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간호사 - 가벼운 마음도, 대단한 사명감도 아니지만
간호사 요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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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토익학원에서 스터디를 하면서 간호학과 학생들과 우연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환자로서 병원에서 제일 많이 마주치게 되지만 막상 그들의 병동에서의 업무나 기타 여러 부분에 대해 알기란 되게 어려웠다.

 

그래서 평소에 궁금했던 내용을 잠깐이나마 물어보게 되었는데, 그들은 단지 실습의 과정만 거쳤을 뿐이지만 상상 이상의 일화를 쏟아내며 나름의 고충과 걱정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했던 말이, 토익을 하는 이유 또한 (앞에서 말했던 일화와 같은 이유로) 내가 간호사라는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지 몰라 하는 대비책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왠지 모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날 이후부터 나는 그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이전에도 뉴스를 통해 간호사의 처우나 소위 '태움'등의 문제가 많이 거론되며 힘들다는 것을 알긴 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 처해본 만큼의 이해를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어쩌다 간호사'는 그러한 상황을 하나부터 열까지 독자에게 알려주는 책이다. 거기에 더해서 간호사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격려와 함께 굳은 의지를 담아주고, 꼭 간호사를 꿈꾸지 않는 독자에게도 간호사의 입장을 알리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책은 무작정 힘내라는 말을 하거나 이해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격려도 격려지만 동시에 간호사라는 직업이 단지 희망만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또한 책의 내용 중 일부분에서는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라포(rappot)'를 형성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인다.

 

결론적으로는 간호사의 삶의 애환을 보여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고자 한 그런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부조리한 상황에 나도 화가 나고, 슬픈 이야기에 마음이 먹먹해지다가도 엉뚱한 일화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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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 -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내향인의 섬세한 성공 전략
모라 애런스-밀리 지음, 김미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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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내향인'이라고 책에 쓰여 있다. 그리고 제목도 '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 이니 '혼자 살라는 건가?' 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고, '어떻게 혼자 살아요!'하고 반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무작정 '너는 내성적이니 혼자 사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너무 큰 인간관계를 애써 짊어지기보다는 현명하게 최소한의 인간관계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고, 무엇보다도 누구의 삶도 아닌 본인의 삶을 현명하게 꾸려가는 것을 조언한다.

나 역시도 애써 사람과의 연을 놓지 않으려다 수많은 것을 놓치고 후회하기를 반복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 인생에는 그보다 많은 소중한 것들이 있고 그것을 잘 꾸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책을 접하고 나서 내가 나중에라도 깨달은 것이 이거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한 내향인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들에게 이 책이 아마 인생의 나침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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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에스더 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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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도서의 홍수 속에서...

사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에세이 분야의 베스트셀러는 단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캐릭터 도서일 것이다. 곰돌이 푸, 보노보노를 필두로 이후에 앨리스, 카카오프렌즈까지 이젠 에세이에 캐릭터를 넣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도서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몰고 왔다. 사실 첫 출간 당시에는 캐릭터 도서의 성공을 아무도 예감하지 못했다. 책이라기보다는 해당 캐릭터를 좋아하는 고객들의 굿즈 개념으로만 생각한 것이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긴 호흡의 글을 읽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현대인들에게 곳곳에 들어간 삽화와 짧은 문장이라는 특징은 '눈에 잘 들어오는 책'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해당 도서의 내용까지 소확행이라는 트렌드와 맞물리며 에세이의 신흥 강자로 자리 잡았다.

출처 : 교보문고 공식 홈페이지

이런 트렌드에 대해서 이것을 도서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연간 베스트셀러에도 상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많이 팔리는 도서 유형이 되고 있다.

'나'를 위한 도서

이번에 리뷰하는 이 책 '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또한 앞에서 언급한 캐릭터 도서 중 하나이다. 내용은 에스더버니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낸 작가인 에스더김이 미국에서 자라나면서 겪은 정체성이라는 것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찾아 나서는 일대기적인 자서전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평소에 에스더버니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굿즈 중 하나가 될 수 있겠고(책 내부에 에스더버니 스티커가 동봉되어 있기도 하다), '나'다운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긴 분량의 에세이가 부담스러운 사람도 아주 좋은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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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다, 개정판 현대 예술의 거장
피에르 아술린 지음, 정재곤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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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나는 한참 멀었지만 카메라를 완전히 빠삭하게 익히고 구도 귀신이 되면 사진 권태기가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때 영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이 책도 누군가에게 그런 원천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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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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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거부터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소위 말하는 왕따라는 단어가 나오면서부터 사회의 한 중요한 이슈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인, 일반인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그 불씨는 점화되었다. 결국 이러한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 없이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었고 현재 또한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러나 TV 뉴스, 신문 등의 매체는 이러한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시청자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인 가해자의 처벌, 학교 측의 대응을 알리기에 바빴다.

따라서 학교폭력 내에서도 언제나 '을'이었던 피해자들 역시 언론 보도에서도 언제나 '을'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피해자는 그저 피해의 대상,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몸을 사리는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약 5개월 전에 올라왔던 몇 편의 영상이 큰 조회수를 기록하며 소소한 반항을 이끌어냈다.



기존의 매체에서 쏟아내던 영상과는 다르게 그 포커스를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바꾸며 학교폭력의 피해를 당했던 그들이 직접 본인의 이야기를 나누는 포맷으로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많은 조회수만큼 이 영상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응원의 댓글도 달리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피해 사실을 조롱하며 자신의 가해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상에 참여했던 참가자들은 이 영상에 참여한 이후로 큰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피해 이후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들이 응원의 댓글과 함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한편, 이 영상의 제작을 담당했던 씨리얼의 최윤제 피디는 한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왕따였던 어른들'이라는 영상의 제작을 위해 8시간 넘는 인터뷰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한계로 20여 분 남짓 되는 분량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최 PD는 영상에서 생략되거나 축약된 부분을 모두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자 텀블벅 펀딩으로 책을 제작하게 되었고, 그 책이 이어져 이번 '나의 가해자들에게'라는 책으로 다시 정식 출간되어 세상에 이 이야기를 알렸다.


이 인터뷰를 응해준 참석자들은 지금도 그 상처를 안고 살고 있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수년, 수십 년을 애쓰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그들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며 어쩌면 밝히기 힘든 사실을 드러내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들은 용기를 내서 인터뷰에 응했으며, 그리고 이번 인터뷰로 가해자와 연락이 닿기도 했다.

그들은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터뷰에 참가하기 이전과는 다르게 한층 눈에 띄게 밝아지고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는 시청자 그리고 이번 책 발간을 통해 독자까지 자신의 고백을 지지해주고 같이 응원해줄 여러 사람들이 생겼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지금 이 시간에도 끝없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 이들 피해자 모두에게 이와 같이 자신의 심경을 고백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지 않았지만, 이번 책 '나의 가해자들에게'라는 책을 시작으로 많은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끝으로, 다시 말하지만, 폭력은 어떠한 상황, 어떠한 형태로든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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