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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거부터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소위 말하는 왕따라는 단어가 나오면서부터 사회의 한 중요한 이슈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인, 일반인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그 불씨는 점화되었다. 결국 이러한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 없이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었고 현재 또한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러나 TV 뉴스, 신문 등의 매체는 이러한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시청자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인 가해자의 처벌, 학교 측의 대응을 알리기에 바빴다.
따라서 학교폭력 내에서도 언제나 '을'이었던 피해자들 역시 언론 보도에서도 언제나 '을'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피해자는 그저 피해의 대상,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몸을 사리는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약 5개월 전에 올라왔던 몇 편의 영상이 큰 조회수를 기록하며 소소한 반항을 이끌어냈다.
기존의 매체에서 쏟아내던 영상과는 다르게 그 포커스를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바꾸며 학교폭력의 피해를 당했던 그들이 직접 본인의 이야기를 나누는 포맷으로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많은 조회수만큼 이 영상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응원의 댓글도 달리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피해 사실을 조롱하며 자신의 가해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상에 참여했던 참가자들은 이 영상에 참여한 이후로 큰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피해 이후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들이 응원의 댓글과 함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한편, 이 영상의 제작을 담당했던 씨리얼의 최윤제 피디는 한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왕따였던 어른들'이라는 영상의 제작을 위해 8시간 넘는 인터뷰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한계로 20여 분 남짓 되는 분량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최 PD는 영상에서 생략되거나 축약된 부분을 모두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자 텀블벅 펀딩으로 책을 제작하게 되었고, 그 책이 이어져 이번 '나의 가해자들에게'라는 책으로 다시 정식 출간되어 세상에 이 이야기를 알렸다.
이 인터뷰를 응해준 참석자들은 지금도 그 상처를 안고 살고 있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수년, 수십 년을 애쓰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그들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며 어쩌면 밝히기 힘든 사실을 드러내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들은 용기를 내서 인터뷰에 응했으며, 그리고 이번 인터뷰로 가해자와 연락이 닿기도 했다.
그들은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터뷰에 참가하기 이전과는 다르게 한층 눈에 띄게 밝아지고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는 시청자 그리고 이번 책 발간을 통해 독자까지 자신의 고백을 지지해주고 같이 응원해줄 여러 사람들이 생겼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지금 이 시간에도 끝없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 이들 피해자 모두에게 이와 같이 자신의 심경을 고백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지 않았지만, 이번 책 '나의 가해자들에게'라는 책을 시작으로 많은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끝으로, 다시 말하지만, 폭력은 어떠한 상황, 어떠한 형태로든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