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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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선영아#김연수#문학동네#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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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용례사전처럼 읽히는 문장들
"진눈깨비는 '아령칙하다'라는 형용사에 어울리는 물질이다. 긴가민가하다면 그냥 진눈깨비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비인지 눈인지 구태여 확인하고 싶다면 자신이 누구인가를 먼저 알아야한다. 그걸 모르면 염소한테 소지를 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때 누구나 자신이 어떤 종류의 영혼을 지녔는지 깨달을 수밖에 없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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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도상학적 글쓰기를 보여주는 작품.
어휘를 표상하는 인물을 배치하고 그 어휘가 소설 주제를 감싸안아 이를 통해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의 글쓰기는 낯설면서도 독특하다. '쫀쫀하다'와 '얼멍얼멍하다'라는 두 단어로 소설전체의 주제를 개관한다. 노래방 결투 장면은 쫀쫀한 광수와 얼멍얼멍한 진수. 이둘의 성격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낭만적 사랑을 믿는 광수와 '사랑이라니'라며 아령칙한(기억이나 형상 따위가 긴가민가하여 또렷하지 아니하다.) 태도를 지니는 진우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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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과 결별한 비유와 생소한 어휘들로 인해 끊임없이 지적 사유를 동원하게 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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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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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생#에밀아자르#로맹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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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법칙과 그를 거스르려는 인위적인 힘. 생을 억지로 목구멍에 처 넣으려는 호의.
병원과 빈민구제소라는 호의란 단어를 빌려 사랑하는 이들을 이별시키려는 사람들. 이들을 피해 로자 아줌마는 유대인의 둥지라 칭한 지하실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생을 잃은 그녀(수양 엄마) 옆에서 3주를 지낸 모모. 소년은 그가 사랑한 로자 아줌마 없이는 살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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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라 불리는 아랍인 모하메드, 유대인 로자 아줌마, 양탄자를 파는 하밀 할아버지, 세네갈 출신의 여장 남자인 롤라 아줌마. 사회적 소수로 가장 낮은 자란 멸시를 받는 이들이지만, 근래에 만난 이들 중 가장 사랑스럽고 다정한 사람들이었다.
 호의적인 이웃을 제외한 이들에게 모모와 로자는 결코 사랑스럽진 않을 것이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열네살 소년 모모. 소년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도둑질을 하며 낡은 우산에 '아르튀르'라는 이름을 붙인 뒤 함께 광대짓을 하기도 하거나 잠자리에 함께 든다. 창녀 출신으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혹은 성매매 여성들의 아이들을 돈을 받고 불법으로 돌봐주는 로자. 유태인이란 이유로 아우슈비츠에 강제로 수용된 끔직한 기억을 갖고 있는 그녀는 노화와 비만, 질병으로 7층의 집에 고립된채 온전하지 못한 정신으로 삶을 살아간다. 모모 그 자신이 말했듯이 세상이 사랑하지 않는 '똥 같은 사람'이지만 그들은 서로를 사랑한다. 서로가 줄 수 있는 것이 곁에 있어 주는 것. 체온을 나눠주고 위로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럼에도 사랑해야 하기에 그저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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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삶. 존재와 사랑. 자연과 인위를 아우르는 질문과 슬픔의 환희를 건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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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낳아준 사람이 있다는 증거는 너 자신뿐.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을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건 아니란다.(72)

신 얘기는 이제 지겨웠다. 신은  언제나 남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니까.(177)
죽음은 사람에게 중요성을 부여해주고, 사람들은 죽음이 다가온  사람을 더 존경하게 되기 때문이다.(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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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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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아주먼섬#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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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어느 작은 섬에 얽혀 섬을 떠났으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드라마를 세심하고 따뜻하게 그린 장편소설.
수정 작업을 거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작품이기에 '영도'의 죽음과 도서관 개관, '이우'나 '정모'가 지닌 서사성의 아쉬움과 다소 성긴 문장들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만의 힘과 서늘함, 생동감이 넘치는 것은 뛰어난 작가성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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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결말에 이르러 놓고도 마지막 열 페이지를 아끼며 읽은건더는  그녀의 새 글을 만날 수 없다는 무거움 때문이리라.
슬픔의 지연은 공허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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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인간은 나와 함께 사는 것만도 힘들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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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별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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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승, 바바, 로랑이란 인물들의 시점의 변화가 쌓여 만드는 신기루 같은 이야기.
 아름다운 것이라 칭하는 '보라'를 좋아하는 '바바라'지만 원주민이라는 이유로 남성이라는 이유로 '보라'와 함께하면서도 그녀가 겪는 어른 남성들의 숱한 성적 시선과 노골적인 접촉을 인지하지 못한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차원의 것이기에 인지조차 못한 것이겠지. 아프리카에서 겪게 될 여성들의 위험은 생존과도 결부되기에 더 무서움으로 다가온다.

 젖과 꿀을 독과 함께 간직한 사막처럼 아프리카는 양면적이면서도 모순적인 공간으로 보여진다. 광활함과 공허함. 우주의 찬란함과 잔인함. 모든 것이 뒤 얽혀 녹아내리는 태양의 세례를 받은 그 곳.  숨이 차도록 달려온 그 곳에서 맞이하는 결말은 결국 파국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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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할 때 한 사람이 가진 광채는 온전히 빛나는 걸까.(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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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옮겨온 것이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31AB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열여섯이 아니라 예순한 살의 할머니가 된 것 같다. 하기는 어떤 장소를 떠나고,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언제까지나 지속될줄 알았던 시간들을 보내고 나서야 그것들의 진짜 의미를 깨닫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봐. 그대 알았더라면, 모든 일에 열심이고 매사에 고마워하고 작은 일에 행복해한느 아주 재수없는 애로 살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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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로 친듯 잘게 부서진 햇살이 보얗게 차오른다.(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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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 어른으로 산다는 건 그런 것일까.(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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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233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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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우정에 대한 대목이나 계속해서 언급되는 여성에 관한 니체의 논조는 그가 기독교적 금욕주의자와 근대 철학이 기반하고 있는 형이상학과 대결해왔음을 진지해볼때, 그의 사상 전반을 의심하게 한다. 이전에 <선악(239)>를 읽지 않아더라면 나 역시 그러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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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회귀 사상, 도발할 수 있는 최고의 긍정의 공식.
그의 철학 전반을 집대성한 문학적 비유와 수사로 가득한 '산문시'라기에는 방대한 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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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언제나 약간의 망상이 길들어 있다. 그러나 망상에는 언제나 약간의 이성도 깃들어 있다.
나비와 비눗바울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이 가볍고 어리석고 사랑스럽고 하늘하늘한 작은 영혼들이 파닥거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차라투스트라는 눈물이 흐르고 노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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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증오할만한 적을 두어라. 경멸하기 위한 적은 두지 말라.
그리고 그대들의 적을  자랑스러워하라. 그러면 적의 성공이 곧 그대들의 성공이 된다."

 

"취향, 그것은 저울추인 동시에 저울판이고 저울질하는 자이다. 저울추와 저울판과 저울질하는 자들을 둘러싼 싸움 없이 살기를 원하는 자들은 모두 후회하리라!"

 "이 숭고한 자가 자신의 숭고함에 싫증을 느끼게 되면, 그때 비로소 그의 아름다움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 그때 비로소 나는 그를 맛보고 그가 얼마나 맛 좋은지 알아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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