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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강박 -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7월
평점 :
<행복 강박 - 올리버 버크먼>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정말 좋은 일만 생길까?
반대로 부정적인 사고를 하면 나쁜 일들이 따라올까?
이런 물음에 앞서, 과연 좋은 일이 생기면 우리는 매번 행복할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행복이라는 감정 하나에 여러 질문들이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우리는 ‘행복’, ‘힐링’, ‘안정’이라는 키워드가 달린 활동, 강연, 상품, 콘텐츠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자연스럽게 ‘좋은 생각이 좋은 일을 부르고, 좋은 일이 생기면 행복해진다. 그러니 행복은 우리의 목표이자 가치’라는 사고가 따라온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개인적으로 나는, 좋은 일이 생기는 것보다 불안한 일이 제거되는 것에 더 가치를 두며 살아왔다.
행복하자는 다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불안을 곧 불행이라 여겼고 불안한 상황을 피해가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가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분명 좋아진 부분도 있었지만, 동시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힘들기도 했다.
이 책은 행복에 집착하는 태도 자체가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불안정과 불확실함, 실패를 없애려는 노력은 결국 자신감 상실, 두려움, 불안감, 슬픔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런 노력 대신, 불확실함을 즐기고, 불안정함을 받아들이며, 실패에 익숙해지는 태도를 통해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과도 기꺼이 함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 역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통제하려는 습관이 있었다.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지 못해 급하게 선택하고는 그 길이 예상과 다를 때 혼란과 불안이 더 크게 찾아오기도 했고, 확실함이라고 믿었던 것조차 항상 행복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걸 배웠다.
철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스토아 철학의 정신과도 닿아 있다.
“긍정을 추구하는 학자들은 행복을 ‘쾌활함’이라 정의하지만, 스토아 학자들은 그것을 ‘평온’이라 본다. 평온은 즐거움을 기를 쓰고 추구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담담하고 무심하게 받아들일 때 찾아온다.”
당장 기쁘고 즐거운 상태만이 행복이 아니라, 조용히 평온한 상태 역시 하나의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노력으로 쟁취하기보다는, 삶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머무는 상태에 가깝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스러움’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혹은 부끄러움이나 우울함이든.
작가는 감정을 부분적으로 억누를 수는 없다는 주장을 하며, C.S. 루이스의 강렬한 문장을 인용한다.
“어떤 대상이든 사랑하게 되면 당신의 심장은 미어지고 어쩌면 부서질 수도 있다. 심장을 멀쩡한 상태로 보존하고 싶다면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동물에게도 마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취미와 약간의 사치로 조심스럽게 심장을 감싸라. 모든 얽힘을 피하라. 이기심이라는 궤짝 혹은 관 속에 안전하게 넣고 잠가라. 그러나 그 안에서 심장은 달라진다.
다치지 않고 깨뜨릴 수도, 통과할 수도, 구원할 수도 없는 심장이 된다.”
이 책은, 긍정심리학의 틀에 갇힌 수많은 자기계발서 사이에서 오히려 행복에 대한 집착이 어떻게 우리를 더 멀어지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비관과 낙관 사이, 불안과 평온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하며 ‘진짜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를 사유하게 한다.
북플레저에서 도서를 제공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