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달리기를 축으로 한 문학과 인생의 회고록입니다. 주위에 강력히 추천하고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




 달릴 때에는 대체로 록 음악을 듣는다. 때로는 재즈를 듣는 일도 있다. 그렇지만 달리는 리듬에 맞추는 걸 생각할 때, 역시 반주 음악으로서는 록이 가장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나 고릴라즈라든가, 제프 벡이라든가 또는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 비치 보이스 같은 오래된 음악. 되도록 심플한 리듬의 음악이 좋다. -p33


 예전에는 달릴 때 뭐 하나라도 더 지식을 얻고 싶어서 팟캐스트를 듣거나 유튜브를 들었습니다. 그게 습관이 되서 최근에 달릴 때에 유튜브를 듣거나 했습니다. 그러다 하루키의 위 글을 보고 달릴 때 음악을 들었는데 좋더군요! 확실히 록 음악이 좋은 거 같습니다.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누가 그런 것을 자랑할 수 있을까?) 나는 그다지 머리가 좋은 인간은 아니다. 살아 있는 몸을 통해서만이, 그리고 손에 닿을 수 있는 재료를 통해야만, 사물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무엇을 한다고 해도, 일단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바꿔놓아야만 비로소 납득을 할 수 있다. 지성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육체적인 인간인 것이다. 물론 조금쯤의 지성은 있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게 전혀 없으면, 아무리 뭐래도 소설은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머릿속에서 순수한 이론이나 도리를 조립해서 살아가는 타입의 인간은 아니다. 경험에 의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사물을 인식하는, 이른바 사변을 연료로 해서 전진하는 타입의 인간도 아니다. 




 전력을 다해서 매달리고, 그래도 잘 되지 않으면 단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어중간하게 하다가 실패한다면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것이다. -p58


 최근 <전념>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전념을 다하다가 언제 그만두어야할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간혹 TV나 주위에서 10년 혹은 몇 십년이상 고시공부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오싹합니다. 저도 쉽게 단념을 못하는 성격이라서 만약 제가 고시공부를 하다가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면 계속 붙들고 있을 거 같기 때문입니다. 전력을 다해서 매달리고, 그래도 잘 되지 않으면 단념한다. 단념할 때를 아는 것도 중요한 거 같습니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머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p45 

  

 아마 이 책에서 베스트 문장이 아닐까 싶다. 오늘 런닝머신을 달리려고 했는데 이 글을 보니 야외에서 달리고 싶다.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달려보고 싶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을 때 강요받는 일을 예전부터 참을 수 없었다. 그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이 하고 싶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다면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했다. -p62 

 

 저도 비슷한 성향입니다. 왠지 하루키와 비슷한 점을 발견할 때마다 위안이 됩니다. 



 가게를 경영하고 있을 때도 대체로 같은 방침이었다. 가게에는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 그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상당히 좋은 가게다, 마음에 든다, 또 오고 싶다'라고 생각해주면 그것으로 족하다. 열 명 중에 한 명이 단골이 되어준다면 경영은 이루어진다. 거꾸로 말하면 열 명 중 아홉 명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나 그 '한 사람' 에게는 철저하게 마음에 들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경영자는 명확한 자세와 철학 같은 것을 기치로 내걸고, 그것을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비바람을 견디며 유지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가게를 경영하면서 내가 몸소 체득한 것이었다. -p66  




 개인적인 얘기를 한다면, 나는 '오늘은 달리고 싶지 않은데' 하고 생각했을 때는 항상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너는 일단 소설가로서 생활하고 있고, 네가 하고 싶은 시간에 집에서 혼자서 일을 할 수 있으니, 만원 전철에 흔들리면서 아침저녁으로 통근할 필요도 없고 따분한 회의에 참석할 필요도 없다. 그건 행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은가?(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에 비하면 근처를 1시간 달리는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지 않는가? 만원 전철과 회의의 광경을 떠올리면 나는 다시 한 번 스스로의 의지를 복돋아 러닝슈즈의 끝을 고쳐 매고 비교적 매끈하게 달려 나갈 수 있다. '그렇고말고. 이 정도도 하지 않으면 천벌을 받을 거야' 하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하루 평균 1시간 달리는 것보다 혼잡한 전철을 타고 회의에 참석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할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 것뿐이다. -p76


 저도 의지를 복돋우기 위해서 하루키식으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제정신을 잃은 인간이 품는 환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현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p103


 하루키씨는 아테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합니다. 현실의 맥주는 달리면서 절실하게 상상했던 맥주만큼 맛있지 않았다고 합니다ㅎ 그걸 저렇게 멋진 문장으로 표현하다니요ㅎ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p116 


 올해 매일 달리려고 마음 먹었는데 역시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감기에 걸리고 컨디션이 안좋아서도 쉬었고 게으름 때문에 쉰 적도 있었습니다. 쉴 이유는 정말 한 트럭있는데 달려야할 이유는 소금 알갱이 하나만큼 밖에 없습니다. 위 글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람에게는 천성적으로 '종합적 경향' 같은 것이 있어서, 본인이 그것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것으로부터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정도이다. 경향은 어느 정도까지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근본적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그것을 천성이라고 부른다. -p130 

 

 천성이 곧 유전자가 아닐까요.



 어제는 롤링 스톤스의 <베거스 뱅큇>을 들으면서 달렸다. <심퍼시 포 더 데빌>의 예의 '후후'라고 하는 펑키풍의 백코러스는 달리는 데 실로 안성맞춤이다. (중략) 스 전날에는 에릭 클랩튼의 <렙타일>을 들으면서 달렸다. -p147


 달리기를 할 때 들어봐야겠습니다.


 

 무리를 해서 계속 달리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걷는 쪽이 현명했을지도 모른다. 많은 주자들은 그렇게 하고 있었다. 걸으면서 다리를 쉬게 한다. 그렇지만 나는 한 번도 걷지 않았다. 스트레칭을 하기 위한 휴식은 확실하게 취했다. 그러나 걷지는 않는다. 나는 걷기 위해서 이 레이스에 참가한 건 아니다. 달리기 위해 참가한 것이다. 그 때문에 - 그 목적 하나를 위해 - 비행기를 타고 일부러 일본의 북녘 끝까지 날아온 것이다. 아무리 달리는 스피드가 떨어졌다 해도 걸을 수는 없다. 그것이 규칙이다. 만약 자신이 정한 규칙을 한 번이라도 깨트린다면 앞으로도 다시 규칙을 깨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은 아마도 어렵게 될 것이다. -p172 


 하루키는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안주합니다. 기록은 11시간 42분. 그는 결코 걷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정한 규칙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라 할지라도. 



 다만 이것만은 꽤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좋아, 이번에는 잘 달렸다' 라고 하는 느낌이 회복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앞으로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 마라톤 풀코스를 계속 달릴 것이다, 라는 점이다. 신체가 나에게 허락하는 한 가령 꼬부랑 영감이 되어도, 가령 주위 사람들이 "무라카미 씨, 이제 슬슬 달리는 것은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제 나이도 먹었고: 라고 충고해도 아마도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 달릴 것이다. 설령 기록이 더 떨어진다 해도 나는 아무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다는 목표를 향해서 예전과 같이 - 때로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 - 노력을 계속해갈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이 태어날 때부터의 나의 성격인 것이다. 전갈이 쏘는 것처럼, 매미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연어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원앙이 서로를 갈구하는 것처럼. -p228 


 아니 이렇게 멋진 비유로 글을 마무리하는 건 반칙아닙니까? 그후로도 계속 명문장이 이어집니다. 



 가령 몇 살이 되어도 살아 있는 한, 나라고 하는 인간에 대해서 새로운 발견은 있는 것이다. -p246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오늘의 레이스를 내가 진심으로 즐겼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만한 기록은 아니다. 자잘한 실패도 많이 겪었다. 그렇지만 나 나름대로 전력을 다했고, 그 노력의 보상 같은 것이 아직도 몸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다. -p255 


 가령 그것이 실제로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낡은 냄비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효능이 있든 없든, 멋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그러나 마음으로는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p256 


 저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떤 일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 과정을 즐겼다면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도 분명 남는 것이 있습니다. 



 이제 글을 끝마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해서 이 책을 읽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교휸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그렇다, 아마도 이쪽이 좀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 내가 바라고 있는 것이다. 


-p258-259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제 좌우명으로 삼고 싶습니다. 올 한 해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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