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진실되게 살기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역사 에세이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2년 9월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글을 쓴다는 것이 참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 쉬울(?) 수도 있구나, 또 이렇게 단순하고 명쾌하게 살면, 그런 삶의 기록도 또한 이렇게 명쾌하고도 감동적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워드 진은 자신의 생활에서의 느낌-사람이란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이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또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이야기한 그대로, 또 자신의 삶의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느낀 대로-사람이란 이렇게 사는 것이 사람다운 것이다 라는 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고 애를 쓴다.

아니, 어쩌면 '애를 쓴다'라고 바라보는 것은 다른 사람일 뿐이고 당사자는 그냥 당연한 듯 단순한 선택으로 그렇게 산다. 그런데, 그런 모습들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며,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나는 얼마나 복잡한 생각 속에서 자신을 속이며 살고 있는가?'...하는.

이 책은 참 재미가 있다.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행동들-절박하고 관공서의 폭력에 맨몸으로 맞서야만 하는 등- 마저도 그냥 담담하고 경쾌하기까지 하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그냥 당연하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들의 그런 도전은 당장은 아무런 보상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하워드 진은 진지한 사랑으로 이런 '보통사람들'의 이런 진솔한 '행동'들이 긴 시간을 걸치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꾸어가는 지를 끈질기게 밝혀준다. 아니, 자신이 스스로 그런 긴 경험으로 희망의 철학을 쌓아가며 자신의 삶 자체를 희망으로 가꾸어간다.

미국은, 적어도 자국 내에서는 많은 면에서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치가 잘 제도화되어 있다고 생각해온 입장에서, 하워드 진의 이 책이 보여주는 금세기 미국의 역사는 정말 자그마한 충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