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의 아이 1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부모님이나 선생님하고 얘기할 때...  머릿속엔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한데,
빙글빙글 맴돌기만 하고... 그걸 말로 표현하려고 생각하면 할수록...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는 거 있지. 
왜냐면 말을 하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건 세상에 없는 게 되는 셈이잖아?
그런 거 싫어. 그러느니 말하지 않는 게 나아. (2권, 194-195 page)
 
   

이가라시 다이스케라는 만화가를 알게 된 계기는 <리틀 포레스트>라는 만화였다.
오래 전부터 만화에서 ’흙냄새’라든가 ’풀냄새’같은 것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왔다.
만화가 발전할수록 그림은 깔끔해지고 캐릭터는 세련되어지고 스토리는 강렬해지지만,
그럴수록 만화에선 ’인간 사는 냄새’가 점점 사라져만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나의 갈증을 속시원히 풀어준 만화가 바로 <리틀 포레스트>였다.
흔히 다루지 않는 전원생활에 대한 이야기. 
분명 잘 그리는 만화가인데도 일부러 생략하여 ’낙서’처럼 보이도록 단순하게 만든 그림체.
너무 세밀하게 그린 그림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그림은 참 적절하다.
여느 소년만화처럼 강렬한 펜선을 쓴 것도 아니고, 여느 순정만화처럼 장식이 요란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 그림에서는 ’생명’이 느껴진다.
그가 그리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심지어 식물조차도
살아있다, 는 느낌이 든다.

<해수의 아이> 역시 자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반짝거리는 고급 종이로 만들어진 표지,
그래서인지 만만치 않은 책 가격에 일단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표지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한, 더욱 대단한 세계가
표지 너머에 들어 있다는 사실만 말해 두겠다.
어떤 영화도, 소설도, 심지어는 이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고 해도-
이 ’만화책’ 만큼 바다를 생생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거라 장담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감상을 말하자면 ’내가 바다 속에 걸어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장르는 과학 미스테리인 듯하지만,
주인공은 10대 소녀와 두 명의 소년이라서 쉽게 이야기에 녹아들 수 있다.
대자연에 대한 동경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더 정확히는 책 한권으로 앉아서 대자연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
과학적인 지식이나 이국적인 설화를 좋아한다면 더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가라시 다이스케라는 만화가를 알게 된 계기는 <리틀 포레스트>라는 만화였다.

오래 전부터 만화에서 ’흙냄새’라든가 ’풀냄새’같은 것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왔다.
만화가 발전할수록 그림은 깔끔해지고 캐릭터는 세련되어지고 스토리는 강렬해지지만,
그럴수록 만화에선 ’인간 사는 냄새’가 점점 사라져만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나의 갈증을 속시원히 풀어준 만화가 바로 <리틀 포레스트>였다.
흔히 다루지 않는 전원생활에 대한 이야기. 
분명 잘 그리는 만화가인데도 일부러 생략하여 ’낙서’처럼 보이도록 단순하게 만든 그림체.
너무 세밀하게 그린 그림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그림은 참 적절하다.
여느 소년만화처럼 강렬한 펜선을 쓴 것도 아니고, 여느 순정만화처럼 장식이 요란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 그림에서는 ’생명’이 느껴진다. 그가 그리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심지어 식물조차도 살아있다, 는 느낌이 든다.

<해수의 아이> 역시 자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반짝거리는 고급 종이로 만들어진 표지, 그래서인지 만만치 않은 책 가격에 일단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표지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한, 더욱 대단한 세계가 표지 너머에 들어 있다는 사실만 말해 두겠다.
어떤 영화도, 소설도, 심지어는 이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고 해도-
이 ’만화책’ 만큼 바다를 생생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거라 장담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감상을 말하자면 ’내가 바다 속에 걸어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장르는 과학 미스테리인 듯하지만, 주인공은 10대 소녀와 두 명의 소년이라서 쉽게 이야기에 녹아들 수 있다.
대자연에 대한 동경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더 정확히는 책 한권으로 앉아서 대자연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
과학적인 지식이나 이국적인 설화를 좋아한다면 더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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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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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표지에서 나이프와 포크를 양 손에 들고 환히 웃고 있는 여인이 바로  
초췌한 만화가 화려한 미식가의 두 얼굴을 지닌 주인공 Y나가 F미.
음식 칼럼 일을 맡게 된 그녀는 자신이 평소 다니던 맛집 중에서도
15군데를 엄선하여 소개하게 되는데... 그 내용이 바로 이 만화책에 담겨 있다.
  

이 만화에서 소개된 15군데의 음식점은 그 국적도 다양하거니와,
저렴하게는 빵에서부터 비싸게는 20만원을 호가하는 성찬까지 가격대 또한 천차만별이다.
위치와 가격 때문에 비록 소개된 음식을 다 먹어볼 순 없다 할지라도, 
이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먹어본 기분이 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만화를 음식점 가이드북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이 만화는 음식에 얽힌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만화 속에서 Y나가는 음식을 혼자 즐기는 법이 없다. 
언제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
Y나가도 화끈하고 코믹한 캐릭터이지만, 
함께 식사하는 측근들도 만만찮게 특이하고 웃기는 캐릭터들이다.
다양한 음식 보는 재미도 재미지만,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는 언제나 ’사람 구경’이 정말로 재미있다.
Y나가는 자신이 맛있다고 느낀 음식을 다른 이들에게도 먹이면서 행복감을 전달한다.
이 만화에 소개된 음식점에 가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주위에 있는 내 사람들과 얼마나 행복한 식사를 하고 있는가?
혹은 행복한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이 만화를 보면 맛있는 음식에 감동하는 것이, 
그리고 주위에 그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인생을 얼마나 즐겁게 만드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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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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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친구는 웃었다. "새니까 노래하게 놔둬. 새니까 뭐라고 하게 내버려둬."
그는 유명한 발라드 한 구절을 인용했다.
페이지 : 71page
 
   

자신의 영혼을 거룩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세속적 욕망을 부정하며 살아온 '나'는
여행길에서 조르바라는 이름의 자유로운 노인을 만나게 된다.
'나'와는 달리 계집도 수백명 품어보고, 살인도 여러 번 해보고,
아무튼 안 해본 것이 없는 이 늙은이는
'나'가 그토록 추구하는 거룩한 영혼을 부정한다.
조르바는 말한다.
"이 세상에 얼마나 즐길 게 많아? 이것저것 재지 말고 그냥 즐겨!"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페이지 : 356page
 
   

조르바는 일할 땐 확실하게 일하고, 놀 땐 확실히 놀고,
사랑할 땐 진실로 사랑하는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한편 '나'는 세상만사를 경험해본 드라마틱한 조르바의 인생을 동경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자신의 영혼이 더럽혀진다고 생각하여
좀처럼 욕망에 솔직해질 수 없는 책벌레이다.

   
  "여자란 무엇인가요? 왜 이렇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요? 말해 보시오.
나는 저 여자란 것의 의미가 뭔지 묻고 있는 거요."
그는 남자나 꽃 핀 나무, 냉수 한 컵을 보고도 똑같이 놀라며 자신에게 묻는다.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다.
페이지 : 81page 
 
   

조르바를 보고 있자면, 소극적인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놈의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하고 싶은 일도 맘껏 못 하고,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나.
생각해보면 생은 짧은데, 또 남들의 말에 일일이 신경쓰고 행동하기엔,  
남들이란 단지 내 인생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인데.
왜 난 좀처럼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걸까.

   
  "<아니, 할아버지 편도나무를 심고 계시잖아요?>
그랬더니 허리가 꼬부라진 이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리며,
<오냐, 나는 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란다.>
내가 대꾸했죠. <저는 제가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살고 있군요.>
자, 누가 맞을까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거나,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은  
어쩌면 똑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해왔다.
페이지 : 55page
 
   

내일이 없을 것처럼 도전하고, 내일이 있을 것처럼 노력하라.
앞으로 삶에 소극적인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조르바를 떠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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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츠마 이야기 - 살인사건 편
타케모토 노바라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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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편인 <시모츠마 이야기>를 보고
'인간 사이의 정이란 실재하는가?
친한 척 할 뿐, 이상적인 우정이란 건
책 속에나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에 휩싸였던 나...

친한 척 우정놀이나 하며 자신이 약하지 않음을 믿으려 드는 아이들보다
혼자서도 잘 노는 모모코같은 아이가 강하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럼 우정놀이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그런 고민.
그 고민이 꽤나 풀리지 않았기에,
<시모츠마 이야기>는 내게 인상적인 책으로 남았고
내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속편인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을 보고 나온 결론은...

이치고가 있기 때문에 모모코는 강해지는 것이다.
인생의 행복은 인간 사이의 '정'에 있는 것이다.
이상적인 인간관계란 게 소설이나 만화에만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도 날 좋아해'라고 믿어야 한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라도 괜찮다. 내가 그렇게 믿으면 내게는 그것이 진실이다.
누군가의 웃는 얼굴을 보지 못하는 인생이라면, 살아갈 희망이 없을 것이다.

이치고와 모모코의 우정은 참 보기에 좋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우정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건, 책 속의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모모코가 이치고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얻고 싶으면 줘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
인생에서 자신의 목숨 귀한 걸 모르고 달려들 정도로 소중한 걸 찾는다는 건 의미가 크다.
자신의 안위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이치고를 구하기 위해 싸웠던 모모코이니까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이치고와의 우정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시모츠마 이야기>는 꿈과 우정의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꿈은 그것이 아무리 남들에게 비웃음을 살 정도로 유치하거나 소박한 것이라 해도,
주눅들지 말고 자신이 행복이라 믿는 길을 나아가야 한다는 것.
우정은 가식이나 연기가 필요없는 것.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친구가 가진 가치관이나 꿈을 무시하지 않는 것.
비록 헤어져 있어도, 꿈을 이뤘을 그 친구를 떠올리면 행복해지는 것.
이 책에서 말하는 꿈과 우정의 정의는 그런 것이다.

나도 내 장래희망을 친구들에게 말했을 때, '이루어질 것 같다'고 해준 친구들의 말...
그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도록 해야지.
캐릭터가 개성있고 정이 가서 1권을 읽은 사람은 반드시 2권도 읽게 될 것 같은 책,
<시모츠마 이야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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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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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들은 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
안개를 뚫는 유일한 것이 소리라지만, 소리조차 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다.
농아가 아니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켜야 될 것이 있는 모든 이들은 불의 앞에서 쉽게 소리를 낼 수 없다.
아니,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소리를 낸다고 해도,
자신의 아주 사소한 불의가 밝혀지는 순간 정의의 사도를 연기하는 것도 머뭇거려진다.
강인호가 아이들을 지켜주려 했다가, 자신의 과거가 까발려지고
자신이 했던 행위가 연애인지 성폭행인지도 애매모호해지는 것처럼.
정작 성폭행범들은 아무런 심한 벌도 받지 않고 멀쩡히 사는데
착한 일을 하려던 강인호는 아주 조그만 잘못으로 인해 성폭행범으로 몰려 욕을 먹는다.

재판에선 이기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상황은 어떻게든 개선이 된 것 같아 안도했다.
결국 법정은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므로,
부자들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씁쓸하긴 하지만.
주인공인 강인호 역시 자신이 믿는 정의를 끝까지 추구하지는 못했다.
그에게는 지켜야 할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긴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세상에선 이기는 이가 돈많은 이, 힘있는 이인 경우가 많다.
또한 나쁜 사람이 세상의 기준으로는 ’이긴’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그런 것에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슬프지만...)
착한 이가 이기지는 못해도, 행복해지기만 한다면 그것 또한 해피엔딩이 아닐까.
왜냐하면 피해자, 가해자 이외에는 다 사건이 지나가면 흥미를 잃어버릴 남들 뿐이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용도의 승리라면 필요없다.
다만 이 소설은 중요한 것-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양심,
진실을 관철하는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 의해 그 정신은 이어질 것이고,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의 존재 의미이다.

당한 이들, 착한 이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승리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게 이 소설이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건 착한 이들이 승리하는 이야기가 아닌지도 모른다.
독자로 하여금 착한 이들이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자신이 착한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소설을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성공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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