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원일지를 써야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마음이 맞는 한의사 분들과 함께 한의원 개원 및 경영에 대한 실무적인 부분들을 정리해서 한의계에 공유하자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 입니다. 모두가 똑같이 겪는 시행착오들을 줄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줄여서 그 역량을 진료나 치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면 한의사 뿐만 아니라 환자 분들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2

 오늘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현재 밤 10시 46분 까지 잠시도 쉴 틈 없이 일했습니다. 이 경험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정리를 하려고 하니 머리 속이 멍하네요.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두서없이 적어보겠습니다.

 

 베드 커튼업자 분들을 만났습니다. 베드 커튼이란 한의원이나 병원의 베드에 두루는 커튼을 말합니다. 그래야 환자 분의 프라이버시가 보장이 됩니다. 커튼 설치는 인테리어가 끝나고 하는게 좋습니다. 인테리어가 끝나고 청소가 끝난 후에 의료기기, 베드, 각종 가전, 가구, 의료용품, 소모품들이 들어와야 깔끔하고 좋습니다. 짐이 없어야 청소하기도 편하고요. 커튼 설치는 업자 분이 오셔서 실측을 하고 또 이런 저런 디테일한 부분들과 커튼 원단 선택까지 해야하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하는 게 좋습니다. 시간은 대략 30분~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연락을 하면 실측하는데 1~2일, 주문, 제작, 설치하는데 또 2~3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테리어가 마무리되기 일주일 정도 전에 커튼업자분들과 연락을 해서 견적을 받아보고 선택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저는 총 3분을 만나봤는데 한 분은 공휴일, 주말에 일을 안하셔서 시간이 안 맞아서 패스했습니다. 두 분 중에 한 분이 실측도 꼼꼼하게 하시고 소통도 잘 되고 원단 색깔에 대한 조언까지 많이 해주셔서 이 분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분께 연락을 드렸는데 죄송했습니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죄송한 마음입니다. 한의원이 좁아서 밝은 톤을 선택했습니다. 쉽게 더러워질 수 있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야 한의원도 넓어보이고 요즘 트렌드라고 합니다. 아이보리색을 선택한 거 같습니다.

 

 커튼은 바닥에서 40cm 정도 띄웠습니다. 보통 30~40cm 띄운다고 합니다. 보통 커튼 가장 큰 게 2m정도입니다. 저희 한의원은 천장이 높아서 30cm가 아닌 40cm 띄우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커튼 크기는 베드 사이즈에 딱 맞게끔 했습니다. 그래야 공간이 조금이라도 더 넓어보이고 베드 사이즈보다 커봤자 큰 의미는 없습니다.

 

 

#3

 오늘 직원 분들과 드디어 미팅을 가졌습니다. 면접 본 후 처음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다들 너무 바쁘셔서ㅠㅠ... 이제서야 만났습니다. 그래도 실장님은 틈틈히 연락도 하면서 일을 도와주셨지만 아무래도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제 함께 일을 시작하니 든든하고 어깨에 부담을 조금 던 느낌입니다.  

 당장 필요한 사무용품을 구입하고 의료용품을 인터넷으로 살 껀 사고 업자 분께 맡길 건 따로 체크했습니다. 한방차를 도입할 예정이라 직원 분들과 약탕기와 포장기를 간호사실 어디에 놓을 것인가 같이 고민했습니다. 사실 한방차는 예정에 없던 거라 약탕기와 포장기도 예정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비좁은 간호사실에 넣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기존에 있는 큰 옷장을 빼고 작은 옷장을 넣으면 가능할 거 같습니다.

 

 

#4

 직원 분들과 인테리어에서 미흡한 부분, 개선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인테리어 사장님을 만나서 말씀드렸습니다. 어제 cctv 설치가 있었고 오늘 전화기 설치가 있었습니다. 오늘 외벽 사인물도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간판과 외벽 사인물이 열심히 홍보를 해주길 기원합니다. 내일은 현수막 설치가 있을 예정입니다.

 

 

#5

 오늘 관리사무소에 직원 분 차량을 등록했습니다. 직원 분의 차량등록증과 재직증명서를 요구했지만 재직증명서는 없다고 하니 원장님 보고 그냥 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런 융통성있는 분들이 참 좋습니다. 관리사무소에 베너설치 장소와 외부차량 주차권에 대해서 내일 여쭤봐야겠습니다. 적어놔야겠습니다. 바로 바로 안 적어놓으면 까먹습니다. 일에 차질이 생기고 실수가 생깁니다.

 

 

#6

 그리고 전단지와 물티슈에 수정할 사항이 있어서 수작업으로 수정을 했습니다. 정말 눈물납니다. 전단지가 물티슈가 4천개씩인데 이걸... 어찌해야할 지... 전단지는 10만원 밖에 안하는데 그냥 사는 게 나았을 거 같습니다. 근데 지금하려면 또 주문하고 제작, 배송하면 시간이 늦어지니... 열심히 수정하고 있는데 인건비도 안나오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물티슈는 인건비는 나올 거 같습니다...

 월/목 저녁 8시 야간진료를 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냥 월~금 전부 7시로 통일했습니다. 한 시간이 계륵이 될 거 같아서 그냥 과감히 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3월 4일을 개원 날로 생각하고 전단지에 문구를 넣었는데 3월 4일이 거의 불가능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것도 열심히 지우고 있습니다.

 

 

#7

 개원날짜가 왜 늦어졌냐고 하면은... 이 부분이 사실 개원일지의 포인트입니다. #1 에서 밝혔듯이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줄이고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의원을 개원하기 위해서는 보건소에 요양기관개설신고를 해야합니다. 그래서 저는 보건소에 신고를 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구청 건축과에 가서 표시변경(용도변경)을 해야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지금은 변경을 했지만 변경 전에는 제2종근린생활시설(사무소)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을 제1종근린생활시설(의원)으로 변경해야 하는데 저는 이 부분을 까마득히 몰랐습니다. 당연히 주변에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저도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단순히 부동산에서 "한의원하는데 아무문제 없어요." 라고 하는 말만 철썩같이 믿었습니다. 근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구청에 변경을 신청하러 갔더니 담담자 분은 없고 연락도 안 되고 간신히 연락을 취했더니 변경을 하려면 노인장애인복지과에서 허가가 떨어져야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게 3~4일이 걸린다고 하는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구청 건축과, 장애인복지과, 보건소, 그리고 소방서까지 찾아다니면서 사정사정하고 계속 전화해서 확인하고 부탁하고 정말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정말 행정업무의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그래도 일부 융통성을 발휘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만일 손놓고 있었다면 어찌되었을지 끔찍합니다. 신고에만 2~3주가 소요되었을 거 같습니다.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때문에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하고 꼭 집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입니다. 임대차계약서를 씀과 동시에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고 동시에 구청 건축과에 가서 표시변경을 꼭 해야합니다. 그리고 인테리어가 진행되면 1/3 쯤 진행되었을 때 혹은 소방시설이 갖추어질 때를 대략 계산해서 보건소에 개설신고를 해야합니다. 그러면 보건소에서 소방서로 공문을 보내서 점검을 하게 하고 이 점검이 통과되어야지 보건소에서 다시 확인을 나옵니다.

 근데 문제는 이 소방서에서 바쁘다고 일주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정말 돌아버릴 거 같았습니다. 소방서는 제 한의원에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확인도 20분 정도 밖에 안 걸립니다.(소방서 직원 분이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일이 접수된 순서대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임은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은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예를들면 A, B, C, D의 일을 순서대로 처리해야한다고 합시다. 여기서 순서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동선도 고려해야합니다. A, B, C, D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떨어져있으면 순서대로 하는 것보다 동선을 고려해서 출장을 나가면 훨씬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을 것이고 시간과 기름값 등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1~2시간이면 처리해줄 수 있는 일을 일주일이나 기다리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합니다. 무슨 일이 그렇게 바쁘신지... 물론 저는 제 입장을 위주로 생각한 것이고 소방서의 일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불도 급한 불부터 꺼야하고 환자도 급한 환자부터 치료해야합니다. 아무튼 알면 알수록 분통 터지고 개선했으면 하는 생각이 되는 행정업무들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더 할 말이 많지만 그러면 융통성을 발휘해주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그만해야겠습니다.

 

 

#8

 쓸데없는 하소연을 늘어놓느라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씻고 정리하고 자야겠습니다. 이런 분통터지는 글을 써서 죄송합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9-02-28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2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2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