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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평점 :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표지에서부터 아기자기한 느낌이 묻어나는 책이다. 연녹색의 삐뚤삐뚤한 글씨에 모난 곳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둥글둥글한 그림. 읽을지 말지 고민하며 몇 번을 망설이게 하는 화려한 표지의 책들과는 달리 편안한 마음으로 펼쳐들게 하는 마력을 가졌다.
산문집인 만큼 마스다 미리 씨 자신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사투리를 쓰는 자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신, 옛 노래를 기억하는 자신, 장래를 고민하는 자신, 일에 있어서 최선을 다 하는 자신. 그건 그녀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그녀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맞아, 나도 그랬어!'라며 손바닥을 마주치고 자연스럽게 나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상대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맞장구치면서 내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내 앞에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책이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해야 한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이 가진 매력적인 면모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호스트 역할이 어려워 버벅거리고, 영어 학원 반편성 테스트에 앞서 도망쳐버리며, 느낌이 좋은사람이 되기위해 애쓰다 그 이상의 관계를 놓치는 그녀의 모습은 꼭 어린아이 같다. 서투르지만 보는 사람마저 웃음 짓게 하는 발랄함이 있다. 그와 반대로 경험을 통해 얻은 자기 자신만의 지혜를 가졌으며, 상대의 잘못에 대해 정확히 사과를 요구하고, 친구들을 한 유형으로 뭉뚱그리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닮고 싶은 어른이다. 당당하고 올곧으며,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줄 안다. 아이와 어른이 공존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면모지만, 그녀처럼 생생하게 드러나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다.
공감하고 감탄하면서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엔 나 자신과 사람들에 대해 되돌아보는데 까지 도달하게 된다. 나를 이루고 있는 일상이 이토록 반짝거린다는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었을 뿐 나도 꽤 행복한 존재라는 사실을, 나도 꽤나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 세상에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것은 머리를 세게 치고 지나가는 강렬함이 아닌 잔잔한 울림이 주는 깨달음으로, 마스다 미리 씨가 독자들에게 주는 기분 좋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날마다 하고 싶은 일이 잔뜩 있다는 그녀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늘 하루는 또 무엇을 할까. 반짝반짝. 오늘 하루는 또 무슨 일이 있을까. 반짝반짝. 생각만으로도 충만한 이 기분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저마다 반짝이는 일상이 한데 모인다면 얼마나 예쁜 반짝임을 낼지. 아마 그녀의 작품은 내 추천목록에서 빠지지 않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