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사회적 기업 만들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엊그제 친구랑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 하는데, 친구가 트위터를 싫어한다길래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친구 왈
140자 안에 모든 생각을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140자 안에 생각을 적으려면 당연히 짧고, 단순하고, 기승전결이 없는 글 밖에 쓸 수가 없고, 이런 그저그런 영양가 없는 지저귐들이 자기가 생각할 땐- 공해처럼 느껴진다.는 이유에서였다.(물론 촌철살인같은 글을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라는 거)
기승전결과 처음 중간 끝을 고려하며 신중하게 써야하는 장문의 글과 달리 문단들은 생각할 필요도, 시간도 없이 그저 노출되어버리면서 점점 사람들이 생각없이 단순해진다는 게 그 친구의 주장이었다.
이 의견에 대해서 당연히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나와 친구1, 친구2 는 한참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미디어로 인해 바뀌는 우리'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미국에서 우리와 같은 주제를 토론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연구를 한 한 세계적인 IT 미래학자의 책이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hallows'다.
영어 사전을 보니 shallow의 원래 뜻은 형용사로는 '얕은, 얄팍한(생각), (호흡이) 얕은', 명사로는 '물이 얕은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책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직설적으로 번역된 제목을 붙였지만, 저자는 '생각의 깊이의 차이'를 말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부제는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인데, 내 생각엔 원 제목보다 부제가 훨씬 더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 책은 스마트 폰으로 버스가 언제올지 확인하고, 카톡으로 대화하는 일상에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적응한 우리 자신에 대한 레포트라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책은 361페이지로 그렇게 두껍지는 않다. 그렇지만 문체와 컨텐츠적인 면에서 그렇게 빨리 읽히는 스타일의 글은 아니라서 조금은 각을 잡고 읽을 필요가 있다.ㅋㅋ

 
이 책의 서론은 '사람들은 미디어는 콘텐츠라고 이해하고, 기기의 가치는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렸다고 믿지만 실은 미디어 그 자체에 대해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뉴 미디어는 인식 자체를 저항없이 바꾸는 힘을 가졌으며 신경체계 그 자체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색다른 접근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번째는 문자의 혁명과 인간 사고의 확장
두 번째는 인터넷이 생각을 넘어서 뇌 구조까지 바꾼다는 것

 
이건 2살때 부터 마우스를 잡고노는 것에 익숙한 세대가 아니라
논문을 쓰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는 것이 아닌 참고 서적을 몽땅 책상위에 쌓아놓았던 경험이 있는 아날로그 세대들에게 더 공감가는 이야기이다.
자라면서 전혀 저항감 없이 자란 세대와 그 이전에 세대의 생각은 분명히 다르다.
물을 사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대와 돈을 물주고 사먹는다는 개념을 파격으로 여겼던 그 윗세대의 생각이 다르듯이 말이다.

 

저자는 '책이나 긴 기사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 요즘은 한 두쪽만 읽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곧 다른 할일을 찾아헤매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과정을 겪으며 미디어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력을 분석하게 되었다고 책을 시작하고 있다.
인터넷은 생각을 전달하는 역할을 갖고 있으며, 단순히 정보를 유통시키는 공간을 넘어 사람의 집중력과 사색의 시간도 빼앗고 있는 것이다.
1,2분만에 필요한 정보를 다 찾아낼 수 있는데 굳이 문자로 가득한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은 한번쯤 다들 해본 생각이었을 것이다.
과연 사람들은 더 똑똑하게 된걸까 아니면 뇌를 잃어버리는 중대한 사건이 된걸까?에 대해 이 책은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연구결과들, 실험해석결과들을 논거로 제시해나간다.

 

먼저 '뇌의 특성'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뇌는 우리가 사고하는 대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사용이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바꿀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또한 기술은 인간 의지의 표현이지만 발명가들은 기술에 대한 지적 윤리는 거의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는 철학과 역자학자들이 이에 대해 수세기 동안 토론해 왔다고.
분명한 건 문자를 쓰기 시작하면서 문명은 발달해 왔고, 책이 생기면서 점점 사람들은 지적능력을 갖게 되며, 점점 독서에 익숙해지고 인간은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글이 등장하기 전에도 사냥꾼, 장인, 수도사들도 역시 뇌를 훈련시켜야 했지만 특히 책은 사고의 영역에서 동요를 일으키고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을 키울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깊이 읽을수록, 사고의 확장도 커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의 등장으로 우리의 생활모습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오늘날의 인터넷은 우리를 서로 연결시킨다.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에서, 서로 다른 네트워크에서 가십을 나누고, 논쟁하고, 자랑하고, 연애를 한다.
빨라진 인터넷 속도는 이 모든 걸 가능케 했으며, 인터넷의 확산은 사람들이 더욱더 인터넷에 시간을 쏟도록 만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출판물(신문, 잡지, 책)을 읽는 대신 그 시간에 인터넷을 한다. 물론 전통적인 미디어들이 소멸되진 않았지만, 인터넷에 잠식당한 것은 확실하다.

 

책을 읽다보니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이 말한 부분을 인용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나는 꽤 공감이 갔다.
"(정보에 대한)접근이 쉬울 경우 우리는 짧고 달콤하고, 혼합된 것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집중력이 짧아진 온라인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춰 모든 콘텐츠가 제작된다는 부분에선
재미 없으면 바로바로 창을 닫아버리고 다른 창을 클릭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하하


인터넷의 멀티테스킹 능력은 인간에게 '산만함의 능력'을 선사했다. 물론 산만함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점점 링크들 사이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보면, 뇌는 명상과 사색하는 기능을 더 이상 쓰지 않으므로 퇴화시켜버린다고 한다.
즉, 웹서핑은 다양한 뇌활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노인의 경우 사고의 예리함을 계속 지속시켜준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십자말 풀이를 시키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온라인에서는 계속 링크를 평가하고 관련 내용들을 검색하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뇌를 혹사시키고, 뇌가 혹사 당하면서 이해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책에 몰입할 때 생기는 깊이 있는 사고와 풍요로운 정신적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인터넷 뿐 아니라 문자, 메신저, 메일등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은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 같지만 반대로 오히려 컨텐츠에 대한 기억력을 분산시키고, 긴장상태를 높여 안절부절하게 만들면서 창의성, 독창성, 생산성을 멀어지게 만든다고 책은 주장한다.

 

효율적인 멀티태스킹이 나쁜가? 하면 그렇진 않다. 문제는 비효율적인 사색의 시간과 효율적인 멀티태스킹 이라는 두 가지 사고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계속 우리는 한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그러면서 집중력도 점점 떨어져가고 있고. 망각에 익숙해지고 기억에는 미숙해지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도구를 사용함으로서 가장 인간적인, 가장 자연스러운 이성, 인식, 기억, 감정들이 마비되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일이 발생하니
도구를 사용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도구를 통제할 수 있을만큼,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은 최소한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결론.

 

약간 뒷부분쪽에 저자는 집중력이 떨어졌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긴 글의 책을 쓸 수 있었는가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놨는데, 하버드 대학원을 나온 저자는 이 책을 위해 완전히 인터넷이 안되는 곳에 가서 은둔했다고.. 하하. 물론 책을 완성하고 다시 돌아와서 RSS, 스마트폰, 인터넷에 다시 돌아왔고 죽을 때까지 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솔직한 고백을 담아놓은 글을 보면서 웃음이 났다.ㅋㅋ

 

이 책을 읽으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 문제 의식을 갖게 된 것과 새로운 방향에서 IT기기와 도구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인터넷과 블로그를 끊을 수 없는 것은 나의 의지 박약이 아니라 뇌가 그렇게 적응해버린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완전히 인터넷을 끊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사고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
은 내가 이 책을 읽고 건진 소중한 교훈들이다.

 

 

나는 21세기에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생각하는 사람이고 싶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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