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소수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9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현진 옮김 / 한길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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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일런트 마이노리티 - 침묵하는 소수 란 번역은 조금 틀린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가 말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제2의 인생"에 나오는 상인 같은 사람이 아닐까. 앞선에 나서는 장관들이 아니라 밑에서 조용히 실무를 진행하는 차관들, 메이저리그 밑에서 묵묵히 연습하면서 두터운 선수층을 받쳐주는 마이너리거 같은 사람들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한발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사일런트 마이노리티 들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제 2의 인생"의 주인공이 이런 사람이다. 처음에는 그저 통역관으로 쟁쟁한 외교관의 보조였을 뿐이었지만 결국 그는 국가를 위한 치열한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낸다. 겉으로 드러난 사람은 아니지만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가 잡지 등에 기고했던 글들과 기행문, 짧은 수필 등을 모은 책이다. 책 전체가 사일런트 마이노리티 -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시오노 나나미 다운 묘사들과 설명이 눈에 띄는 책이다. "남자들에게"보다 좀더 공적인, 정치적인 글들이 눈에 띈다. 여전히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단적인 화법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혁신과 보수, 파시즘 같은 정치 사상에 관한 좋은 견해들, 격언들, 따듯한 러브스토리, 여행의 풍경 등 읽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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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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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수학원에서 첫 물리 수업 시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만약 이 책상을 수직으로 들고 10m 이동한 후 다시 10m를 돌아온다면 나는 "일"을 한 것이냐?" 공부를 많이 했다는 재수생들중 대부분은 "아니오"라고 대답을 했다. 이유는 고등학교 물리책에 1. 힘의 방향과 운동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일"을 한 것이 아니다. 2. 시작위치와 최종위치가 같다면 운동은 없는 것과 같다 라는 구절을 읽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참 바보같다며 "내가 힘이들고 에너지가 소비가 됬는데 "일"이 없을수가 있냐?" 요는 발상의 전환이다. 양자역학적 시각에서 보면 뉴튼역학은 틀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동안은 이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광자는 미시적으로 보면 뉴튼역학과 전혀 다르에 운동한다. 어디로 움직일지 알 지 못한다. 다만 확률적으로 추측할 뿐이다. 고등학교 내내 배우고 대학 까지 와서 다시 배웠던 물리의 기본법칙들이 무너질 때 오는 충격은 적지 않았다. 미시적, 10의 -39승 근처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세계에 관한 안내서로 이책은 좋은 책이다. 빛은 거울에서 자기 멋네로 튀고, 빛은 직진 하지 않으며, 빛은 자기 마음데로 굴절한다. 하지만 어렵기는 여전하다. 1강과 2강은 그런데로 받아들여 지고 이해하기 쉽지만 보다 2차원적인 그래프들 앞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몇가지 질문은 여전하다. 1. 뉴튼 역학이 틀렸다면 이제는 고등학교에서도 양자역학 부터 강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이들에게 여전히 틀린 지식을 절대적 지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아닌것 같은데... 2. 책에서 설명하는 화살표 덧셈과 곱셈은 분명히 우리가 배운 백터의 덧셈과 곱셈이다. 수학에 무지한 일반 미국인에게는 아무 생각이 안들겠지만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사람이라면 시간이 벡터의 방향으로 바뀌는 이상한 과정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시간의 길이(양)과 벡터의 방향(벡터)는 전혀 다른 것인데 말이다. 3. 단일, 이중 슬릿을 지나가는 빛의 줄무늬(중첩무늬) 를 대학교 일반물리 책에서는 빛의 파동성을 설명하는 실험으로 하지만 이 책에서는 빛의 입자성을 설명하는데도 사용한다. 물리학과 누님의 말씀 : 양자역학은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하나님을 인정하게 된다. 양자역학은 하나님이 세상에 자신을 나타내시는 방법이다.

[인상깊은구절]
여러분이 강연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즉, 내가 자연은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말한다 해도 여러분은 자연이 '왜'그런 방식으로 행동하는지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분도 잘 아라시피 그 '왜'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연이 왜 그토록 기묘한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나로서도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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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2013-04-2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뜬금없이 결론이 신에게 종착이라... 차라리 음의 질량까지 자유자재로 다룰줄 아는 고도의 외계인이 아니고선 이 세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하는게 더 나을듯한데...
바보도 믿지 않는걸 믿는게 믿음이라는 하는데, 신은 믿는 것보다 외계인을 믿는게 훨씬 덜 바보스럽다고나 할까....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 미암일기 1567-1577
정창권 지음 / 사계절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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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배운 역사들과는 매우 많이 다른 책이다. 미암의 일기와 수많은 기록들을 근거로 조선초기 양반의 생활을 그림을 그리듯 보여준다. 마치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3부작, 색채3연작에서 중새인의 생활을 설명하기 보다는 그림을 그리듯 설명을 해나갔던 처럼 미암 부부의 생활을 설명하기 보다는 소설 처럼 써 나간다. 다만 이야기의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완전하지 않아 책 전체적으로는 어중간한 형태가 되었다. 역사책으로는 쉽고 소설이라 부르기는 좀 어색한 그런 겉모양이다. 하지만 미암과 그 부인의 시와 글들, 동시대 인들의 많은 한시들을 소개하여 문학적인 가치도 있는 책이다. 드라마 따위에서 보여준 과장되고 어색한 모습이 아니라 양반과 종이 어울려 살고 물물교환하는 경제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런 모습을 배우는 것이 역사 공부 아닐까? (이런 상상 : TV드라마에서 수고한 부하에게 말린 문어를 주는...) 조선시대에 대한 생각을 많이 고쳐준 책이다. 추천.

[인상깊은구절]
  미암이 설사를 하고 나서 보니 과연 속옷이 조금 젖어 잇었다. 밑도 역시 꺼림칙하여 아무래도 씨을 수 밖에 없을 듯 하였다. 미암은 담벼락에 놓은 볓짚을 집어 서너 마디 정도를 곱게 접어 밑을 닦은 뒤 속옷을 벗어 밖으로 내밀며 분부했다.
(양반이 설사를. 속옷이 젖었다고? 그걸 일기에 기록까지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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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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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떠한 예술이던 진정한 미의 극치에 이르렀다면, 인간의 최선의 걸작이라면 아무 설명없이, 배경지식 없이도 감동을 줄 수 잇어야 한다고 믿는다. 레오나르도의 그림이 그렇고 미켈란젤로의 건축이 그렇고 서태지와 신해철의 노래가 그렇고 고대인들의 동굴벽화와 뭄 타지마할이 그렇다. 장승업과 신윤복의 그림들, 이육사와 윤동주의 시들이 그러했다. 플라톤이 말했던 "미美"와 같은 개념이 실제한다고 믿는다. 그런 미를 느낄수 있는 눈과 마음이 모든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중, 고등학교 교육을 통해 수 많은 시를 접해왔지만 한번도 시 자체를 느껴보라고 배운 적이 없었다. 교과서에는 시의 한 단어 한 단어에 해석과 대구되는 구절이 붙어 있었고 언제, 왜 이런시를 썼고 이 시는 한국 문학사에서 이런 가치가 있다고 배워야 했다. 때론 "청포도"에 관한 트집거리들, 한용운의 "님"과 "첫키스"에 관한 모순들에대해 들어야 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배웠던 동일한 시를 "한국대표시선집"이라는 두꺼운 책에서 아무 설명없이 자유롭게 다시 읽었을때 정말 큰 감동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말갛게 씻은 얼굴의 고운 해가 내 눈앞에 솟아 올랐던 것을 느꼈다.

  이 책, 느낌표 덕분에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많은 학생들이 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시인들과 그 작품들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설명들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만약 어떤 시를 설명과 배경지식 없이는 감동을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은 예술의 참모습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는 시 자체만으로도, 그 운율과 어감만으로도 가치있다. 시는 "시인의 사물에 대한 또다른 시각을 배울수 있다"는 전유성씨의 말처럼 죽음, 탄생, 저항, 교수형 당한 시신, 청포도 에서 또다른 모습을 보는 시인의 생각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시인이 말하는 고향의 계념이 시인의 고향에서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 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인이 말하는 고향의 풍경이 진짜 고향 "경주" 가 아니라 "무릉도원"이라도 상관없다. 저자의 말처럼 시인이 무엇을 보고 썼는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에게 어떤 고향으로 다가오는가가 아닐까?

[인상깊은구절]
  청포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다고 시비하는 소리도 있지만 공연한 트집이다. 시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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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 1
미우라 아야꼬 지음, 정난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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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이란 나약한 존재다. 직접적으로 기독교적인 내용은 매우 적고 그 존재감도 잘느껴지지 않지만 이 책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책이다. 주인공 요코의 빙점 - "제가 죄인의 자식이라는 점입니다." 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인간의 원죄 - "우리는 모두 아담의 자손입니다." 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원죄는 인간적으로 흠없고 도덕적인 요코조차도 극복하지 못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지만 여전히 외롭고 지극히 도덕적이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인간의 도덕이란 그렇게 죄앞에서 무력하다. 성경에 말하기를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는 말과 같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의 원죄 - 죄인의 자식 - 가 오해임이 밝혀지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자살 시도를 했을것이라며 마무리가 된다. 높은 도덕적 순수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 작가의 의도인 것 같다. "길은 여기에"와 같이 담담한 필치지만 페이지가 빠르고 쉽게 넘어가는 재미있는 책이다. 깊은 병으로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갔던 작가 답게 인간의 존재의 의의와 죽음의 의의찾기위한 글이다. 한번쯤 읽어보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상깊은구절]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나눠 줄 수 있는 게 딱 하나 있다. 뭔지알겠니?"
"햇빛?"
"햇빛이 미치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도 있어."
"시간? 누구에게나 하루는 스물 네 시간이잖아요."
"하기야 그렇지. 지금 아버지는 이런 생각을 했단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건강한 사람이나 병자나 죽음만은 분명히 공평하게 나누어 받고 있다고 말야."
"정말 그렇군요. 결국은 저도 죽겠지요. 언젠가는 말이에요. 그렇지만 전 지금 거리를 바라보면서 저 많은 지붕 밑에 살고 잇는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일인가 하고 잇으니 무척 끈질기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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