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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8년 10월
평점 :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 않더라도 그렇게 읽힌다는 게 신기했다. 환경과 인종 차별, 가난 혐오에 대한 글에서 말이다. 매번 그렇지만, 리베카 솔닛의 희망에 대한 믿음이 좋다. 처음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책에서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지금 이 책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까지 일관적으로 그가 말하는 믿음, 희망에 힘을 얻는다. 세상은 우리가 한때 실패했다고 여긴 것들에 의해서도 결국 변해왔다고.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변하며, 지금도 변하고 있다고. 오래 싸우는 사람에게 필요한 태도를 다시 마음에 새긴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
생각은 전염되고, 감정도 전염되고, 희망도 전염되고, 용기도 전염된다. 우리가 이런 것을 체현하면, 혹은 그 반대를 체현하면, 남들에게도 이런 것을 전달하게 된다.
"처음에 그들은 당신을 무시하고, 그 다음 당신을 비웃고, 그 다음 당신과 싸우고, 그 다음 당신이 이긴다."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확신은 내게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마침내 싸우고 있다는 사실은 기쁘다. 적어도 우리 중 일부는 싸운다.
내게 희망이란 늘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을 뜻했다. 우리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 그러나 어쩌면 스스로 미래를 써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희망은 우리가 하는 일이 중요할지도 모른다고 믿는 것, 미래가 아직 씌어지지 않았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희망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고 우리가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정보에 근거하여 영리하게 판단하되 늘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희망은 앞을 내다보지만, 과거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역사를 아는 데서, 특히 우리가 거두었던 승리를 아는 데서, 나아가 그 승리의 복잡성과 불완전성을 아는 데서. 희망은 썩 좋은 것의 적이나 다름없는 완벽에 집착하지 않고, 승리의 문턱에서 굳이 패배를 낚아채지 않으며, 미래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고 그 내용이 일부 우리에게 달려 있는데도 꼭 미래의 일을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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