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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처음에는 혼자 중얼거리는 듯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알아듣지 못할 말로 독백하는 어린 배우를 보고 있는 것 같았고, 그것이 못내 불편하기까지 했다. 몇 번이고 손에 잡았다가 놓으며 "그래도…"를 반복해야만 했다. 당연히 읽는 속도는 더뎌지기만 했다.
결국 내가 선택해낸 최후의 방법은 펼치는 대로 보는 것이었다. 이 책을 순서대로 읽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시간이나 장소 같은 흐름에 따라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다른 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제야 나는 "그래도"라며 각을 잡고 앉았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다시 책을 잡았다. 최근에 내가 한 선택 중에서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
오랜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 작가는 많은 것들을 겪고 느끼고 생각했다. 만남과 이별, 나눔과 얻음, 새로움과 친숙함, 깨달음과 후회…. 그리고 그 속에서 수많은 말들이 그를 지나갔다. 어떤 말들은 그와 마주보았고 어떤 말들은 그를 스쳐지나갔으며 또 어떤 말들은 그와 함께 걷다가 그 자리에 멈춰서 손을 흔들었다. 말 하나하나에 잊지 못할 추억이, 치열한 고민이, 소중한 감정이 담겼다. 작가는 그 말들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쉽게 받아들여 지지 않는 것은 내가 작가의 시선으로 보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같지만 다른 시간에 다른 공간에서 다른 것을 경험을 한 작가와 나는 같을 수 가 없었다. 한 순간에 나를 잡아끄는 낯설고도 어지러운 풍경에 헤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나는 작가의 시선을 하는 대신 나만의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영원히 그 말들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었다.
나만의 시선으로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새로운 경험을 진심으로 즐거워할 수 있었다. 나는 작가가 지나간 길을 나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보고 느끼고 음미했다. 그리고 남겨진 말에 공감하고 감탄하며, 그 밑에 혹은 그 옆에 나의 말을 덧붙였다. 내 안에도 차곡차곡 말이 쌓여갔다. 그것은 내 안의 것이기도 했고 작가의 것이기도 했고 내가 만났던 그 누군가의 것이기도 했다. 분명한건 그것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하는 말들도 누군가의 눈에는 독백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즉 이해할 수 없고 답답하기만 한 혼잣말 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느슨한 마음으로 조금 더 끈기를 갖고 지켜본다면, 그리고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분명 생각이 바뀔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이미 나 아닌 다른 무엇, 다른 누구와 함께하며 이루어진 것이기에 온전히 혼자인 사람은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말이라는 것 역시 나와 나 아닌 다른 무엇과 누군가가 서로 만남으로서 탄생하는 것이기에 온전히 한 사람만의 것일 수 없다. 결국 나의 말이 당신의 말이자 우리의 말이며,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 역시 나의 말이자 당신의 말이자 우리의 말 일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선으로 말들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어설프게 타인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은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프롤로그를 통해 작가가 직접 "모든것은 나로부터 비롯되고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야 세상의 다반사를 의식하고 너의 마음을 인식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 처럼 말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