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추락/머니랩>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끝나지 않은 추락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의 세계경제 분석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장경덕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조지프 E. 스티글리츠교수가 쓴 책이다. 그 만큼 가치가 있는 책이다.

저자의 저서가 가치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스티글리츠가 27세에 예일 정교수가 되고, 200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뿐 아니라 세계 경제권력의 핵심에 있으면서도 세계화를 비판하고, 주류 경제학에 일침을 가하는, 한마디로 '곧 죽어도 할 이야기는 하는 곧은 교수님'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논리가 담긴 저서, Freefall ; America, Free Markets, and the Sinking of the World Economy의 번역본인 이 '끝나지 않은 추락'은 스티글리츠의 시각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바라보고 미래에 더 나은 금융과 경제시스템의 개혁에 대한 그의 의견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은 주석을 빼고도 503페이지나 되는데다, 온갖 경제용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결코 만만하게 대할 수 있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력이 있고,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미래가 궁금하고 작은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인가 등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경제 이해력과 미국 경제 흐름의 거시적 시각을 키워줄 수 있는,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2008년의 위기'이야기로 부터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시장이 스스로 잘 작동하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 시장과 정부사이의 균형이 중요한데, 현재 미국은 그런 균형적인 시각을 잃었으며 이런 불균형적인 시각을 여러나라들에게 강요했다고 본다.

어떤 사람들은 금융위기를 단지 하나의 '사고'로 취급하지만 저자는 이 이면에 있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들춰낸다.

그는 위기를 '위기'로 보지 않고, 버블을 '버블'로 직시하지 않는 부시행정부의 잘못된 정책들을 비판하며 경제 문제의 발생 아래에 있는 이해관계나 사상, 이념의 투쟁을 직설적이고 적나라하게 조명한다. 또한 금융위기는 '우연'이 아니며 이 참담한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데 역할을 한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책임이 전부가 아니라 지난 실수를 반성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희망을 이야기하며 미래를 전망해 나간다.

 

책은 총 10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고, 대략 최근 2년간 미국 경제 역사의 흐름에 따라 쓰여져 있다.

첫번째, 위기가 어떻게 시작됬는지를 찬찬히 설명하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는 실제로 예견 가능한 위기였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질문해가며 역사를 거슬러 나간다. 왜 주주와 채권자는 책임을 다하는데 실패했는가? 그 당시 규제당국은 도대체 뭘하고 있었나? 여기서 시장실패를 언급하는데, 시장실패의 까닭을 크게 두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대리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외부성이다.
그는 정확히 언급한다. 많은 비판자들이 '금융시장 붕괴'를 내다 보았고, 당사자들은 '불편한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미 위기전부터 미국경제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위기 상황 당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상황 가운데, 대통령 선거를 치뤘고 분위기 반전을 기대했지만 오바마 역시 '새로운 금융시스템'이라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2008년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 것 같은 안도감은 주었지만 아직도 경제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세번째, 잘못된 대응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위기 후, 거품이 꺼진 뒤 자원을 어떻게 쓸까가 핵심인데, 이 때 자원이 효율적으로 다 쓰이지 못하고 실업이 치솟으면서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은 시장 실패를 의미한다. 이 챕터에서는 잘 짜인 경기 활성화 계획 7가지를 제시(신속, 효과적, 장기적 문제 해결, 투자에 촛점, 공정성, 단기응급사태 해결, 실업을 겨냥한 경기 활성화 조치)한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한다. 실업은 치솟았고, 인재와 기술에 대한 투자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미국에 세가지 도전과제를 제시한다.

1) 세계경제에서 완전고용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히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총수요를 회복시키는 일
2) 금융시스템이 무모하게 리스크를 안기 보다 마땅히 해야할 기능을 수행하도록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일
3) 글로벌 비교우위와 기술변화 반영을 위해 미국과 세계경제의 구조조정

그러나 현재 이 논의들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 행정부는 현재 근시안적으로 밀린일을 처리하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네번째, 모기지업계의 구조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 있다. 전통적인 은행들은 먼저, 스스로 자기가 죽지 않을 것을 알았고, 시스템은 근시안적 행태와 리스크를 경시 여기는 비뚤어진 유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감당할 리스크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한다. 이 상황에서 불량 금융상품들은 쏟아졌고, 경고는 무시되었다. 증권화는 리스크를 분산시킨다는 장점을 가져다 주었지만 동시에 정보 비대칭이라는 문제도 안겨주었다. 스티글리츠는 여기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들을 몇 개 제시한다.
 

다섯번째, 미국 금융시스템이 나쁜 성과를 낸 이유들에 대한 내용들을 이야기 하면서, 구제를 할 때, 저자는 '은행에게 부적절한 지원금'대신 '구조조정'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제금융은 실패했으며 연방준비 은행은 규제와 통화정책을 통한 대응에 실패함으로서 이 위기의 한 원인을 담당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여섯번째, 금융업계는 영악하다. 그들은 규제를 요리조리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는 포괄적이고 역동적이어야 한다. 이 챕터에서는 규제는 왜 필요하며, 어떤 유인체계가 시스템의 붕괴를 가지고 오는지, 지배구조가 위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는 늘 금융시장은 투명성(정보)의 부족에서 부터 시작된다고 꼬집는다. 더불어 금융업계의 복잡성(어떤 금융상품이 어떤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지 설계한 사람 이외에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할 정도로 복잡한 금융상품들의 출연)은 투명성을 더욱 하락시켰고 무분별한 리스크를 안았으며,업계 스스로 대마불사에 대한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위기가 일어났다고 진단한다. 스티글리츠는 이에 대해 금융규제와 진정한 혁신의 방식을 제안한다.


일곱번째, 저자는 솔직한 향후 전망에 대한 평가를 늘어놓으면서 경제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미국의 장기적인 과제들과 개혁을 통한 정부의 새로운 역할들을 주장한다. 


여덟번째,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G20 국가들의 부적절한 대응에 대한 사례들과 미국식 자본주의의 위치 격상, 중국과 미국의 새 경제질서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이 챕터에서 저자는 새로운 글로벌 준비통화를 만들자는 대안을 말하고, 미국이 다자주의를 강화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아홉번째, 저자는 금융위기를 예측하고 전망하지 못한 대다수(위기를 예측한 소수를 제외한)의 경제학자들에게도 일침을 가한다. 경제학계는 사상전쟁을 벌여 왔지만, 인간의 일관된 합리성이라는 기본적인 측면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 또한, 거시경제학과 통화정책, 금융부분, 혁신경제학 부문에서 경제학자들의 이론들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도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이번 위기를 거울삼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열번째 챕터에서는 미래의 경제학의 비전에 대해 쓰고 있다.

저자는 이번 금융위기를 '도덕적 위기'로 명명하며 근시안적인 시각 대신 '공동체와 신뢰'라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이 책은 숨가쁘게 바뀌는 '시의성있는 현재'를 담아냈기 때문에 저자가 (미국에서 )책이 출간된 8개월 이후에 적은 후기도 담겨있다.

스티글리츠는 여전히 오바마 행정부의 행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실업률은 높아졌으며 상업용 부동산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모습을 드러냈고, 은행들은 부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저자는 여기서 새로운 경기변수의 위협들도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위협이나 유로의 미래, 글로벌 불균형과 금융부문의 개혁 등이 그 것이다.

 
결국 스티글리츠는 회의론적 시각으로 책을 끝맺는다. 장기적인 문제들은 아직 손도 못댄채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이번 위기로 미국은 ' 세계의 질서를 규정하는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시한다. 결국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기회의 창은 빠르게 닫히고 있는지도 모른다'이다.



책 뒤에 이런 파이낸셜 타임즈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
'금융위기를 다룬 지금까지 최고의 책이다'
이 책을 가장 잘 드러낸 추천사가 아닐까 싶다.

 

미국경제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스티글리츠 교수가 전망한 것처럼 다시한번 어두운 시간들이 올까, 이 책의 제목처럼 현재 상황은 '끝나지 않은 추락'의 과정인걸까.
그의 날카로운 직관이 어디까지 맞는지 자연스레 궁금해졌고 더불어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욕망과 불완전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완전한 대안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최선의 대안은 늘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