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숍 직원이 아로마 오일을 듬뿍 바른 손으로 서진의 목과 어깨, 쇄골을 부드럽게 매만진다. 그 옆에서 발마사지를 받으며 서진의 기분과 안색을 살핀다. - P242
괌 다녀와서 사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 엄마, 사주기 싫어서 그래? - P244
실소가 터져나온다. 새벽마다 약수터 다니는 사람이 각혈은 무슨. 지지가 어쩌고저쩌고하는 말들을 흘려듣다서진에게 묻는다. - P248
지지. 나는 그 말이 끔찍이 싫었다. - P250
나는 아이가 나를 닮았기를 내심 바랐다. 물에 물 탄 듯주견 없는 남편을 닮기보다는 나처럼 강단 있기를, 제주관을 마음껏 펼치며 살기를, 이 아이의 기원은 그러하기를 바랐다. - P258
부모랑 연이 없는 이름이란다. 특히 엄마랑 불화하게된다더라. - P257
네 할아버지가 너희 집에 부적 붙이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아니, 네 할아버지는 너희 집 비밀번호 모르는 거지? 그거 엄마한테만 알려준 거 맞지? - P261
기가 차다못해 헛웃음만 나온다. 범죄? 과외 금지령 선포되었을 때 제 아들 승용차 과외 시켜 대학 보낸 사람이, 거래처에 술값 하라며 찔러준 뒷돈만 돈천은 될 사람이범죄 운운하다니. 손주를 위한 계획과 희생을 그런 말로오염시키는 게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서진은시부의 말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전한다. - P265
사랑에 갈급해서 제가 받지 못한 걸 죄 자식에게 쥐여주려고 하잖니. - P272
육아는 남편이 아닌 시부와 하는 것 같았다. 겨루듯 치열히. - P277
시부가 허리를 곧추세우고 나를 본다. 시부의 안색은좋지 않지만 아랑곳 않고 마음 깊은 곳에 들러붙어 있던노여움을 끄집어낸다. - P285
괌행 비행기 출국 알림 방송이 들려온다. 시부와 나사이에서 서진은 무슨 말인가 한다. 연갈색 눈을 굴리며, 아주 작게, 기운이 다 빠진 소리로, 힘겹게. 하지만 나는, - P297
우린 시대를 잘못 탔어. 80년대에 젊음을 누렸어야 했는데, 백두산, 시나위, 블랙홀에 모두 열광하던 시대에. - P300
그들이 내뱉는 「Ich Will」의 독일어 가사는 관객에게이질감을 느끼게 했으나, 그들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는 데에는 충분했다. - P302
피서철이 되면 우림은 퇴실을 마친 방에 몰래 들어가투숙객이 두고 간 맥주를 챙겼다. 김이 빠졌건 미지근하건 가리지 않고 전부. 그렇게 챙긴 술을 백팩에 넣고 해변으로 가면 시우와 조현이 오토바이의 전조등을 밝힌 채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 P304
시우는 메탈리카도 창고에서 첫 데모를 녹음하지 않았냐며 위대한 밴드는 모두 창고에서 탄생했다고 말했고, 조현과 우림은 그 말에 깊이 동조했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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