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사랑
이서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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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 : 이서희 작가의 관계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
▷ 두마디 : 퍼즐같은 남의 인생에서 내가 보는 것은 일부일 뿐.
▷ 추천대상 : 인생을 한번 돌아보고 싶은 분들.
▷ 이미지 : 망망대해 배 한 척.
▷ 깔때기 : 나는 나와 어떤 관계인가?
▷ 색깔 : 에세이/가족/성장/사랑/우정/관계/인생
▷ 읽기난이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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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읽었다. 어쩌면 자신의 치부일수도 있는 일들을, 마냥 덤덤히만 써내려가지는 않았을 터다. 글을 쓰다 보면 그때의 상황이나 기억들이 생생해져 감정이 격해지는 일도 많다. 물론, 덤덤히 '그땐 그랬지' 하고 웃으며 다독거릴만큼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남의 이야기' 만큼 재미있는 일도 없다. 소설 속 주인공도 남이고 이 에세이의 주인공 또한 남이다. 그럼에도 그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인간이란 각자만의 절망과 고통, 슬픔을 갖겠지만 그 무게를 짊어진다는 것만큼은 공통사항이기 때문이다. 오롯이 나만의 절망과 고통이 되어 어느 누구도 나만큼 이것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할수있다면 외면해 버리는 것조차 자신의 몫인 것이다. '애써'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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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넓디 넓은 우주에 태어난 우리는 자기 자신이라는 고독한 세계를 이고, 타인이라는 많은 세계와 만난다. 함께 살지만 다른 세계를 산다는 건 이런 이야기일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강제로 관계를 맺게 된다. 최초의 관계는 나를 잉태하게 만든 가족이 그것이다. 간혹, 어떤 이들은 가족을 두고 '내가 선택한 게 아닌데' 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선택한 게 아니라서' 오히려 책임감이 덜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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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좌절과 시련, 어리석음이 밑거름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놓았다. 누군가는 후회를, 다른 누군가는 그럭저럭 만족을. 그리고 나는? 나는 내 인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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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다 보면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당연하다.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상황이나 감정들은 어차피 누군가는 다른 형태로 겪는 감정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가 더 와 닿는 것은 그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보며 공감했기 때문이다. 내가 겪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타자에 내 자신을 이입하며 간접 경험하는 것. 나는 이렇게 이 에세이의 작가 이서희와 관계를 맺었다.
독서란 이런 것이다. 읽는 이에 따라 재해석되는 의미는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와 작가 사이에서는 온전히 그들만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 물음표를 그려라

 

나는 나와 어떤 관계인가?

나를 독립적인가?

내가 가장 의지하고 있는 이는?

타인의 고통을 아는 일이 내게 가져다주는 감정은?

가장 아프다 할만한 기억은?

가족은 내게 어떤 존재인가?

결국,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벗을 수 없음은 분노였고 갈망이었다가 관능의 가면을 썼다. 다 보이지 않음으로 더 벗어버리는 일. 시선을 가로질러버리는 일. 당신들의 눈빛을 내가 먼저 가지고 놀다가 무심하게 지나가버리는 일. 내가 한때 엄마가 사는 삶이라고 믿었던 그 빛의 궤적. 불현듯 옷을 벗고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본다. 남의 눈으로 자신을 보는 일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삶을 그곳에 묶어두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 P41

관계는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었다. - P118

때가 되면 알 것이다. 모르는 걸 성급히 안다고 말하거나 내 앎의 틀 안에 구겨 넣는 일은 고통스럽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받아들이는 것만큼 안전한 일은 없다. - P139

행복한 노예 생활이었어.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지만 후회하지 않고, 어쩌면 모르는 채 시작해서 감사하는 . - P146

독립적이지 않고는 온전히 의지할 수 없어. 의지란 자신의 무게를 그대로 상대에게 얹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힘의 균형이 있을 때 비로소 건강해져. 의지란 선택이어야 해. 의지할수록 독립적이어야 하고 당당해야 하거든.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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