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한 마음 델핀 드 비강의 마음시리즈 1
델핀 드 비강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한마디 : 학대받는 아이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 두마디 : 누구나에게 있는 검은 공간
▷ 이미지 : 심연
▷ 깔때기 : 나는.....?
▷ 색깔 : 소설/성장/학대/가족/학교/교육/청소년
▷ 읽기난이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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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담임인 엘렌은 테오가 학대 받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러나 테오의 몸은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테오를 주시하는 엘렌은 결국, 오해를 받아 곤란한 지경에 이른다. 무엇이 엘렌으로 하여금 테오를 바라보게 했던가, 그것은 테오에게서 어렸던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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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테오, 세실, 마티스 네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이어진다.
그런데 관점 구성이 조금 독특하다.
어른인 엘렌과 세실의 이야기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청소년인 테오와 마티스의 이야기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그려진다.
왜 이렇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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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어른이 되어 1인칭 우주의 주인이 된 사람들. 주체로서의 삶의 키를 쥐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일수도.
아직은 전지적 세상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
(여기서 전지적이라 함은, 개인이 아닌 전부를 대상으로 함 개개인의 하나의 능력이 모여 전부를 이루는 것, 직소 퍼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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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엄이 한 짓은 분명한 위선이다. 위선의 경계는 그걸 상대에게 들켰느냐 안 들켰냐이다. 왜냐? 스스로는 그걸 위선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이 백날 위선적이다 뭐다 해봤자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위선적일 수 있는 것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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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마음이란 어떤 마음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네 사람은 각자의 마음에, 다짐에 충실하였다.
그러나 가장 안타깝고 짠했던 건 역시 아이들이다.
어느 한쪽만을 택할 수 없었던 아이가 양쪽 모두에게 충실하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그 마음이 애달프다. 미안하다. '없고 싶은' 마음을 안아주고 싶었다.

#뱀발 1

어린시절에 학대를 받으며 자란,  어른이 된 사람은 마음 한 쪽에 아직 치유받지 못한 아이가 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삶 전역에 걸쳐 불쑥 불쑥 자신을 조명한다. 나 아직 여기 있다고, 나 좀 봐 달라고.


#뱀발 2

피학성 성격을 지닌 아동들은 고통의 원인을 자신에게 둔다. 만약 진짜로 부모가 자신을 미원해서 때린다거나 혹은 무관심했다면, 그 슬픔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미연 #문제적 주인공만 오세요 -2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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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견고하고 어딘지 모르게 역겨운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로 그는 그 말들을 기억할 것이다. - P33

아주 빠르게, 테오는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표정 없이, 시선은 내리깔고, 최대한 아껴서 말을 내뱉었다. 자신을 드러내지 말 것. 경계선으로 나뉜 두 진영에서 침묵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최고의 방책이다. - P61

보지 않겠닫고 거부했지만 알고 있던 것, 그러니까 아주 멀지 않은 곳에 묻혀 있던 것이 마침내 튀어나올 때의 평온함과 최악임이 분명히 드러날 때 느껴지는 안도감. 낯설다. - P112

대부분의 커플은 암묵적인 규범과 관계에 순응해요. 안 그런가요? 일종의 두 존재를 묶어주는 무언의 계약이죠. 그 결합 기간이 얼마나 되든, 둘이서 그럭저럭 되는대로 만들어낸 방책에 대한 얘기에요. 암묵적 합의 같은 거요. 현실과의 화해, 그래요, 가령 진실 그 자체와의 화해랄지. - P128

때로 그는 생각한다. 어른이 되는 수고가 정말 그만큼 가치가 있을까? 할머니 말마따나, 손톱만큼의 가치라도 있을까?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할머니는 자를 대고 긴 선을 그어 ‘장점‘과 ‘단점‘이라는 칸을 만들어 양쪽을 채워보았다. 어른이 되는 문제는 어떨까? 두 개의 칸은 똑같은 길이로 채워질까? - P144

우리는 연대하고 공모하는 동료가 되었다. 같은 신념을 나누고 싸움을 함께했다. 필요할 때 함께 맞서는 관계. 그 정도면 충분하다. - P150

아니요, 전 아이가 없어요, 하지만 제 배 속에 있는 애들, 제가 낳지 않은 아이들을 보세요, 마치 제 걸음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한 아이들을요, 살살 흔들어주기만 하면 돼요, 덩어리로 만들어 간직하고 있는 이 사랑을 보세요, 쏟아부을 곳이 없어 나누는 일만 남은 이 에너지를 보세요, 이 순수한 야생의 호기심을 보세요, 모든 것에 대한 제 욕망을, 엄마가 되지 못한 탓에, 아니 엄마가 되지 못한 덕분에 나 자신으로 머물러 있는 이 아이를 보세요. - P167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된다는 게 고작 이런 거구나. 잃어버린 것들과 잘못 끼운 첫 단추를 손보는 것. 그리고 우리가 어렸을 때 했던 약속들을 지키는 것.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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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사랑
이서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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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 : 이서희 작가의 관계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
▷ 두마디 : 퍼즐같은 남의 인생에서 내가 보는 것은 일부일 뿐.
▷ 추천대상 : 인생을 한번 돌아보고 싶은 분들.
▷ 이미지 : 망망대해 배 한 척.
▷ 깔때기 : 나는 나와 어떤 관계인가?
▷ 색깔 : 에세이/가족/성장/사랑/우정/관계/인생
▷ 읽기난이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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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읽었다. 어쩌면 자신의 치부일수도 있는 일들을, 마냥 덤덤히만 써내려가지는 않았을 터다. 글을 쓰다 보면 그때의 상황이나 기억들이 생생해져 감정이 격해지는 일도 많다. 물론, 덤덤히 '그땐 그랬지' 하고 웃으며 다독거릴만큼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남의 이야기' 만큼 재미있는 일도 없다. 소설 속 주인공도 남이고 이 에세이의 주인공 또한 남이다. 그럼에도 그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인간이란 각자만의 절망과 고통, 슬픔을 갖겠지만 그 무게를 짊어진다는 것만큼은 공통사항이기 때문이다. 오롯이 나만의 절망과 고통이 되어 어느 누구도 나만큼 이것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할수있다면 외면해 버리는 것조차 자신의 몫인 것이다. '애써'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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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넓디 넓은 우주에 태어난 우리는 자기 자신이라는 고독한 세계를 이고, 타인이라는 많은 세계와 만난다. 함께 살지만 다른 세계를 산다는 건 이런 이야기일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강제로 관계를 맺게 된다. 최초의 관계는 나를 잉태하게 만든 가족이 그것이다. 간혹, 어떤 이들은 가족을 두고 '내가 선택한 게 아닌데' 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선택한 게 아니라서' 오히려 책임감이 덜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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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좌절과 시련, 어리석음이 밑거름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놓았다. 누군가는 후회를, 다른 누군가는 그럭저럭 만족을. 그리고 나는? 나는 내 인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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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다 보면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당연하다.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상황이나 감정들은 어차피 누군가는 다른 형태로 겪는 감정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가 더 와 닿는 것은 그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보며 공감했기 때문이다. 내가 겪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타자에 내 자신을 이입하며 간접 경험하는 것. 나는 이렇게 이 에세이의 작가 이서희와 관계를 맺었다.
독서란 이런 것이다. 읽는 이에 따라 재해석되는 의미는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와 작가 사이에서는 온전히 그들만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 물음표를 그려라

 

나는 나와 어떤 관계인가?

나를 독립적인가?

내가 가장 의지하고 있는 이는?

타인의 고통을 아는 일이 내게 가져다주는 감정은?

가장 아프다 할만한 기억은?

가족은 내게 어떤 존재인가?

결국,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벗을 수 없음은 분노였고 갈망이었다가 관능의 가면을 썼다. 다 보이지 않음으로 더 벗어버리는 일. 시선을 가로질러버리는 일. 당신들의 눈빛을 내가 먼저 가지고 놀다가 무심하게 지나가버리는 일. 내가 한때 엄마가 사는 삶이라고 믿었던 그 빛의 궤적. 불현듯 옷을 벗고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본다. 남의 눈으로 자신을 보는 일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삶을 그곳에 묶어두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 P41

관계는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었다. - P118

때가 되면 알 것이다. 모르는 걸 성급히 안다고 말하거나 내 앎의 틀 안에 구겨 넣는 일은 고통스럽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받아들이는 것만큼 안전한 일은 없다. - P139

행복한 노예 생활이었어.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지만 후회하지 않고, 어쩌면 모르는 채 시작해서 감사하는 . - P146

독립적이지 않고는 온전히 의지할 수 없어. 의지란 자신의 무게를 그대로 상대에게 얹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힘의 균형이 있을 때 비로소 건강해져. 의지란 선택이어야 해. 의지할수록 독립적이어야 하고 당당해야 하거든.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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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폭스 갬빗 - 나인폭스 갬빗 3부작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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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 : 인간 장교가 구미호 장군의 영혼과 합을 이뤄 펼치는 우주전쟁 이야기
▷ 두마디 : 나의 상식이 모두에게 상식이 아닐 수도 있고, 반드시 그러할 필요도 없다.
▷ 추천대상 : SF, 우주, 전쟁, 군대 이야기 좋아하시는 분들
▷ 이미지 : RPG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의 스킬 트리
(미친듯이 뻗어나가는 스킬트리의 가지들에 질려 게임 포기함)
▷ 깔때기 : 왜 미래 이야기는 죄다 전체주의로 그려지나?
▷ 색깔 : SF/우주/판타지/전쟁/군대/전설/역법
▷ 읽기난이도 : ★★★★☆
▷ 삼천포 : 물리, 게임

'구미호 장군'의 영혼을 흡수한 우주 제국의 젊은 장교, 켈 체리스
그녀의 우주 함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우주 요새 공성전!


우주 제국 '육두정', 본래 '칠두정'이었으나 이단 분파인 '리오즈'의 소멸로 육두정이 됨.
* 분파
켈 : 전투
슈오스 : 수학
안단 : 문화
니라이 : 과학
라할 : 치안
비도나 : 교리
리오즈 : 철학(이단 분파로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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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쪽에 육박하는 분량. 첫 100여페이지까지는 징그럽게 안 읽혔다. 우주를 좋아한다고 해서 꼭 SF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거기에 익숙하지 않은 단어와 개념들까지 등장해 몇번이고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며 읽어나갔다. 도중에 그만둘까 생각도 했으나 어쩐지 지는 기분이라 끈기를 가지고. 100페이지를 넘기자 진도가 잘 나간다.대략적인 세계관과 단어들을 이해하고나니 재미가 붙은 것이다. 탄탄한 구성에 긴장감까지 더해져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짜릿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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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왜 미래 이야기의 사회체제는 전체주의로 설정하는걸까? 이 작품을 딱히 '미래'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어쩐지 내가 모르는 다른 우주에 이미 일어났을 법한 일이라고도 생각이 들었으니까) SF 소설이 아니더라도 전에 읽었던 '소멸 세계'나 '디스옥타비아' 등등 미래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은 거의 사회체제가 전체주의었다. 왜 그럴까? 지금의 사람들은 미래에 '통제'받는 것을 당연한것처럼 여기는 것일까? 조금 슬퍼졌다. 과거의 '자유'에서 미래의 '통제'로 이어지는 길 어느 지점에 놓인 나는 자유와 통제중 어느쪽에 익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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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익숙치 않아 그렇지, 주제는 익숙하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그러한 투쟁. 독재 체제에서 민주를 부르짖던 이들과, 노예해방운동이 그렇다.
강력한 통제로 완벽을 추구하려는 것 자체가 기이할정도로 비뚤어져 보인다. 물론 누구나 크거나 작게 어느정도의 완벽주의는 가지고 있을것이라 생각은 한다. 그러나 완벽한 한쪽이라는 게 어디 있겠냐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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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중간 중간 동양적 요소(콕 찝어 한국 소재!!!)가 등장해서 반갑기도 하다. 채소 절임이라고 하는 건 아마 김치를 말하는 거겠지. 쌀밥이나 생선구이, 고사리 무침 같은 거. 이게 뭐라고 난 또 배가 고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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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기계 3부작중 1권인 나인폭스 갬빗(Nine Fox Gambit).
구미호의 수? 구미호의 꾀? 여하튼 뒷 얘기도 상당히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어려운 세계관과 용어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으니(마음이 동해지는 시간은 하루일수도 나흘이 될 수도 있으니까 흙흙. 그러느라 그 동안 책을 못 읽어서 슬펐다.) 다음에 출간될 책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전쟁의 요체는 속임수야. 상대방의 카드를 바꿔치고, 술에 약을 타는 것, 그래도 상대방이 굴복하지 않으면 가족을 인질 삼아서라도 굴복시키는 것, 그게 바로 전쟁이라네. - P179

게임은 규칙을 통해 어떤 행동엔 제약을, 반대로 어떤 행동엔 이점을 제공하지. 물론 속임수를 써서 규칙을 흩트려 놓는 경우도 있지만, 거기에도 대가가 존재하는 법이니까. 이 또한 중요한 행동 교정의 요소라 할 수 있지.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실 세계에선 아무 의미도 없는 카드, 토큰, 기호가 게임 세계에선 엄청난 가치와 중요성을 가지게 되지 않나? 이 또한 게임 규칙 때문이지. 이에 비추어봤을 때, 모든 역법 전쟁은 서로 다른 규칙들이 경쟁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걸세. 그리고 그런 역법들의 원동력은 사람들의 신념 체계인 것이고. 역법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이런 식으로 게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네. - P303

우주는 죽음을 연료 삼아 돌아간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경이로운 기계 장치도 엔트로피로의 전환을 멈출 수는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죽음과 공조하거나 죽음을 방관하는 것뿐이다. 다른 길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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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 성덕의 자족충만 생활기
조영주 지음 / Lik-it(라이킷)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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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7.

 

▷ 한마디 : 덕후 작가의 크고 작은 덕질 라이프 에세이
▷ 두마디 : 우리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덕질할 필요가 있다.
▷ 추천대상 : 책덕후
▷ 이미지 : 응원봉
▷ 깔때기 : 나의 케렌시아는?
▷ 색깔 : 에세이/작가/덕후/덕질/책/인생
▷ 읽기난이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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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즐겨 읽지 않지만 '덕후'라기에 덥썩 물었다.
작가의 크고 작은 덕질 이야기를 읽으며 재미있는 에세이를 발견했구나 싶어 기분이 참 좋다. '공감'을 가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게 책을 통해서라면 더 그렇고. 게다가 어려운 문장 없이 술술 잘 읽히기까지 한다.
주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전혀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 덕후작가의 존엄한 덕생 이야기.

가끔 책에서 나와 동명의 인물을 발견할 때. 반가운 마음에 앞서 궁금해진다.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이 인물은 나와 어떻게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책의 작가는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덕후'라는 점에서 나의 관심을 빼앗기 충분했다.
왜냐, 그야 당연히 나도 덕후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덕질하는 대상을 이렇게 살펴보아하니, 나와 상당수 겹치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겹치지 않은 대상들은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지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고.

 

# 우리는 모두 덕후다.

책읽다가 불현듯 든 생각은, 모든 사람은 덕후다, 라는 것이다. 필연이든 우연이든 뭔가에 꽂히는 경험이 단 한 번이라도 있다면 그것이 덕질의 시작이다. 혹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두고 그것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 또한 그것의 덕후이다. 일에 집착하는 사람은 일 덕후, 요리 좋아하는 사람은 요리 덕후, 나처럼 이것저것 꽂히는대로 다 파고다니는 사람은 잡덕후. 그러니까 누군가 뭔가에 꽂혀 열정을 쏟아붓는 것을 비아냥대지 말라. 당신이 어떤 덕후를 비웃을 때 다른 이는 당신을 머글이라 비웃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덕후를 향해 톨레랑스의 자세를 갖는다면 다른 이 또한 당신을 멋진 머글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의 작품.

그나저나 조영주 작가의 작품을 한번도 읽은 적이 없었는데(게다가 추리물을 쓰셨다는데 왜 내가 발견 못했는가!!!) 왜 그런가 하니, 내가 읽는 미스터리 추리물은 95%가 일본 작가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서양권의 추리물은 문화가 나와 맞지 않아서인가 시종 오글오글한 느낌에 좀체로 잘 안 찾아보게 되고, 그러다보니 계속 읽는 영역을 좁히며 그 안에서만 놀기 바빴다. #세계문학상 을 받은 '붉은 소파'를 곧 읽어봐야지 마음 먹었다.

 

# 내 덕질의 대상.

뭔가 나르시시스트 같아 망설였는데, 일단 나는 나의 덕후다. 후후후후. 나는 좀 모자란 내가 좋다. 아무리 늘려 구분해도 6등신을 넘지 않은 나의 단신이 좋다. 말랑말랑 쌀벌레 같은 육신도 좋아한다. 무엇보다 내 호기심을 사랑한다. 나는 나와 가장 친하다. 아 그리고 포기도
내가 아닌 다른 대상을 살펴보자.
굳이 카테고리로 분류해보자면 책, 음악, 우주, 그 외 정도로 구분할 수 있겠다.
그 중 책에 대해서만 간단히 이야기 해보자면, 장르 불문하고 삼천포 독서를 즐기는 편이다. 코스모스 읽다가 정신차려보니 어쩐지 철학서를 읽고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존엄하게 산다는 것'을 읽은 후 '침묵의 봄'을 읽고 있는 중이다. 마음에 드는 책에서 소개해주는 책을 따라 따라 흘러가는 셈이다. 아주 신기한 것은 그렇게 읽다가 어느 순간에는 '우주'와 '철학'이라는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결국 어떠한 책이건 철학적 우주의 품안에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 물음표를 그려라.

- 내가 덕질하는 대상은?

- 티비에 출연했던 경험은?

- 언젠가 책을 쓴다면 무엇에 대해 쓰고 싶은가?

 

#좋아하는게너무많아도좋아
#좋아좋아
#조영주
#아직독립못한책방 #아독방서평단
#라이킷 #에세이 #책추천
#베스트셀러
#book

상대의 마음은 상대의 마음, 나는 "사과하는 일" 밖에 할 수 없는 입장에 서곤 하는구나, - P21

우리는 모두 오롯이 선 사람이다. 오롯이 선 사람과 오롯이 선 사람으로 서로에게 기대지 않고, 담담하게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삶, 멋지지 아니한가. - P33

너무 조급하게 읽어치우려고 하지 말고 언제나 지금, 당신이 재미난 책을 읽으라, 재미가 없고 잘 읽히지 않으면 무리하지 마라 분명 재미가 있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을 기다려라.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손 놓고 지내진 마라. 찰나는 그냥 오지 않는다. 기다린다는것과 노력한다는 것은 같은 말이다. - P97

오늘따라 쉼표가 내게 말을 건넨다. 쉬어도 좋다. 삶은 점의 연속이니까, 점이 선이 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테니까 지금은 잠시 쉬어가도 좋다.이 순간만큼은 잠시, 안녕하기로 한다. - P108

그래도 이제 한 가지는 안다. 타인의 생각은 타인의 것이란 사실을. 타인의 속내를 알려고 드는 건 의미가 없는 동시에 의미가 있다. 그렇게 타인을 탐구하고 나 자신과 싸우며 살아가는 것이 현재를 버티는 법이란 사실을, 이런 치열한 투쟁이 유예에 빠지지 않는 법이란 사실을, 내게 있어 투쟁의 다른 말은 글쓰기란 사실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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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사 - 연꽃 죽음의 비밀
정명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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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


▷ 한마디 :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 유품 정리사가 된 여자의 이야기
▷ 두마디 : 죽은 이가 유품을 통해 하는 얘기
▷ 추천대상 : 추리 좋아하시는 분
▷ 이미지 : 마스크
▷ 깔때기 : 나는 소녀에게 어떤 것을 줄 수 있을까?
▷ 색깔 : 소설/시대/추리/로맨스/여성/페미니즘/사회
▷ 읽기 난이도 : ★★☆☆☆

 

세상 밖으로 나오자 그 비뚤어진 관념들이 얼마나 끔찍하게 여자들을 얽매는지 깨달았다.

 

#
서평 기회를 주신 #아직독립못한책방 과 #한겨레출판 관계자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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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유망한 직업으로 떠오른다는 유품정리사. 이 직업이 조선시대에 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소설.
소재가 다양하고 재미있다. 유품정리사 자체도 그렇지만 유품을 통해 죽음의 비밀을 풀어헤친다는 추리 전개도 좋다. 거기에 현대에서도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여성 차별적인 요소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래서 주제에 페미니즘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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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재물이 된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하여 유품정리사가 된 여인. 곱게 자란 여인의 마음 속에서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가득하다. 하지만 집 밖으로 나와 마주한 현실은 자유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세계이다. 신분도 신분이지만 거기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옭아매이는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 죽인이들의 유품을 통해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며 세상과 부딪혀 살아가는 화연의 씩씩한 삶을 통해 다시한번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
조금 아쉬웠던 것은, 굳이 로맨스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았을 뻔했다는. 그보다는 자연스러운 로맨스도 좋았을 법한데, 정약 상대가 하필이면 티격태격하는 남주라는 게 너무 뻔해 보여서 조금 식상했다.

 

#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괜찮은 소설이라 생각한다. 사회나 역사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면도 많이 있고, 흥미 유발하는데 좋은 구성이다.


#유품정리사
#정명섭
#아독방서평단
#소설 #소설추천
#베스트셀러
#책 #book
#독서 #reading
#violetweedreadsbooks
#violetweedreadsbooks2019


 

소위 양반가에 법도로 자리 잡은 열녀라는 것이었다. 화연도 전해 듣기는 했으나 직접 목격하기는 처음이었다. 죽은 지아비를 기리기 위해 멀쩡한 여성들을 사지로 내모는 무언의 압력에 분노가 일어 화연의 얼굴을 계속해서 구겨지고 있었다. - P123

강한 빛이 사물을 보는 눈을 가려버린 것이죠. 소문이 때때로 그런 역할을 합니다. 거짓과 위선이 진실을 사라지게 만드는 겁니다. - P221

진실은 일장춘몽이기도 해.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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