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대 중반이었다. 나는 고향의 한 작은 공장에서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었고, 그해가 가기 전 고향을 영영 등졌다. 공교롭게도 그해 늦여름과 이른 가을의 시간이 지금도생생하고 선명하게 기억나기에, 그때의 이야기를 좀 해보려한다. 나도 슬슬 과거가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현재는 고단하고 맹숭맹숭하게 흘러가는 그런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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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숍 직원이 아로마 오일을 듬뿍 바른 손으로 서진의 목과 어깨, 쇄골을 부드럽게 매만진다. 그 옆에서 발마사지를 받으며 서진의 기분과 안색을 살핀다. - P242

괌 다녀와서 사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
엄마, 사주기 싫어서 그래? - P244

실소가 터져나온다. 새벽마다 약수터 다니는 사람이 각혈은 무슨. 지지가 어쩌고저쩌고하는 말들을 흘려듣다서진에게 묻는다. - P248

지지. 나는 그 말이 끔찍이 싫었다. - P250

나는 아이가 나를 닮았기를 내심 바랐다. 물에 물 탄 듯주견 없는 남편을 닮기보다는 나처럼 강단 있기를, 제주관을 마음껏 펼치며 살기를, 이 아이의 기원은 그러하기를 바랐다. - P258

부모랑 연이 없는 이름이란다. 특히 엄마랑 불화하게된다더라. - P257

네 할아버지가 너희 집에 부적 붙이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아니, 네 할아버지는 너희 집 비밀번호 모르는 거지?
그거 엄마한테만 알려준 거 맞지? - P261

기가 차다못해 헛웃음만 나온다. 범죄? 과외 금지령 선포되었을 때 제 아들 승용차 과외 시켜 대학 보낸 사람이,
거래처에 술값 하라며 찔러준 뒷돈만 돈천은 될 사람이범죄 운운하다니. 손주를 위한 계획과 희생을 그런 말로오염시키는 게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서진은시부의 말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전한다. - P265

사랑에 갈급해서 제가 받지 못한 걸 죄 자식에게 쥐여주려고 하잖니. - P272

육아는 남편이 아닌 시부와 하는 것 같았다. 겨루듯 치열히. - P277

시부가 허리를 곧추세우고 나를 본다. 시부의 안색은좋지 않지만 아랑곳 않고 마음 깊은 곳에 들러붙어 있던노여움을 끄집어낸다. - P285

괌행 비행기 출국 알림 방송이 들려온다. 시부와 나사이에서 서진은 무슨 말인가 한다. 연갈색 눈을 굴리며, 아주 작게, 기운이 다 빠진 소리로, 힘겹게. 하지만 나는, - P297

우린 시대를 잘못 탔어. 80년대에 젊음을 누렸어야 했는데, 백두산, 시나위, 블랙홀에 모두 열광하던 시대에. - P300

그들이 내뱉는 「Ich Will」의 독일어 가사는 관객에게이질감을 느끼게 했으나, 그들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는 데에는 충분했다. - P302

피서철이 되면 우림은 퇴실을 마친 방에 몰래 들어가투숙객이 두고 간 맥주를 챙겼다. 김이 빠졌건 미지근하건 가리지 않고 전부. 그렇게 챙긴 술을 백팩에 넣고 해변으로 가면 시우와 조현이 오토바이의 전조등을 밝힌 채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 P304

시우는 메탈리카도 창고에서 첫 데모를 녹음하지 않았냐며 위대한 밴드는 모두 창고에서 탄생했다고 말했고,
조현과 우림은 그 말에 깊이 동조했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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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자기는 이걸 파보고 싶다는 거지? 범죄라고확신하고 있는 거고."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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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싫다고 하겠니.. - P195

했다. 26초. - P201

날개뼈 아래가 따끔따끔했다.. - P204

"그렇다면, 더 경험해보셔야지요. 그래야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 P207

"그렇다면, 더 경험해보셔야지요. 그래야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 P207

그렇게 해리아가 보고 싶니? - P213

"신아야."
그 애가 나를 돌아봤다. 나는 용기를 냈다. 물어봤다.
"내가 뚱뚱해서 그래?" - P220

우리처럼요. 그렇지 않나요? 우리는 우리의 몸을 떠나고 싶어 하잖아요. 오래된 통증과 상처, 질긴 고통, 지루한 외로움.
이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P223

너는 나와 같은 냄새를 풍길 자격이 없다고.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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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더를 불지 않는 시간에도 숨은 쉰다. - P7

음악 안팎을 종종 드나들면서 생각한다. 지금집중해서 제대로 느끼는 것 외에 삶에서 내가 뭘 더할 수 있단 말인가? 죽음이란 이 모든 진동이 멈추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일 것이다. - P9

방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초 하나에 불을 켜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하는 옛날 이야기처럼 우리집은 작은 리코더 하나가 내는 가느다란 소리로 가득 찼다. 반짝이는 별이나 전구 없이도 온통 크리스마스였다. 다소 소란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음률로 캐롤 음악이 멈추지 않고 흘렀으니까. - P14

합주를 하고서야 화음(harmony)도 불협화음(cacophony)도 둘 이상의 소리가 공존할 때 가능한개념임을 깨달았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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