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연에서 기적으로 - 김태원 네버엔딩 스토리
김태원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내 어린시절. 김태원이라는 사람은 내겐 '비쩍마른 부활의 기타라스트로
박완규라는 가수를 위해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TV 뉴스에서 보고, 그냥 묻혀버릴 사람인가 했는데, 긴 시간이 흐른 후에
'남자의 자격'에 앉아있는 그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마른 사람은 성격이 까칠하다는 나쁜 편견을 갖고 있는 내게
그는 왜 TV 프로그램에 나와있는지 모를 사람이었다.
그런데, '남자의 자격'에 이어 '위대한 탄생'에서 나오는 그는 내가 생각해오던
그런 까칠하기만한, 왠지 꼬여있을 그런 기타리스트가 아닌
아주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 남자였고 아버지였다.
그는 이 책에서 스스로를 만들어 준 사람들을 소개했다.
아버지, 아내, 딸, 그리고 그의 아들.
그의 아버지와 아내는그를 참 많은 시간 기다려주신 분들이다.
내가 보기엔 그들이 그를 참아내고 기다려주셔서 김태원이라는 존재가
'위대한 탄생'에서 멘티들을 그렇게 기다려주고 감동시키지 않았나 싶다.
책 표지 그의 사진 옆에 낙서같은 그림이 그려져있다.
책 뒷표지에도 또 다른 낙서같은 그림이 그려져있다.
이게 뭔가... 의문을 품고 책을 펴보니 그의 아들 그림이라고 한다.
'아... 그는 정말 그의 가족을 사랑하는구나'하고 느껴진다.
여러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풀어놨다.
나는 김태원이라는 인물에 끌려 (사실, 내가 생각해오던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놀라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그가 나온다는 토크프로그램을
일부러 많이 찾아봤다.
그 때 이야기 하던 그의 말에서 녹아나던 그 인생이 책에도 녹아져있다.
그저 그의 인생을 돌아본다면, 정말 우연으로 일어난 일들이 많고,
그 일들은 그를 늪으로 빠져들게 했는데도 그는 지금 이렇게 빛나는 존재감을 가진걸 보면
'부활'이라는 단어는 김태원의 인생에 있어서
그야말로 찰떡궁합인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의 호를 '부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이 년 전 (신)해철과 (박)완규를 만났습니다.
나를 위로하러 온 거였지만 명백히 조소하는 듯한 미소를 봅니다.
짜식들. 그들이 질문합니다.
어째서, 무엇 때문에 도대체 왜 당신이 '국민 할매'인가? 나는 대답했습니다.
"그게 지금의 나야. 상처받고 병약해진, 어디 한 군데 기댈 데 없는 나!"
"....."
"어떤 방식으로든 관심을 받는 게 좋은 걸 보면 나도 연예인의 끼가 조금은 있나 봐.
신기해. 정말."
그 이 후 나는 정말 처절한 정도로 나를 보였습니다.
한 인간이 방송이라는 매체에서 늙었다가 젊었다가 죽었다가,
바보가 됐다가 천재인가 하는 하는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거짓인가 진실인가의 논란에 끊임없이 거론됐습니다.
지난 삼 년간 단 한순간도 무엇을 하고자 함이 없었습니다.
그때의 나를 솔직히 보인 것뿐이죠. 가끔 케이블TV에서 나를 봅니다.
<남자의 자격> 초창기 때의 나를... 누가 봐도 할머니에요.
탈모된 머리, 치아 교정 실패의 표본, 부풀어오른 배, 얇은 팔다리...
스스로도 되네입니다. 내가 저랬구나, 참 고맙다, 저런 이를 감싸주고 보호하면서
방송을 했구나, 그들은. 경규 형, 국진이, 윤석이...
또 그런 이를 그저 친근함으로 바라봐준 여러분이었구나!
서서히 회복돼 갑니다.
그것은 관심을 소망하던 이에게 온 선물이 원인이었일 겁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게 참 신기합니다.
평생을 못 느끼던 걸 최근 삼 년간 느끼고 있습니다.
무척 행복하면서 무지 부담스러우면서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렇게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누군가 나렐 사용하고 싶어 하는 시기가 온 겁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입니까.
다 써야죠. 내 몸을 다 태워서라도 다 쓰고 죽을 겁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그게 음악이든 봉사든 뭐든 간에.
예전에는 나를 우려하는 이조차도 없었습니다.
우려할 일이 없었죠. 존재를 느낄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누군가 날 우려하잖아요. 그 우려에 포함된 겁니다. 제가.
처음에 예능에 나왔을 때 나는 거의 모든 록커들의 가십거리였다.
1986년에도 그랬다. <희야>가 데뷔곡이라는 이유로 늘 차별의 핵심에 있었다.
모든 비난이 다 나에게 쏟아지는 듯했다.
뭐하는 짓이냐고. 그런데 지금은 그들도 TV에 나오려 한다.
아직도 중증 편견에 빠져 내가 차별을 당한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차별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
지구는 인류의 역사를 싣고 도는 중이다.
내 눈에는 보인다.
달이 비웃고 목성이 등을 돌린 채로 명왕성이 소외되고 있는 모습이...
- 책 속에서
내가 김태원을 좋아하는 이유다.
쓸쓸해보이지만 항상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그의 언변과 마음.
김태원... 그는 곧 '부활'이고, '부활'이 곧 김태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