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사람들은 보통 책을 읽기 전에도 그 책의 장르나 줄거리 같은 정보들을 알고 있다. 그런 간단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자신이 읽을 책을 고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직접 고르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책의 앞뒤 표지를 통해 먼저 정보를 알게 된다. 아니면 조금 수고스럽긴 하겠지만 인터넷에 책 제목을 치는 것만으로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자신만의 "기대" 형성하고, 책을 펼쳐들게 된다. 대개의 경우 이 "기대"에 딱 들어맞거나 아니면 그 이상 혹은 이하로 나눠진다.

 

그 당연하다면 당연한 과정을 왜 이렇게 길게 늘어 놓느냐 하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가 이 자연스러운 과정을 완전히 파괴해버린 책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내가 직접 선택한 책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가의 작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지 않은 나로서는 줄리언 반스라는 이름 자체도 생소하다그래서 책을 읽기 전 내가 가지고 있던 정보라고는 "심장을 도려내는 상실과 이를 견디는 영원함의 이야기"라는 카피와 "아내를 잃은 고통과 그 아픔에 맞서 살아온 5년 동안의 이야기를 출간" 했다는 것, 그리고 "19세기의 실존 인물 프레드 버나비와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 사진가 나다르의 이야기와, 아내를 잃은 고통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줄리언 반스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결합된" 책이라는, 정확히 말해서 책 뒤표지에 프린트 되어 있는 내용이 전부였다. 이 내용들을 토대로 내가 형성한 기대는 더 말 할 것도 없다. '사랑과 이별' 어떤 이야기든지 결국 그 둘을 이야기할 것이라는 게 내가 가진 기대였다.

 

하지만 이 책은 내 기대를 완전히 파괴해버렸다. 첫 장 "비상의 죄"를 읽으며 나는 몇 번이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게, 사랑, 이라고?" 급기야는 책이 잘못 온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분명 표지에서 언급된 이름들이 나오기는 하는데, 눈 씻고 찾아봐도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기구에 열광한 사람들, 즉 프레드 버나비와 사라 베르나르와 나다르의 비행과 그들의 일상에 대한 기록이 전부였다. 흥미롭기는 했지만, 반전이라는 말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책을 덮고, 인터넷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아주아주(!) 명쾌하게 해결됐다. 출판사 다산책방에서 나온 책 소개에 따르면 1부는 "일종의 역사서이자 르포르타주"이고 2부는 "허구적 러브스토리"이고, 3부가 내가 기대한대로인 저자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경우 나의 무지와 게으름, 성급함이 문제였다. 이후로는 책 읽기가 수월했다.

 

 

 

2.

 

비상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과 그를 위한 노력을 알 수 있는 1부는 그 건조한 기록 속에서 기묘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나 자신이 살아있음을 소리로 들을 수 있"기를, 빅토르 위고가 "새가 되기를 기다리는 알이 하늘에 떠 있군. 새가 알 속에 있으니 곧 나타나겠지"라고 말한 상태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거기에 더해 사진과 항공술을 합친 나다르의 이야기는 감탄이 나올 정도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친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2부에서는 아슬아슬한 비상이, 그리고 추락이 이야기됐다. 3자인 내가 불안할 정도로 위태로웠던 로맨스는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어쩌면 '비상의 죄''평지에서' 이루어진 것일지도 몰랐다. 2부 시작에서 보았던 "때로는 합쳐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문장은 일종의 예언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각자 분리되어 있는 것 같았던 1, 2, 3부가 모두 3부로 이어지기 위한 하나의 길임을, 그리고 이곳이 3부로 이어지기 위한 마지막 단계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는 첫 문장이 3부에 와서는 전에는 함께였던 적이 없는 두 사람을 하나가 되게 해보라.“로 바뀌었다는 것이 그 사실을 더욱 확실하게 했다.

 

고통. 절망. 아픔. 슬픔. 좌절. 그 어떤 단어가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사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많은 것을 생각했다. 그 역시 나의 짧은 언어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그가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었고, 아내의 죽음과 더불어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그는 피하지도, 도망치지도 않고 똑바로 마주봤다. 아내의 죽음과 그로인한 부가적인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였다. 그 치열한 과정이 책에는 담담하게 펼쳐졌다. 단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 저자의 이야기는 심지어 허구의 이야기, 즉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온전히 그의 것이기 때문에 차마 '공감'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아마 그의 나이가 되고, 그와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나는 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공감이라는 말로 포장된 얕은 이해라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3.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있을 것이라고는, 아니 이런 글이 나올 것이라고는, 아니 이런 글의 존재 자체도 나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 때문에 더 당황하고 버벅거렸던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이 리뷰 속에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조금 당황스러운 기분이다.

 

쓸데없이 길기만한 횡설수설이라는 것을 깨닫지만,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전부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완전히 다른 성향의 저자와 독자의 만남이랄까. 왠지 저자의 다른 작품들은 항상 내 읽을 책 목록에 남아있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리고 이쯤에서 생각나는 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제외하고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저자의 작품.

 

정말이지, 당황스러울 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