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 반장을 보면서 종종 스티브 잡스가 떠오르곤 했다. 월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를 보면 잡스의 괴팍한 성격이 잘나온다. 가령, 잡스의 현실 왜곡장(순전히 정신력만으로 자신의 새로운세계를 창조하는, 말하자면 의도적인 현실 거부로 타인뿐 아니라 자기자신도 기만하는 잡스 특유의 직면)이라든가, 세상을 이분법 (인간을 무조건 깨달은 자와 멍청한 놈으로 분류하는 잡스만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바라보는 기질 같은 것. 잡스는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마디로 괴짜 같은 사람인데 박 반장이 딱 그랬다. - P94