서,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듣고 묻는자'로서 그녀는 많은 이야기들을 가슴에 품었고, 그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라디오 한 대를 가지고 있음을 자진해서 밝혔다. 그녀는 그것이 "내 가슴속이 아니라면 어디에도 존재한 적 없는 라디오일 거야."라고 했다. 이어서 "나는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를, 말을 다르게 쓸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힘을 얻는 것을 숱하게 봐왔어. 지금 내가 바로 그것을 해보려고 해" 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이 말한 그대로 '의견'도 '위로'도 '충고'도 '교훈'도 아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총 14개의 이야기가 마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스스로를 자유라고 말하는 어부, 눈맛을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빠삐용의 아버지, 귀가 배지근해진다는 할머니, 자신의 주변을 아름답게 만드는 야채장수…. 그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마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빛이자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무언가'였다. 무엇보다 그들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도 멋지게 변신시켜주는 놀라운 마술사였다. 그들은 먼저 자신을 위해서 마술을 부렸고, 그 다음에는 서로를 향해 마술을 부렸다. 그로써 모두가 선명한 빛을 뿜어냈다. 이야기 속에서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 중 빛나지 않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이야기에서,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는 듣는 이에게까지 전해지는 놀라운 힘이 있었다. 그 빛은 작지만 분명하게 전해져 때로는 질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각자의 가슴속에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불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전해진 빛은 완전히 새로운 빛을 뿜어냈다. 이 마술 라디오를 들은 사람들이라면 분명 이 빛이 일으키는 변화를 느꼈을 것이다.
이야기도, 사람들도 분명 특별하지 않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다. 나와 내 곁에 있는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보통 사람들이자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그들처럼 자신 안에 저마다의 마술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점이라고는 이야기속의 사람들은 자신 안에 있는 마술을 꺼내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고맙게도 그들은 정혜윤 그녀만의 이 마술 라디오를 통해 우리에게 그 마술을 전달해준다. "길을 잃었을 땐 도처에 무수히 많은 스승을 만들면서 한 발 한 발 갈 수 밖에 없어요. 게다가 내가 길을 잃었을 때 어두운 길모퉁이에서 등불을 들고 서 있을 누군가를 상상해보면 떠오르는 어떤 얼굴이 있을 거예요. 그 얼굴은 필시 무척 낯이 익을 거예요. 내가 길을 잃을 때 나를 이끌어줄 은인은 뜻밖에도 내 곁에 있을 수 있어요." 라는 그녀의 말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이 낯익은 스승들의 도움으로 각자의 마술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다시 우리들의 마술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것이다. 그를 위해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가슴속 라디오에 좋은 이야기를 엄선해서 차곡차곡 쌓아놓는 노력을 해야 한다. 즉 언제든 필요한 순간 필요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도록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스스로 빛나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할 수는 없으며, 의도하지 않은 새에 잘못된 길로 다른 사람들을 이끌 수 도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